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젝 "힐링보다 때로는 상처가 필요"

posted Sep 2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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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 경희대 강연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요즘들어 한국 사회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힐링'(치유)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상처가 없다는 건 오히려 완전히 고립됐다는 뜻일겁니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세계적인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24일 경희대 강연에서 최근 한국 사회의 '힐링' 열풍에 대해 "때로는 상처도 필요하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그는 "흔히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라는 말이 있지만 2차 세계대전과 일제 강점기 등을 겪은 한국에서는 거꾸로 '잊어버리되 절대 용서하지 말자'는 말이 더 흔하다"며 "이 역시 상처를 잊으려는 한국 사회의 노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젝은 '힐링'에 대한 갈망만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면서 "때론 상처가 우리를 자유롭게 해준다"고 말했다.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학 사회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지젝은 현실정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후기자본주의 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해 '위험한 철학자'로 불린다.

 

지젝은 이날도 이른바 '글로벌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자본주의적 세계관이 채택되고 있지만 자본주의에는 '실질적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없다"며 "종교도 필요없고 동서양 어디든 적용된다는 자본주의 논리는 오히려 기존 사회의 경제 질서를 깨뜨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무슬림 국가에서 자본주의가 빠른 속도로 채택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 소위 '근본주의'"라며 "그들은 자본주의가 파괴하는 자신들의 종교와 신념 등을 지키는 과정에서 더욱 종교에 집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강연에는 학생과 교수 등 3천500여명이 몰려 지젝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지젝의 이번 강연은 경희대와 경희사이버대공동 기획으로 마련됐고 26일까지 진행된다.

 

지젝은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가 함께하는 국제학술회의 '무위의 공동체'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shin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24 23:5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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