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노믹스’성적표 초라해, 올해도 낙관 어려워
지난해 우리나라의 실질성장률이 2%대 중반에 그친 것은 일찌감치 예고됐던 바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1년 전만 해도 3%대 성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따른 내수 부진과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감소 여파는 예상보다 컸다. 정부와 한은은 재정 확대, 금리 인하, 추가경정예산 편성, 소비세 인하 등 경기 부양을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으나 수출이 크게 흔들리면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올해도 연초부터 소비절벽이 우려되는 데다 글로벌 경제 불안이 심화되면서 2%대 저성장 흐름이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내수 부문 지표는 나쁘지 않았다. 메르스 사태가 터진 지난해 2분기 마이너스 0.2%까지 떨어졌던 민간소비 증가율은 3분기 1.2%, 4분기 1.5%로 회복됐다. 정부가 하반기 들어 코리안 블랙프라이데이, 개별소비세 인하 등 내수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들을 쏟아낸 효과다. 하지만 4분기 건설투자가 급격히 고꾸라지면서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지난해 건설투자 증가율은 3분기 5.0%에서 4분기 마이너스 6.1%로 급락했다. 전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3분기 증가율이 높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에다, 4분기에 주택거래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이 둔화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수출 부진의 여파도 컸다. 지난해 수출 증가율은 0.4%로 2014년(2.8%)보다 2.4%포인트나 추락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우리나라의 교역조건은 유례없이 좋아졌지만 교역량 자체가 줄어들면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수출 감소는 제조업 부진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제조업 성장률은 1.4%로 2009년(-0.5%) 이후 가장 낮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퇴임 전 “수출이 조금만 받쳐줬다면 (2015년) 성장률이 연 3%대 후반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출 부진은 갑자기 나타난 돌발 변수가 아닌 예측 가능한 악재였다. 이미 지난해 1월부터 수출액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문제는 올해에도 우리 경제를 낙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연초부터 국제유가 급락세가 심상치 않은 데다 중국 경제 불안으로 수출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 올 1분기는 지난해 당겨쓴 소비진작책의 효과가 거의 소멸되면서 소비절벽에 대한 우려도 크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26일 각 부처 장관들에게 “모든 역량을 동원해 1분기 재정 조기집행에 온 힘을 기울여달라”고 독려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부와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장밋빛 전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세계 경제 여건도 좋지 않은 데다 인구 고령화나 투자 부진 등 전반적인 추세를 감안하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이미 2%대까지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역대 정부의 연평균 성장률을 봐도 김대중 정부 5.3%→노무현 정부 4.5%→이명박 정부 3.2%→박근혜 정부 2.9% 등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대외 경제여건이 당분간 나아지기 어렵고, 정책에 의한 내수 회복도 올해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2%대 성장이 경기하향 국면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향후 수년간 지속되는 일반적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은의 경제전망 수치가 실제치와 매번 큰 차이를 보이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와 한은 모두 2014년 당시 지난해 성장률을 4%대로 전망했었다. 한 전문가는 “성장률 전망치를 높게 잡아놓고 매 분기 이를 수정해 낮춰가는 것에 대한 신랄한 자성이 있어야 하는데, 상황을 계속 오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