프로야구> '포수왕국' 계보 잇는 신고선수 최재훈

posted Oct 1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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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최재훈, 역전 2점홈런
두산 최재훈, 역전 2점홈런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1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과 넥센의 경기 6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두산 최재훈이 역전 2점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2013.10.12 jieun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가을걷이는 아직 한창이지만 포수 최재훈(24)만 바라보면 벌써 배가 부를듯싶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깜짝 스타'로 떠오른 신고선수 출신 최재훈이 갈수록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재훈은 올해 정규리그 60경기에 출전, 타율 0.270을 기록하며 두산의 백업 포수로 자리매김했다.

 

나아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주전 포수 양의지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생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눈부신 활약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최재훈은 준플레이오프 2차전부터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4경기 연속 선발로 포수 마스크를 썼다. 그가 선발 출전한 4경기에서 두산은 모두 승리했다.

 

최재훈은 2연패를 당해 팀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송곳 같은 송구로 넥센의 도루를 세 차례나 저지했고, 4차전에서는 2점짜리 역전 결승 홈런을 터트리는 등 공·수에서 기대 이상으로 제 몫을 해줬다.

17일 열린 '잠실 맞수' LG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최재훈은 선발라인업에서 빠졌다.

 

첫 경기에서 이겨 다소 여유가 생긴 두산으로서는 허리 상태가 호전된 양의지에게 모처럼 실전 기회를 주면서 지쳐 있는 최재훈을 아껴두기 위한 포석이었다.

<2013 PO/> 박용택, 홈에서 또 아웃
<2013 PO> 박용택, 홈에서 또 아웃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3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LG 트윈스 대 두산 베어스 경기. LG 박용택이 8회말 2사 2루 김용의 안타 때 홈으로 쇄도했으나 두산 포수 최재훈에게 아웃되고 있다. 2013.10.17 kane@yna.co.kr

 

이날 양의지는 3회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나고 두산이 0-2로 끌려가던 5회 1사 1,2루의 반격 기회에서는 병살타를 때려 찬물을 끼얹었다.

 

반면 8회 수비부터 투입된 최재훈은 벼락같은 견제구로 3루 주자 손주인을 잡아내고, 김용의의 적시타 때 2루 주자 박용택의 득점을 저지하는 등 결정적 수비를 잇달아 선보여 대조를 이뤘다.

 

19일 열릴 플레이오프 3차전부터는 다시 최재훈이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끊임없이 무명 선수를 스타로 만들어내는 두산의 야구를 '화수분 야구'라고들 한다. 특히 진갑용, 홍성흔, 용덕한 등 실력 있는 포수들을 숱하게 배출해 내 '포수 사관학교'로도 불린다.

 

최재훈은 현재 두산 타선의 주축인 김현수, 이종욱처럼 신고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덕수고 3학년이던 2007년 전국대회에서 타율 0.429를 기록했음에도 그해 열린 프로야구 2008년 신인 지명회의에서 선택을 받지 못했다.

 

두산은 지명을 고민하다가 포수로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덩치(178㎝ 76㎏) 때문에 선뜻 나서지 않았다.

 

대신 지명한 포수가 인천고 김재환과 동성고 윤도경이다. 당시 2차 지명 1번으로 두산에 둥지를 틀게 된 김재환은 계약금 1억5천만원에 사인했다.

<2013 PO/> 환호하는 홍상삼-최재훈
<2013 PO> 환호하는 홍상삼-최재훈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LG 트윈스 대 두산 베어스의 경기. LG에 4-2로 승리하자 두산 투수 홍상삼과 포수 최재훈이 환호하고 있다. 2013.10.16 saba@yna.co.kr

 

하지만 두산은 결국 대학 진학이 예정된 최재훈에게 그해 말 신고선수 입단 제의를 해 계약금 한 푼 들이지 않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유망주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입단 첫해인 2008년 1군에 단 한 경기밖에 나서지 못한 최재훈은 경찰청 복무 등을 거쳐 2012년에야 다시 1군에 얼굴을 내밀었다. 지난 시즌에는 69경기에서 타율 0.209와 홈런 1개, 8타점을 기록했다.

 

수비력만큼은 팀 내 최고로 꼽히던 그의 야구 인생은 지난해 다시 한 번 전환점을 맞았다. 바로 두산 수석코치였던 이토 쓰토무 현 지바 롯데 마린스 감독과의 만남이다.

 

이토 감독은 1982년에 세이부 라이온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2003년까지 22시즌을 뛰면서 퍼시픽리그 14회 우승과 일본시리즈 8회 우승을 일구며 팀의 황금시대를 연 명포수 출신이다.

 

2011년 말 두산 수석코치로 선임된 이토 감독은 두산의 훈련을 일주일 여 지켜본 뒤 바로 "군에서 제대한 최재훈의 기량 향상에 상당히 만족한다"면서 "양의지, 용덕한과 함께 세 명의 주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다"고 전망할 정도로 최재훈의 가능성을 단번에 알아봤다.

 

최재훈은 지난해 준플레이오프를 벤치에 앉아 지켜봤다. 직접 가을 야구를 치

르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최재훈이라는 새 주인공이 써내려갈 신고선수 신화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hosu1@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18 10:2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