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작곡가 "SM 곡 함께 만든다"…K팝 제작 진화>

posted Oct 0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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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송라이팅 캠프'에 참여한 다국적 작곡가들

 

유럽 작곡가들, SM '송라이팅 캠프' 참여차 대거 방한

"창의적인 아이디어 공유…글로벌 히트곡이 목표"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지난 4일 청담동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스튜디오 빌딩 3층은 인종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영국·독일 등 유럽에서 온 유명 작곡가들이 SM 소속 작곡가들과 가벼운 스킨십을 하며 반가워했다.

 

운동화, 트레이닝복 등 편안한 차림의 이들은 서로 소개할 때마다 왁자지껄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한두 번 본 사이는 아닌 듯 '헤이~ 베이비(Hey~ Baby)'라고 부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약 20명의 다국적 작곡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SM 가수들의 음악을 공동 작업하기 위해서다.

 

SM은 해외에서 곡을 사오는 단계에서 벗어나 2009년부터 스웨덴·덴마크·독일·미국으로 건너가 해외 작곡가들과 협업하는 '송라이팅 캠프(Songwriting Camp)'를 열었다. 나아가 현재 이 건물 3층 5개 스튜디오를 연중 해외 작곡가들과 작업하는 'SM 음악의 전략적 요충지'로 운영하고 있다.

 

 

이날 SM의 '송라이팅 캠프'는 여느 때보다 규모가 컸다. SM과 유니버설뮤직퍼블리싱그룹(이하 UMPG)이 '뮤콘(서울국제뮤직페어) 2013'과 연계한 행사로 공동 주최한 것. '서울 콜링(Seoul Calling) 2013'이란 제목도 붙었다.

 

UMPG의 유럽 A&R 총책임자인 펠레 리델 씨가 SM 가수들의 음악에 참여한 소속 작곡가 10여 명과 대거 방문했다. 그중에는 SM의 히트곡을 다수 쓴 유럽 작곡그룹 디자인뮤직(Dsign Music) 작곡가 세 명도 포함돼 있었다.

 

또 켄지, 히치하이커(지누) 등 SM 소속뿐만 아니라 박근태, 최진석 등 UMPG코리아 소속 작곡가들도 함께 자리했다. 이들은 이날부터 11일까지 이곳 5개 스튜디오에서 서너 명이 짝을 지어 곡 작업을 진행한다.

 

한 자리에 둥그렇게 앉자 SM A&R팀(Artists & Repertoire: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곡목을 개발하는 일) 조한나 씨의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됐다. 조씨가 파워포인트를 넘겨가며 영어로 이번 캠프의 취지를 설명했다.

 

"서로의 음악적 강점을 배워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라, 재미있게 곡을 써라, 창조성을 최대한 끄집어내 보여달라. 대중이 사랑하는 음악으로 팬들과 대중의 귀를 열게 할 때 우리의 음악은 세계적으로 앞서 나갈 것이다."

 

진지하게 귀 기울이던 작곡가들은 자신이 만든 SM 가수들의 히트곡이 소개되자 흥이 난듯했다. 소녀시대의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 에프엑스의 '첫사랑니', 엑소의 '늑대와 미녀', 동방신기의 '블링크(Blink)'….

 

이들은 자신의 곡이 흐를 때마다 두 팔을 올리고 몸을 흔들었다. 작곡가 윌 심스는 자신이 작업한 '늑대와 미녀'가 나오자 늑대 울음소리를 흉내 내며 즐겼다. 참석자들은 오는 14일 출시될 샤이니의 신곡 영상을 보며 안무의 독특함에 감탄하기도 했다.

 

이어 SM이 하반기 및 내년 발표할 음반의 라인업이 공개됐고 협업할 음악의 방향성이 제시됐다.

 

조씨는 "'오가닉(Organic)' 혹은 '미래지향적(Futuristic)'인 음악을 제안해본다"며 "확실한 핵심 구절(Punchline)이 있어야 귀를 자극할 수 있다. 신선한 사운드를 추구하거나, 앞서나가는 트렌디한 음악을 만들어보자"고 설명했다.

 

방향성이 떨어지자 트랙과 멜로디를 잘 쓰는 각각의 특성을 고려해 작곡가 조합이 발표됐다.

 

"1번 방에는 에릭 르완더·앤드류 잭슨·박근태, 2번 방에는 켄지·3명의 작곡팀 트리니티,… 5번 방에는 윌 심스·마틴 멀홀랜드·히치하이커입니다."

 

이들은 각자 배정된 스튜디오로 뿔뿔이 흩어져 곡 작업을 시작했다. 거시적인 주제 아래 점차 구체화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이 과정에서 때론 조합을 바꾸기도 한다. 캠프 기간인 8-9일에는 강원도 원주시 문막으로 여행도 떠난다.

 

이날의 풍경은 K팝 제작 과정이 한층 진화된 형태로 도약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었다.

 

SM은 국내에 체계화된 가수 육성 시스템을 처음 도입하고 정착시킨 곳답게 월드와이드 콘텐츠를 위한 메커니즘도 선구적으로 구축하고 있었다. 다국적 작곡가들의 강점을 조화시켜 세계인의 눈높이와 한국적인 정서를 충족시킨 음악을 생산하는 것이다.

 

SM프로듀싱실의 이성수 실장은 "유럽·미국 작곡가들의 곡을 사 와도 되지만 한국 작곡가들이 참여하면 우리의 정서에도 맞는 곡을 만들 수 있다"며 "이러한 협업 시스템을 정착시킨 곳은 국내에서 SM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단계에 오기까지 SM은 15년간 다양한 형태의 노력을 기울였다.

 

1998년부터 신화, S.E.S의 음반에 해외 작곡가의 곡을 실었고 2000년대 중반부터 곡을 사오는 수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화상 원격회의를 통해 해외 작곡가들과 교류했고, SM 작곡가들이 해외 '송라이팅 캠프'에 참여하거나 직접 캠프를 주최했다. 이 캠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SM 음악의 산실로 전용 스튜디오까지 만든 것.

 

그 결과 SM이 연을 맺은 해외 작곡가 수는 450명 규모. 현재 SM이 매월 국내외에서 수집하는 데모곡은 600-800곡으로 연간 8천-1만 곡이 모인다. 그중 외국곡은 연간 400-500곡을 차지한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한 히트를 한 곡도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2009), '오(Oh)!'(2010), 샤이니의 '와이 소 시리어스(Why So Serious)!'(2013) 등 숱하다.

 

이성수 실장은 "1년에 3분의 1을 해외에서 체류하며 외국 작곡가들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며 "'송라이팅 캠프'의 결과는 좋은 음악이다. 댄스곡 혹은 재즈를 잘 쓰는 작곡가를 조합하면 분명히 색다른 화학 작용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UMPG의 펠레 리델 씨도 "공동 작업의 목표는 SM의 '니즈(Needs)'에 귀 기울여 히트곡을 만드는 것"이라며 "우린 SM이 음원 편집과 수정을 이틀 안에 해달라고 해도 그날에 맞춰 데이터를 전달할 정도로 애정을 갖고 작업한다. 이제 유럽 작곡가들이 SM 가수들의 곡을 쓰고 싶어 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mimi@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07 08:1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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