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몸이 먼저 걱정해요"…속병 깊어가는 오세근

posted Sep 2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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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근(연합뉴스DB)
오세근(연합뉴스DB)
 

팬들 높은 기대수준에 중압감…올 시즌 4라운드 돼야 30분 소화할 듯

 

 

(안양=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몸 상태가 좋지 않아요. 신인 같은 마음으로 첫 시즌만큼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그러면 팬들도 응원해주지 않을까요."

 

부상을 털고 코트 복귀를 기다리는 프로농구 스타 오세근(안양 KGC인삼공사)은 각오를 말해달라는 말에 한참 뜸을 들이다가 마지못해 이렇게 얘기했다.

 

"제가 이런 걸 물을까 봐 언론 인터뷰를 잘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뜸을 들이다가 툭 내뱉은 말에는 최근 자신을 괴롭히는 고민이 진하게 녹아있었다.

 

오세근이 루키 시즌이던 2011-2012시즌에 펼친 활약상은 대단했다.

 

혜성처럼 나타난 새내기가 베테랑 빅맨들을 골밑에서 압도하는 모습에 많은 팬이 환호했다.

 

이 슈퍼루키는 신인상과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 타이틀을 틀어쥐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오세근의 현재 몸 상태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게 사실이다.

 

오세근은 23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연습경기에 나와 1쿼터 10분을 소화했다.

 

비시즌이던 작년 9월 연습경기 이후 1년 만에 처음으로 나서는 경기였다.

 

오세근은 SK의 빅맨 김민수와 맞붙었는데 좀처럼 골밑을 파고들지 못했다.

 

그는 "부상이 완벽하게 낫지 않았고 통증도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상범 인삼공사 감독은 "오세근이 아직 골밑으로 스탭을 넣지 못하고 있다"며 "앞뒤로 뛰는 것은 괜찮지만 옆으로 움직이는 게 부자연스러운 상태"라고 진단했다.

 

오세근은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 오른 발목의 안쪽 근육이 심하게 훼손돼 수술대에 올랐다.

 

허벅지에서 근육을 떼어 이식하고서 천천히 상태를 점검하는 복잡한 재활과정을 거쳐 최근에야 팀 훈련에 합류했다.

 

공을 잡거나 슈팅하는 훈련은 했으나 다른 선수와 몸으로 맞붙어 힘을 쓰는 훈련은 전혀 하지 못했다.

 

골밑을 지키는 센터로서 치명적일 수 있는 이 같은 공백이 1년이나 계속됐다.

오세근은 "선수 생활 후 이렇게 경기를 오래 뛰지 못한 것은 처음"이라며 "감각을 모두 잃어 근심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 개막이 다가오면서 스트레스 때문에 체중까지 줄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오세근은 "걱정하지 않으려고 마음이 애를 써도 몸이 먼저 걱정하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상범 감독은 비시즌 연습경기에 오세근을 꾸준히 내보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도록 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오세근은 올 시즌 개막전에 출전할 예정이지만 시즌 후반이 되기 전까지는 풀타임을 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감독은 "시즌 초반에 10분, 15분씩 뛰도록 하다가 4라운드까지는 30분 정도까지 출전시간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그는 당분간 오세근의 출전시간이 짧고 컨디션 난조도 목격되겠지만 그의 존재 자체가 팀에 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감독은 "높이가 있는 오세근이 가세하면 리바운드, 수비, 속공에 힘이 붙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세근이 수비센스도 탁월하기 때문에 감독으로서는 전술을 펼쳐가기가 수월하다"고 덧붙였다.

 

오세근은 올 시즌 목표를 재차 묻자 마음을 다잡고 하나씩 차분하게 얘기했다.

"첫 번째는 다치지 않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신인 시즌에 한 것만큼 수비를 잘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일단 그렇게만 하면 다른 목표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믿어요."

 

jangj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23 18:4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