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경축전> 경판 보전의 비밀·해인사의 고민

posted Sep 1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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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0여년의 비밀 품은 장경판전을 따라
760여년의 비밀 품은 장경판전을 따라
(합천=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팔만대장경을 760여년간 보관하고 있는 경남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 국보 52호 해인사 장경판전에서 선해 주지스님이 장경판을 든 채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고 있다. 2013.9.16 <<지방기사참고>> choi21@yna.co.kr
 

(합천=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합천 해인사 일주문을 들어서 고려대장경을 보관한 장경판전까지 가려면 108계단을 올라야 한다.

 

장경판전을 구성하는 수다라장(修多羅藏), 법보전(法寶殿), 동·서사간전(東西寺刊殿) 등 4개의 건물 기둥 또한 108개이다. 불교의 '백팔번뇌'를 상징한다.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인의 보물인 팔만대장경은 부처님의 말씀을 온전히 담았다는 의미도 중요하지만 보관시설인 장경판전 역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760여 년이 지나도록 나무로 된 경판을 온전히 보관해온 비밀에 관한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동시에 새로운 천 년 동안 대장경판을 어떻게 보전·보관할 것인지도 당면한 과제다.

 

현재 대장경은 몽골 침입으로 초조대장경이 불타고 나서 고려 고종 38년(1251년)에 다시 만든 것이고, 장경판전은 조선 초기 성종 19년(1488년)에 건립됐다.

 

760여년의 비밀 품은 해인사 장경판전
760여년의 비밀 품은 해인사 장경판전
(합천=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경남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에 있는 국보 52호 해인사 장경판전. 선해 주지스님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이 촘촘하게 쌓아둔 방을 따라 합장한 채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고 있다. 2013.9.16 <<지방기사참고>> choi21@yna.co.kr
 

건물은 최적의 환기와 온도로 경판의 변형과 부식을 방지하는 데 당시의 기술, 자재, 지식을 총동원해 지어졌다.

 

건물 위치, 건물배치와 좌향, 판가(板架)구조, 경판 배열 등에서 통풍이 잘 되고 적당한 일조량, 목판 보존에 최적의 조건인 항온·항습 상태를 유지하도록 돼 있다.

 

이를 위해 하지와 동지의 태양 고도는 물론 여름과 겨울 햇빛을 받는 시간도 계산된 것으로 보인다.

 

목재로 된 경판의 부패와 부식을 막으려면 내부에서 발생하는 습기와 외부에서 들어오는 햇빛을 최대한 억제해야 하는데 수다라장은 적당한 환기와 빛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건물 외벽에 붙박이 살창을 설치했다.

 

이 살창은 산 아래로부터 불어오는 바람과 기류를 최대한 실내로 끌어들이려고 벽면 아래·위와 건물의 앞면·뒷면의 살창 크기를 달리함으로써 원활한 통풍이 되도록 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팔만대장경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팔만대장경
(합천=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경남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에 있는 국보 52호 해인사 장경판전에 보관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팔만대장경. 2013.9.16 <<지방기사참고>> choi21@yna.co.kr
 

또한 뒤쪽 법보전까지 풍속을 유지해 전달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살창 크기를 조절했다.

 

건물 바닥도 숯가루가 포함된 맨 흙바닥으로 두고 천장도 빗반자 등으로 한 것 역시 습기가 바닥과 지붕 밑에서 조정이 되도록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다 경판 자체도 뒤틀림이나 굽음을 막으려고 양쪽에 나무 마구리를 끼우고 다시 마구리와 경판을 금속 장석으로 연결했다.

 

이 마구리 덕분에 8만여 장에 이르는 경판이 판가 위에서 서로 붙지 않아 글씨는 보호되고 동시에 통풍이 이뤄진다.

 

나무 재료로는 산벚나무를 가장 많이 채택했다. 학자들은 부식과 변형을 막으려고 고려인들이 경판 재료인 판자들을 소금물로 삶아 말린 것으로 보고 있다.

 

국보 52호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
국보 52호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
(합천=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경남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에 있는 국보 52호 해인사 장경판전. 고려시대에 제작된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건물로 벽면 아래와 위, 건물의 앞면과 뒷면의 살창 크기를 달리해 대류현상을 절묘하게 이용한 것이 특징이다. 2013.9.16 <<지방기사참고>> choi21@yna.co.kr
 

그렇지만 760여년을 거치면서 습기보다 해충에 의한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판 가운데 일부에 대해선 제작 당시 옻칠을 했고 칠을 하지 않은 경판에 비해 보존상태가 좋은 점을 들어 균이 서식하지 못하도록 전체 경판에 옻칠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작업에는 엄청난 경비가 소요되는데다 구체적인 실행방법을 어떻게 할지 추가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해인사는 오는 27일 개막되는 대장경축전을 앞두고 장경판전 건물 외곽에 관광객들이 부분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허용하기로 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보안에 엄청나게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축전 조직위와 소방서 공동으로 폭발, 붕괴, 화재 등에 대비한 종합훈련을 했다.

 

세계에 자랑할 대장경을 축전이란 공간을 이용해 널리 알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전이나 보관이란 측면에서 보면 너무나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일임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b940512@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16 11:2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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