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최고세율 과표조정 쟁점…법인세는 증세 자체 이견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축소로 촉발된 대선공약 후퇴 논란이 정치권의 증세 논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박근혜정부가 재정 악화를 이유로 대표적인 복지공약을 축소조정하면서 대선공약을 떠받쳐온 '증세없는 복지론'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팽배해지고 있다.
일찌감치 '부자감세 철회'를 통한 재원확충을 주장해온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신기루를 벗어나 증세를 공론화하자'는 주장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26일 국무회의에서 국민대타협위원회를 만들어 조세 및 복지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명확히 거론하지 않았지만 증세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새해 예산안 심사 및 세법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복지공약과 국민 세(稅)부담 사이의 절충점에 대해 치열한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은 전방위적으로 '부자감세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법인세를 정상화하고 부자감세만 철회해도 연 18조원의 세수가 확보된다"면서 "박근혜정부는 공약을 뒤집을 게 아니라 부자감세를 뒤집어서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도 어느 정도의 증세가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기류다.
한 정책통 의원은 "정부는 국내총생산 대비 세금부담인 조세부담률을 현재 19.9%에서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 20.1%로 0.2%포인트 높인다는 계획을 짰는데, 복지를 확대하려면 20%대로 더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이 최대 쟁점이다.
'3억원 초과' 과표구간에 대해 최고세율 38%를 적용하는 현행 과세 체계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의 문제다.
최고세율 38%를 적용받는 근로소득자는 약 1만명으로 전체 근로소득 과세대상자의 0.1%에 그치는 등 현실과 너무 동떨어졌다는 이유에서다.
새누리당에서는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2억원 초과'로 낮추는 법안(나성린 의원)을 제시한 바 있다.
야권에서는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1억5천만원 초과'로 낮추는 법안(민주당 이용섭 의원)과 '1억2천만원 초과'에 대해 40%의 고세율을 부과하는 법안(진보당 박원석 의원) 등을 제출한 상태다.
기재위 관계자는 "2011년 말 이른바 '버핏세 논쟁' 속에 근로자의 평균연봉과는 너무 동떨어진 최고세율 구간이 설정됐기에 과표 체계를 조정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 증세에 대해서는 여야의 이견이 더욱 현격하다.
야권은 전임 이명박정부에서 과표구간별로 3~5%포인트 깎은 법인세율을 되돌리겠다는 입장이지만, 박 대통령과 여당은 경기활성화를 위해 "법인세는 절대 건드릴 수 없다"는 쪽이다.
민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리면서 최고세율 과표구간도 '200억원 초과'에서 '500억원 초과'로 높이는 법안을 제출했다.
진보당은 '1천억원 초과' 과표구간을 새로 만들어 30% 중과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보다는 모두 세율을 높이되 과표구간도 함께 올려 대기업만 직접 겨냥하겠다는 취지다.
국회 관계자는 "세법 곳곳에서 여야의 이견이 상당히 크다"며 "증세론의 실현 여부는 복지 및 과세 수준에 대한 국민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27 16:0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