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길' 전락한 여행·선물 주고받기 감소·고가술 가격인하
(상하이=연합뉴스) 한승호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정부 들어 처음 맞는 중국 국경절 장기휴가((1~7일)가 막바지로 접어들며 다양한 신풍속도가 연출되고 있다.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과 경기 회복 분위기를 업고 관광지가 초만원 사태를 빚고 있는 가운데 무질서 행위들도 반복되면서 장기 휴가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새 정부의 부정부패 척결 드라이브에 국경절 선물 주고받기가 급감하고 값비싼 술들도 매출이 줄자 가격을 내리는 자구책을 쓰고 있다.
◇ '고생길' 전락한 장기 휴가에 대한 회의론 일어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은 이번 국경절 연휴 기간 베이징(北京)을 비롯한 전국 유명 관광지마다 초만원 사태를 빚으며 '휴일 즐기기'보다 '고생 여행길'이 되고 있다고 7일 지적했다.
장기 휴가를 즐기는 과정에서 특정 지역에 인파가 몰리면서 안전이 우려될 뿐만아니라 '경치 감상'이 '사람 구경'으로 전락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됐다.
여기에 장기 휴가 기간 씀씀이가 늘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고 있는데다 곳곳에서 문화재 훼손, 기물 파손, 공짜 입장 등 비문명적인 악습이 이어지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에 따라 여행과 휴가의 즐거움을 느끼기보다 짜증이 늘고 황금휴가의 질적인 만족도가 낮아져서 국민 복지 측면에서 장기 휴가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 진작이라는 측면에서 장기 휴가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연휴 기간에 집중적인 소비가 나타나면서 소비 총량이 불어난 것처럼 보일 뿐이지 실질적인 경제 효과를 크게 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 부정부패 척결 드라이브에 선물 주고받기 줄어
시진핑 정부가 부정부패 척결 일환으로 공금을 이용한 선물 주고받기 억제 방침을 밝히면서 국경절 선물이 상당폭 줄었다.
중국 화서도시보(華西都市報)는 국경절 연휴 기간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의 공직자 가족들이 사는 여러 아파트 단지 경비실을 확인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다른 사람이 공직자 가정에 전달하기 위해 경비실에 맡겨놓거나 배달시킨 선물 상자가 훨씬 줄었다.
선물 내용도 고급 술·담배 대신 과일 등 '평민적인' 물품들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중국 최고의 시인 두보(杜甫)가 살았던 곳으로 알려진 청두시 환화시(浣花溪) 주변 공직자 아파트의 한 경비원은 "집에 사람이 없을 경우 선물을 가져오면 경비실에 놓도록 하고 있는데 올해는 변화가 크다"면서 "지난해는 선물을 갖고 오는 외래객이 주차 장소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으나 이번 국경절에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 고가술 매출 줄자 가격 내려 판촉 나서기도
마오타이(茅台), 우량예(五粮液) 등 고가술의 매출이 줄자 일부에서는 가격을 내려 판촉에 나서기도 했다고 중국 장사만보(長沙晩報)가 전했다.
후난(湖南)성 창사시에서 최근 개장한 카이푸완다(開福萬達)광장 지하 1층 매장에서 52도 우량예와 53도 페이톈(飛天) 마오타이 등(500㎖ 기준)이 시장 가격보다 200~500위안이 싼 688위안과 980위안의 가격에 각각 판매됐다는 것이다.
창사시의 다른 대형 매장에서도 이들 고가술에 대한 할인 행사가 진행됐으나 이를 사가는 사람은 거의 없고 한 병에 100위안 이하의 와인을 찾는 손님들은 줄을 이었다고 설명했다.
빠링허우(80後:1980년대생)인 왕(王) 모씨는 "국경절 기간에 연 동창회에서 대부분이 와인이나 맥주를 좋아했다"면서 "1970년대 이전 출생한 남성들은 주로 값비싼 바이주(白酒)를 마셨으나 요즘은 선택폭이 많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새 정부가 부정부패와 허례허식 척결을 강조하고 있는데다 술을 마시는 세태도 달라지면서 고가술의 가격이 점점 이성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07 14:2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