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정부, 민자사업으로 사회기반시설 늘린다

posted Oct 0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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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정부청사 모습<<연합뉴스DB>>
 

민자유치시설 보조금 78% 증액·규제 완화 추진

 

 

(세종=연합뉴스) 유경수 서미숙 기자 = 정부가 내년부터 민자사업 투자활성화로 사회기반시설 확충에 나선다.

 

기초연금 도입 등 복지공약 재원에 드는 돈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데다 사회간접자본시설(SOC) 확대의 한 축인 공기업마저 부채 증가로 투자가 위축된 데 따른 보완책이다.

 

정부는 지역공약 사업 가운데 수익성이 높은 사업도 민자로 돌려 사업 시행시기를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예산에서 민자유치건설 보조금을 올해 6천523억원에서 1조1천639억원으로 무려 78.4%나 증액했다.

 

그러나 민자사업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적자보전 방식에 대해 정부와 건설업계가 큰 견해차를 보여 무분별한 민자사업 확대는 이용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의 활성화 계획이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움츠러든 민자사업 부활할까

 

한때 새로운 SOC 확충 방식으로 관심을 끈 민간투자사업은 과도한 수익보전 논란과 부동산 경기 하락 등으로 침체를 거듭해왔다.

 

2007년 9조9천억원에 달한 임대형 민자사업(BTL) 한도는 올해 7천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수익형 민자사업(BTO) 협약체결은 2007년 5조1천억원에서 2012년 2조3천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민자도로 민간제안 사업은 2008년 이후 2건에 불과할 정도다.

 

BTO는 민간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제안하고 비용을 부담해 공사한 후 일정기간 사용료, 수수료를 징수하고서 국가에 시설을 귀속하는 방식이다. BTL은 민간이 자신의 비용으로 건설하고서 국가나 지자체에 모든 관리를 귀속하되, 그에 따른 리스료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민간이 받는 방식이다.

 

최근 12년간 민자사업자에게 정부와 지자체가 지불한 돈은 3조4천800억원에 달한다. 협약수입에 최소수입보장률을 곱해 실제수익을 뺀 뒤 차액을 정부가 내는 수입보장방식(MRG)이 민간사업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기존 민자사업의 막대한 MRG 부담과 높은 사용료 문제 등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자 정부는 MRG를 폐지하고 사업시행자가 매년 일정한 규모의 수입을 보장받는 원리금 균등 상환방식의 비용보전방식(CC)으로 재구조화를 꾀해 왔다.

 

◇민자사업 활성화 나선 정부

정부는 최근 사회기반시설 확충의 대안으로 민자사업에 눈을 돌렸다. 박근혜 정부 5년간 125조원에 달하는 복지재원을 조달하려면 사회기반시설에 쓸 돈이 부족해서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토지보상비를 포함한 민간유치 건설보조금을 5천116억원 증액했다. 토지보상 지연 등으로 멈춰선 민자사업에 속도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BTL 한도는 75억원 증액한 7천62억원으로 높였다.

 

지난 7월부터는 기재부를 중심으로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민자사업 추진방향과 제도개선 사항 등을 논의해 왔다.

 

방향은 ▲민자사업 발굴 ▲제도개선 ▲정부지원 확대 ▲민자사업 내실화 등이다.

 

우선 민자사업 대상에 학교, SOC, 군 주거시설 등 이외에 보육·요양시설, 수목원·휴양림 등 사회서비스 시설을 포함하고 BTL 민간제안을 허용하는 민간투자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 때 통과되도록 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 목적의 서비스업종도 민자사업으로 확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곧 최종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시설에 BTO를 허용함으로써 일정 수입을 보장해 주기로 했다. 민자사업 실시협약 단계에서 광고유치, 숙박시설 등 부대사업을 발굴하는 내용을 담아 활성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밖에 신용보증기금의 재정지원보증을 통해 보증부 대출로 토지보상비를 선지급하고 재정지원금으로 상환하는 방식으로 사업자의 비용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은 이달중 시행할 예정이다.

 

◇시장 상황·적자보전 방식 불투명

정부가 민자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여건은 녹록하지 않다.

 

우선 민자사업의 주역 격인 건설업종의 상황이 어렵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기 어려운 건설사 비중은 2008년 27.6%에서 2012년 61.6%로 4년 만에 배 이상 급증했다. 1억원 이상 공사를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한 업체 수는 올해 5월 기준으로 전체 종합건설업체의 42.0%나 된다.

 

3월말 현재 100대 건설사중 68개 상장사의 프로젝트 파이낸스(PF) 지급보증 잔액은 35조6000억원에 달하고 내년 상반기 회사채 만기도래액은 4조원에 이른다. 유동성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돈이 없고 신용상태가 좋지 못하니 새 사업에 뛰어들려고 해도 금리 등 재원조달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MRG를 폐지하고 도입한 CC방식에 대한 시장 반응도 싸늘하다.

 

기재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 처지에서야 MRG보다 CC가 훨씬 돈이 적게 들지만, 기업으로서는 낮은 수익을 기대할 수밖에 없어 민자 유인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렇다고 민간사업자의 수익을 높여주면 통행료 등 비용이 늘어 이용객의 부담이 커진다"며 "대안을 찾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게 없다"고 말했다.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예에서 보듯 정부가 부채비율을 크게 높이지 않는 범위에서 도로공사 등 공기업의 참여를 고민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더욱이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공약사업 일부를 민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방침을 밝힌 데 대해 '편법 공약이행' 논란마저 일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민자사업 전환에 반대 목소리가 높아 사업시행 과정에서 마찰도 예상된다.

 

yks@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06 06:1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