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주 "영광과 고독의 10년…2막 1장 시작합니다"

posted Sep 3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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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세계 데뷔 10주년 공연…연말엔 8년만에 정규 앨범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스탠바이(Stand-by)~ 5분 남았습니다."

 

2003년 6월30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 열일곱 살의 팝페라 테너 임형주(27)는 스태프가 공연 시작을 알리는 '스탠바이'를 외치자 "지구의 시계가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가슴이 '쿵쾅'거렸다.

 

뮤지션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이곳에서 세계 남성 성악가 중 최연소로 데뷔 독창회를 여는 데 만감이 교차했던 것.

 

그는 첫 곡으로 카치니 '아베마리아'의 첫 소절을 내뱉는 순간 긴장이 풀리며 "할 수 있다'란 '필(Feel)'이 왔다. 가사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중성적인 미성(美聲)과 풍성한 두성(頭聲)을 수려하게 구사했다. '천상의 목소리',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는 음유시인'이란 현지 언론의 찬사가 쏟아졌다. 성공적인 데뷔전이었고 자신도 믿을 수 없었다.

 

어느덧 10년이 흘러 임형주가 올해 세계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다음달 6일 오후 7시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세계 데뷔 10주년 기념 콘서트-올 마이 히스토리(All My History)'를 개최한다.

 

최근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아직도 카네기홀 데뷔 공연 당시, 시작 5분 전을 알리는 스태프의 말에 떨리던 느낌을 잊을 수 없다"며 "10년 전인데도 그 스태프의 얼굴까지 기억날 정도로 새록하다"고 웃어보였다.

 

1998년 국내 데뷔 5년 만에 세계무대에 등장한 임형주는 이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해외 유수의 공연장을 성큼성큼 밟아나갔다.

 

카네기홀이 보유한 3개 홀(아이작스턴 오디토리움, 잔켈홀, 웨일 리사이틀홀) 모두에서 솔리스트로 공연한 첫 한국인 음악가로 기록됐고 뉴욕 링컨센터,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볼과 월트디즈니콘서트홀 등 미국 대표 공연장을 섭렵했다.

 

또 프랑스 살 가보, 네덜란드 콘서트 헤보, 오스트리아 미라벨궁전, 영국 위그모어홀, 일본 국제포럼, 대만 국부기념관 등 유럽과 아시아의 유명 공연장을 누볐다.

 

이런 공연을 펼치며 수익금을 사회에 기부했고 2010년에는 유엔이 수여하는 '평화 메달'을 한국인으로는 처음, 전 세계 역대 수상자 중 최연소로 받았다.

 

그는 데뷔 당시 10년 후를 그려본 청사진보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부침이 심한 해외시장에서 잘 버텨냈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고 했다.

 

"제가 원하고 바란 걸 100% 이뤘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아쉬움은 있죠. 정통 클래식이 아닌 크로스오버 음악을 하면서도 대중적으로 더 친숙하게 다가가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 있어요."

 

해외 무대에서 노래하며 느낀 감동도 컸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역시 2003년 2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식에서 애국가를 불렀을 때다. 이 장면은 CNN, ABC, NHK 등 해외 언론에 전파를 타면서 세계에 그를 알린 '쇼케이스'가 됐다. 이후에도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각종 청와대 행사와 지난 7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정전 60주년 기념식에서도 애국가를 선창했다.

 

그는 "나의 가장 대표곡은 애국가가 됐다"며 "조수미 선배님 하면 '나 가거든'과 '챔피언스(Champions)'란 노래가 있듯이 앞으로 10년의 과제는 임형주 하면 떠오르는 대표곡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10주년 기념 공연에서는 지금껏 발표한 12장 독집앨범 곡과 최근 발표한 클래식 앨범 '클래식 스타일(Classic Style)' 수록곡까지 아울러 들려준다.

 

공연 부제는 세계 데뷔 앨범 제목인 '샐리 가든(Salley Garden)'에서 착안해 '마이 가든(My Garden)'으로 정했다. 2003년 낸 '샐리 가든'은 45만 장이 팔렸고 그중 8만 장이 해외에서 판매됐다.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 내가 만든 음악의 정원에서 그간의 추억들을 결산해보고 반추하는 형식으로 꾸민다"며 "한 권의 자서전 같은 독창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공연 때마다 흥겨운 반전 무대를 보여주는 그답게 이번에는 '7080 디스코 타임'이란 테마로 '헬로 미스터 몽키(Hello Mr.Monkey)', '섹시 뮤직(Sexy Music)', '원 웨이 티킷(One Way Ticket)' 등의 팝송도 부른다.

 

그는 공연에 앞서 지난 26일 10주년 기념 앨범 '올 마이 히스토리'를 한정판 100장으로 고유 넘버링을 해 출시했다. 예약판매 하루 만에 매진된 앨범에는 12장의 독집 앨범 대표곡 43곡을 발매 순서대로 넉 장의 CD에 수록하고 24페이지의 포토북, 10주년 공연 VVIP 티켓을 함께 담았다.

 

그는 "한때 정체기라고 느낀 적도 있다"며 "하지만 올해 다시 희망에 부풀었고 국내외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첫 행보로 내년 일본 데뷔 10주년을 앞두고 다음달 23일 워너뮤직재팬을 통해 일본 스페셜 앨범을 발표한다. 일본의 올드 J-POP 명곡들을 팝페라로 편곡해 수록한다.

 

이어 오는 12월 국내에서 2005년 발표한 4집 '더 로터스(The Lotus)' 이후 8년 만에 창작곡을 담은 5집 '파이널리(Finally)'도 출시할 계획이다. '파이널리'는 '마침내' 8년 만에 정규 앨범으로 돌아왔다는 의미다.

 

그는 "내 지난날은 '애국가 소년'으로 불린 '영광의 시간'이자, 클래식과 대중음악 어디에도 섞이지 않는 부유하는 장르인 팝페라를 하며 싸운 '고독의 시간'이었다. 음악 인생의 1막 1장이 끝난 만큼 이제 '애국가 소년'이란 꼬리표를 떼고 2막 1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mimi@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29 11:5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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