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경기둔화 공식화
KDI(한국개발연구원)가 7일 “경제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내수 중심의 회복기조가 힘을 잃고 수출부진으로 인한 경기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게 KDI의 상황인식이다. 이 같은 인식은 1월 광공업생산 등의 부진이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로 인한 자동차 판매 감소 여파라는 정부의 경기 진단과 상충되는 것이다. KDI는 이날 발표한 ‘경제동향 3월호’에서 “최근 주요 지표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같은 표현은 지난달 경제동향에서 나왔던 “일부 경제지표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점차 둔화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라는 진단에 비해 경기인식이 더욱 비관적으로 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KDI는 최근의 경기 흐름에 대해 “(서비스업 생산 등) 일부 지표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내수 전반의 개선 추세는 약화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우리 경제의 성장세 둔화는 대외여건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된 데 주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중국 등 신흥국 성장세 둔화 등으로 인한 수출 부진이 국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내수 중심 회복세도 둔화되고 있다는 게 KDI의 판단이다. 특히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KDI는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로 수출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함에 따라 광공업생산과 출하는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2월 중 수출은 조업일수 등의 영향으로 감소폭이 축소됐으나, 조일일수를 조정한 일평균 수출액은 여전히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이에 따라 광공업 생산 및 출하가 주요 품목에서 감소한 가운데 재고율은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향후에도 광공업생산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KDI는 특히 제조업 가동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이후 6년 9개월만에 가장 낮은 72.6%까지 하락한 것에 크게 우려했다. 낮은 제조업가동률은 설비투자 부진으로 이어져 성장 활력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KDI는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72.6%까지 하락해 설비투자 수요가 단기간 내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설비투자의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또 최근 악화된 소비자심리가 내수회복세를 제약할 것이라는 진단도 내놨다.
KDI는 “1월 중 소매판매액지수는 승용차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비내구재가 일시적으로 크게 증가한 데 주로 기인해 전년동월대비 4.5% 증가율을 기록했다"며 “서비스업생산이 3.0% 증가해 전월(3.4%)보다 증가세가 소폭 둔화됐고, 민간소비와 관련이 높은 업종은 상대적으로 낮은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DI는 “2월 중 소비자심리가 전월(100)보다 하락한 98을 기록하며 기준치를 하회하는 등 소비심리가 점차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향후 민간소비의 증가세가 약화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