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짙은 해무속 항해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국가와 국민들에게 한량없이 한심한 국회가 9일부터 1월 임시국회를 소집했다.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 등 12월 임시국회에서 이월된 핵심 현안들을 처리하기 위해 그나마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요구해 열린 임시국회지만, 여야가 여전히 '네탓공방' 평행선을 달리면서 1월 임시국회에도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선거구 난맥상 엉망진창, 피해는 고스란히 예비후보자들에
국회는 지난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전날(8일) 본회의를 열었으나 중앙선거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데 실패하면서 비쟁점 법안들만 처리한 채 폐회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전날 김대년 선거구획정위원장이 "독자적 선거구 획정이 불가능한 현실정치에 벽을 절감했다"며 "선거구 공백 상황을 뒤로한 채 책임을 내려놓는다.
비통한 심정"이라는 말을 남기고 전격 사퇴했다. 앞서 정의화 국회의장은 새해 첫날 대국민 성명을 통해 선거구 미획정이 '입법부 비상사태'라고 선포하며 획정위에 획정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으나, 획정위가 여야 대리전으로 공전하다 위원장이 사퇴하는 데 이른 것이다. 중앙선관위원장은 사퇴한 김 위원장의 후임을 지정하고 국회에 임명 동의를 묻게 된다. 그러나 여야가 선거구와 관련해 양보없이 대치하는 한 후임 위원장이 선출된다 한들 선거구 획정은 난망하기만 하다.
중앙선관위는 오는 11일 긴급 전체회의를 소집해 선거구 없이 선거를 준비하느라 대 혼란에 빠져있는 예비후보자들에게 부여할 고육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총선 날짜를 미뤄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부 예비후보자들은 선거구가 없는 상황에서 현역 의원들은 선거운동을 하고 있으나, 예비 후보자들은 선거운동 자격이 없어 평등권을 침해받는다며 헌법소원까지 제기했다.
비난의 화살은 여의도 정치권을 향하고 있지만 여야는 책임 공방에만 몰두하고 있다. 여야는 9일 12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파행으로 끝난 데 대해 일제히 서로를 탓했고, 1월 임시국회에서도 서로가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오는 11일 회동을 하고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에 대해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지만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는 이상, 전망은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새누리-쟁점법안 처리위해 선진화법 개정
정부·여당이 국민을 위해 요구하는 경제활성화 및 노동개혁, 테러방지법·북한인권법 등 이른바 '쟁점법안'도 1월 임시국회에서 해결해야할 해묵은 현안이지만 아직도 처리될지 미지수다. 새누리당은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을 악용해 법안 처리를 의도적으로 막고 있다고 규정,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선진화법 개정안을 내주 당론으로 발의할 계획이다. 더민주는 이같은 새누리당의 선진화법 개정 추진을 "후진 국회로의 회귀", "입법 독재" 등이라고 맹비난하고 나섰지만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떨어진지 오래다.
쟁점법안과 선거구획정 협상이 장기 교착하고 있는 가운데 선진화법이라는 난관까지 변수로 떠오른 모양새다. 국회 현안도 이렇게 산적하기만 한데 각종 외교·안보 이슈까지 정치권으로 옮겨와 여야 관계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북핵 정책에 대해 여야가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결정적으로 총선이 석달 앞으로 다가와 여야가 모두 본격적인 공천작업에 돌입했고, 야권은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의 분열이 거세지고 있어 국회 현안에 대한 여야 협상의 동력이 꺼져가고 있다는 지적이 크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