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불꽃 튀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posted Sep 2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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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의 한 장면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소년은 기억을 잃은 채 원수의 손에 키워진다. 5명의 원수는 소년의 양부이자 사부가 된다. 각각 총, 칼, 박투, 운전, 지략의 최고수인 그들로부터 소년은 최고의 기예를 배운 후 강호에 출두한다.

 

무협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 구조다. '지구를 지켜라'(2003)로 한때 충무로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장준환 감독이 10년 만에 들고 온 장편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는 이러한 이야기를 뼈대로 한다.

 

석태(김윤석)가 이끄는 범죄조직에 납치된 화이(여진구)는 기억을 잃은 채 석태 등을 아버지로 모시며 살아간다. 유학을 준비하고 소녀와의 풋풋한 사랑을 키워가던 10대의 어느 날, 화이는 암살 지령에 따라 아버지들과 함께 처음으로 임무에 나선다.

 

 

'화이'는 복수를 테마로 한 액션 스릴러다. 스크린에선 피가 튀기고 살이 너덜거린다. 총과 칼을 넘나드는 액션장면, 역동적인 자동차 추격신은 시선을 사로잡을 만하다. 복수라는 하나의 테마를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점에서 영화의 추동력도 상당하다.

 

특히 이런 장르적 속성과 미장센의 디테일은 신학과 철학적 화두를 만나면서 텍스트의 결을 한층 풍성하게 한다. 바로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인류에게 희망은 있는가'라는 고전적인 질문이다.

 

하지만 비슷한 질문을 던졌던 전작 '지구를 지켜라'보다 장 감독의 답변은 더 모호해진 듯 보인다. 전작에서 오만하고 위선적인 인류를 결국 절멸시켰지만, 이번에는 아버지 살해와 방랑이라는 희랍 비극적인 방식으로 답을 열어놓기 때문이다.

 

여기에 DNA에 대한 인간의 집착, 인류의 진화와 회귀, 악하지만 근원적으로 연약할 수밖에 없는 인간에 대한 연민 등 만만찮은 철학적 주제를 극 안에 집어넣었다. 이런 복잡한 인식을 끌어안은 채 영화적 재미를 구현해 냈다는 점에서 한 때 천재로 불렸던 감독의 젊은 시절 모습이 영화에 엿보인다.

 

다만, 이런 복잡한 담론을 담기에 125분은 조금 짧은 듯 보인다. 무엇보다 단편소설 같은 짧은 플롯은 풍성한 주제를 담기에 역부족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 영화의 또 다른 강점이다. 특히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주목받은 여진구의 존재는 히든카드라 할 만하다. 개성 강한 중저음으로 무장한 그는 여린 감성과 박력 있는 액션으로 여심을 마구 흔들 것 같다. 연기 잘하는 조진웅, 김성균 같은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김윤석은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극의 방향을 제대로 이끌고 간다.

 

10월9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25분.

 

buff27@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26 07:0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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