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정보 입수·공구 배분·들러리 입찰·가격 조작 등 총동원
김중겸·서종욱 前사장 포함…국민혈세로 건설업자·업체 배불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3조8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국가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건설사들의 비리로 얼룩진 사실이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는 24일 보(洑)와 둑, 댐 등 4대강 사업의 공사에서 경쟁 입찰을 가장하고 투찰 가격을 담합한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및 형법상 입찰방해)로 대형 건설업체 11곳의 전·현직 임원 22명을 기소했다.
해당 회사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삼성중공업, 금호산업, 쌍용건설 등이다.
대표이사급 중에서는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과 서종욱 전 대우건설 사장이 각각 불구속 기소됐다.
구속 기소된 임원은 현대건설의 설모 전 본부장과 손모 전 전무, 삼성물산의 천모 전 사업부장과 한모 전 임원, GS건설의 박모 부사장, SK건설의 이모 부문장 등 6명이다.
검찰에 따르면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등 수주 물량 상위 6개사는 2008년 12월 정부가 사업 착수를 발표한 이후 사전 준비를 거쳐 2009년 1월부터 9월까지 14개 보 공사 입찰에서 담합을 실현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공사는 낙동강(8곳)·한강(3곳)·금강(3곳)의 공사 구간이다.
상위 6개 건설사에는 2009년 7월부터 2010년 2월까지 낙동강 하구둑 배수문 증설, 영주 및 보현산 다목적댐 등 3개 공사에서 입찰을 담합한 혐의도 추가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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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4대강 사업 건설사 입찰담합 과정
- (서울=연합뉴스) 장예진 기자 = 검찰이 24일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입찰 담합 수사 결과로 대형 건설사들의 고질적인 '짬짜미' 행태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4대강 사업 건설사 입찰담합 과정. jin34@yna.co.kr @yonhap_graphics(트위터)
6개사는 사업이 발표되자 막후 협상을 통해 경쟁 없이 공사 물량을 나눠 갖기로 합의하고 19개 건설사 모임을 결성해 입찰경쟁 가능성을 없앴다.
이어 8개사가 14개 공구를 배분했으며 '들러리 설계'와 '가격 조작'을 통해 담합을 완성했다.
들러리 설계란 설계 및 가격 점수를 합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턴키(일괄수주) 입찰에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속칭 'B설계'를 하고, 응찰 가격은 낙찰이 예정된 건설사의 요구대로 써 주는 방식을 말한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보 공사에서 공구를 배분한 8개 건설사에만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검찰 수사에서는 여타 건설사도 담합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보 외에 둑과 댐 공사에서도 담합 비리가 확인됐다.
검찰은 건설업체들이 담합을 통해 챙긴 부당이득과 관련, "공정 경쟁을 했을 경우 얼마에 낙찰됐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추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사업비 3조8천억원인 이번 공사에서 조작한 가격을 써내 손쉽게 수주한 업체들의 낙찰률(투찰금액/공사추정액)이 89.7∼99.3% 수준인 점에 비춰 부당이득은 1조원 이상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수사를 지휘한 박정식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다른 턴키 공사의 입찰 담합 등 기타 범죄 혐의는 계속 수사할 것"이라며 "입찰 탈락 업체가 받은 설계보상비 등을 환수하도록 발주처인 지방국토청이나 수자원공사에 통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