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시대지만, 영화는 '비디오 여행'이죠"

posted Sep 1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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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회 맞은 MBC '출발 비디오 여행' 강민구 PD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20년째 일요일 낮이면 어김없이 시청자를 찾아오는 프로그램이 있다.

 

한가로운 일요일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하는 수많은 영화 팬의 길잡이. 바로 MBC의 대표 영화 정보 프로그램 '출발! 비디오 여행'이 15일로 1천 회를 맞았다.

 

'출발! 비디오 여행'의 제작사인 아피아스튜디오 강민구 PD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까지 오래 방송되리라 전혀 예상치 못했다. 순간순간에 충실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강 PD는 2003년부터 10여 년간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1993년 10월 '비디오 산책'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방송된 '출발! 비디오 여행'은 그동안 '왜' '결정적 장면' '거들떠보자' 등 다양한 코너를 통해 차별화된 영화 정보를 전달해왔다.

특히 개그맨 김경식의 재치 있는 진행으로 두 영화를 비교해 소개하는 코너 '영화 대 영화'는 영화 정보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코너 포맷으로 자리잡을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현재 전체 프로그램 진행은 양승은, 김대호 아나운서가 맡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저희 프로그램밖에 없어서 괜찮았지만, 이후 한국영화 붐이 일면서 다른 프로그램들도 생겨났죠. 시청률 싸움으로 힘들었어요. 제가 처음 프로그램을 맡았을 때도 시청률 경쟁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그 경쟁을 '출발! 비디오 여행'은 이겨냈다. 그리고 그 누구도 따라잡기 어려운 역사를 써냈다. 성과가 뿌듯할 것 같다.

 

"요즘 방송 환경을 보면 프로그램이 정말 많이 바뀌고 생기고 없어져요. '출발! 비디오 여행'은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영화 정보에 특화해서 오랜 기간 방송이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또 시간이 흐르며 프로그램이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는 생각도 들어요. 비디오라는 단어가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됐는데도 여전히 제목에 사용되는 것을 보면 더 그렇죠."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어떤 순간 가장 뿌듯하냐고 물었더니, 역시 영화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나는 대답이 나온다.

 

"소외된 영화를 소개했는데 갑자기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거나 사람들이 대여점에서 찾기 시작한다든가 관심을 가져주면 가장 뿌듯하죠. 예전에는 비디오 대여점 주인분들의 항의 전화도 종종 받았어요. 괜히 대여점에 없는 영화를 소개해 손님이 계속 찾는다구요.(웃음)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를 소개했는데 반응이 좋으면 '의미있는 영화를 소개했구나'하는 나름의 뿌듯함이 있어요."

 

프로그램 역사가 워낙 길고 인터넷 환경도 많이 변하다 보니 구성에도 자연스럽게 변화가 있었다.

 

"과거에는 신작 영화를 다루는 비중이 70%였다면 지금은 30-40%에요. 예전에는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 시청자가 방송에서 정보를 얻으니 신작 정보를 많이 드려야 했지만, 이제는 여러 경로로 정보를 먼저 얻으시기 때문에 잘 모르는 옛날 작품이나 유명한 작품의 숨겨진 이야기를 많이 전하려 해요."

 

지나온 1천 회를 돌아보며, 강 PD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2천 회 달성일까, 아니면 10년 더 방송하는 것일까.

 

"구체적인 목표를 가져본 적은 없어요. 한 주, 한 주가 급하니까요.(웃음) 지금 생각하는 목표는 영원히 프로그램이 끝나지 않는 거예요. 선배들이 해온 10년을 받아서 10년을 했으니 언젠가 앞으로 다른 후배들이 받아서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어요. 상황에 따라 물론 조금씩 콘셉트는 바뀌겠지만요."

 

오랜 기간 프로그램이 지속하면 대체로 제작진은 중심 가치를 지키는 것과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을 겪게 된다.

 

"제작진이 항상 이야기하는 것들이 있어요. 첫째는 '어떤 영화가 소개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으면 무조건 잘 만들자'에요. 재밌게 포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둘째는 '우리 기획의도는 길잡이다'에요. 코너 자체의 재미에 집중해 너무 예능적으로 만들면 기획의도와 맞지 않게 되죠. 이 둘을 바탕으로 조금씩 바꾸려 합니다."

 

지난 20년 프로그램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은 바로 영화를 사랑하는, 또는 영화를 즐기는 시청자였다.

 

"시청자께 가장 감사하죠. 그동안 봐주시고 애정을 가져주셔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가끔 잘못할 때마다 매도 맞았지만, 그것도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모두 시청자들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출발 비디오 여행' 진행하는 양승은.김대호 아나운서.

hapyry@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15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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