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다문화 방송인' 꿈꾸는 印尼 여성 김야니 씨

posted Sep 1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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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한국에서 방송 활동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는데…그런 쪽으로 일이 자꾸 생기니까, 다문화시대에 필요한 외국 출신 배우가 되어도 나쁘지 않잖아요."

 

9년 전 한국인과 결혼한 인도네시아 여성 김야니(34) 씨는 16일 "한국에 온 뒤 한때 '가수'라고 불린 적도 있고 다문화 콘텐츠가 많이 필요한 시대라 그런지 방송 관계 일도 꾸준히 들어온다"며 이렇게 말했다.

 

야니 씨는 현재 산업인력공단 부산 남부지사에서 4년째 자국민들을 위한 통ㆍ번역 등의 일을 하고 있다.

 

한국에 일하러 오는 자국민들을 돕는 일도 보람있는 일이고 이들을 고용한 한국 기업을 돕는 일이기도 해 열심히 하고 있다.

 

그는 또 두 달째 부산KBS '아침마당' 코너에 출연하고 있고 수시로 방송 프로에도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이미 부산 일대에서는 방송인으로 통한다. 부산경남지역 방송에서 농어촌을 배경으로 만든 드라마 '웰컴 투 가오리'에서도 여주인공인 인도네시아 신부로 1년10개월간 출연해 2011년말 '눈물의 여왕' 상을 탔고, 주간 프로인 MBN 토크쇼 '소문난 며느리'에도 한달여 동안 출연했다.

 

지난해에는 '아줌마 미인대회'인 미시즈코리아월드에서 '베스트 탤런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금도 근무가 없는 날에는 방송사에 가는 날이 많다.

 

인도네시아에서 1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난 그가 한국에 온 것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회사에 취직한 것이 인연이 됐다.

 

일을 잘한 덕분에 회사 측에서 본사 파견 근무할 기회를 줬고 2000년부터 2년간 한국에서 일하다 남편을 만났다.

 

비자기한이 만료돼 인도네시아로 돌아가 현지법인장 비서로 일하면서도 3년간 인터넷과 국제전화로 '원격연애'를 계속하다 2004년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부모님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두 사람의 의지는 더 강했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한동안 육아에만 매달렸지만 우리말이 서툴러 아이의 지적 성장에 방해가 될 것을 우려해 스스로 이웃들과 어울리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빨리 한국말 배우려면 밖으로 나가 한국인들과 어울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서울 명동에 있는 인도네시아 관련 회사에서 통ㆍ번역 일을 하면서 동사무소 등에서 진행하는 한국어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해 우리말을 열심히 배웠다.

 

1년 정도 우리말을 배웠을 무렵 경기도가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2010 한국어말하기대회를 열었고, 그는 "일단 나가서 실력 평가를 받아보자"는 심정으로 출전, 4등에 해당하는 장려상을 탔다.

 

이후에도 그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있을 때마다 출전했고 한 번도 빈손으로 돌아온 적이 없었다.

 

어느 해인가 사투리 말하기 대회에서는 부산사투리를 맛깔스럽게 구사해 문화관광체육부장관상과 상금 200만원 및 제주도 가족여행 항공권을 탄 적도 있다.

 

야니 씨는 "대회에 나갈 때마다 1등 하는 사람과 나와의 차이를 파악했고 잘 안 되는 발음을 교정하며 한국인들처럼 자연스럽게 말하는 법을 혼자 터득했다"고 말했다.

 

2011년에는 다문화전국노래자랑에 나가 인기상을 탔으며 이후에도 다문화예술제 등에서 노래를 불러 그를 가수로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요즘 야니 씨가 방송에 자주 출연하게 된 것도 이처럼 말하기나 노래 부르기 등 각종 행사 때마다 참가해 스스럼없이 끼를 드러낸 덕분이다.

 

그는 "결혼이주여성들도 집안일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자신의 재능을 살리는 쪽으로 사회활동을 열심히 하다 보면 한국에서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추석에는 경기도 수원 시댁에 간다는 그는 "외국에서 온 며느리들 서툴지만 다들 열심히 할 테니 구박 말고 잘 좀 봐 달라"고 말했다.

 

그는 2009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한국 음식은 못 먹는 것이 없지만 무슬림이라 여전히 돼지고기는 먹지 않는다.

 

 

kjw@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16 15:3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