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후 장거리 로켓발사 징후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실시한 데 이어 ‘장거리 미사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장거리 로켓 발사는 탄도미사일 관련 모든 활동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로켓 발사 가능성은 일본 언론에 의해 제기됐다. 교도통신은 28일 일본 정부기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일대에 대한 위성사진 분석 결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빠르면 1주일 이내에 발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발사대에 가림막이 설치되고 부근에 사람과 차량의 이동이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발사임박 징후는 없지만 기습 발사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당장 발사할 조짐은 없지만 언제라도 기습 발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춰놓고 있다”고 말했다. 미·일 정부도 발사 여부에 대한 즉답은 피했다. 미국 국방부 빌 어번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정보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북한은 지역 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행동이나 언급을 자제하고 국제적 의무와 약속을 이행하는 구체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증축 공사 때 미국 첩보위성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발사대는 물론 레일로 연결된 대형 조립동에도 가림막을 설치했다. 과거보다 위성을 통한 자세한 관찰이 어려워져 기습적 발사가 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실험은 핵탄두 투발수단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핵무기 운반수단까지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임을 과시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를 ‘인공위성 발사’라고 주장하지만, 위성발사 기술에 발사체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만 더하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되고, 핵탄두를 탑재하면 핵미사일이 될 수 있다. 실제 북한은 2012년 12월 은하3호 로켓 발사에 성공하며 사거리 1만3000여㎞ 수준의 로켓 추진체를 개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일부에서는 사실상 ICBM의 실전 배치를 눈앞에 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예측대로 북한이 기존의 유형을 바꿔 기습적인 발사에 나설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후인 2012년 4월과 12월 두 번에 걸쳐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두 번 모두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 담화’ 형식으로 발사 배경을 설명했으며, 발사 날짜는 며칠 범위를 두고 구체적으로 예고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에는 국가우주개발국 국장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발사를 예고했지만 실행하지는 않았다.
발사 시점도 ‘1주일 내’라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6일 실시한 4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 논의가 한창인 시점에서 북한이 국제사회를 자극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일이 주도하는 강력한 대북 제재안에 중국이 한발 빼고 있는 현 상황에서 장거리 로켓까지 발사하게 되면 중국의 입지는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소한 유엔의 대북 제재 확정 이후 발사하는 게 북한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란 것이다.
일본 이지스함 출항…북 미사일 대비
북한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징후가 포착된 가운데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이 지난 27일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 기지에서 출항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28일 NHK에 의하면 해상자위대가 보유한 이지스함 4척 중 한 척인 '기리시마'가 전날 오후 10시를 넘긴 시각 요코스카항을 출항했다.
이지스함은 고성능 레이더로 탄도 미사일의 궤적을 추적하는 한편 탄도 미사일이 일본에 낙하할 우려가 있는 경우 요격 미사일 'SM3'을 발사할 수 있다. 일본 방위성은 이지스함의 27일 출항 목적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북한의 향후 동향에 대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고 NHK는 전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