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5자회동, 큰 성과없고 이견만 확인
22일 오후 2시59분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5자 회동차 여야 대표·원내대표를 먼저 맞기 위해서 접견실로 들어왔다. 1분 뒤인 오후 3시. 김무성 새누리당·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원유철 새누리당·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나란히 입장했다. 회동시작은 화기애애했다.
문재인, 국정화 문제제기…박대통령 “정치적 문제 변질 안타깝다”
첫 주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였다. 문 대표가 먼저 문제를 제기했다. “국민들은 역사 국정교과서를 친일미화, 독재미화 교과서라고 생각합니다. 또 획일적인 역사교육을 반대합니다.” 뒤이어 발언한 이종걸 원내대표도 이에 힘을 보탰다. 이후 이들은 토론에 가까운 국정교과서 논쟁을 벌였다.
박 대통령 "現교과서, 대한민국 아닌 北정통성 서술한 좌편향"
박근혜 대통령은 현행 검·인정 체제의 한국사 교과서와 관련, "결국은 하나의 좌편향 교과서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국정교과서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및 이종걸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박 대통령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르쳐야 한다는 점 ▲현재의 검·인정 교과서는 대한민국을 태어나서는 안될 부끄러운 나라로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자부심과 정통성을 길러줘야 한다는 점 ▲통일 시대를 대비해 올바른 역사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 등 3가지 측면에서 국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박 대통령은 "현재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교과서에는 대한민국은 태어나선 안될 나라이고 북한에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서술돼있다"며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정통성을 심어줘야 통일시대를 대비한 미래세대를 올바르게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복잡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 우리 미래세대가 혼란을 겪지 않고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을 갖기 위해서라도 올바른 역사교육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의 80%가 편향된 역사관을 가진 특정인맥으로 연결돼 7종의 검정 역사교과서를 돌려막기로 쓰고 있다"며 "결국은 하나의 좌편향 교과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새정치연합 이 원내대표가 "부끄러운 역사로 보이는 게 어떤 부분이냐"는 질문에는 "교과서가 그런 내용으로 기술돼있다는 것은 책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답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노력이 정치적 문제로 변질됐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한 뒤 "국민 통합을 위한 올바르고 자랑스런 역사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밝힌 박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과 관련, 여야는 각각의 회동결과 브리핑을 통해 유사한 취지로 대통령 발언을 전했다. 여야 브리핑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현행 교과서는 태어나선 안 될 정부, 못난 역사로 아이들에게 가르치는데 이렇게 패배주의를 가르쳐선 되겠는가"라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이것을 바로 잡자는 순수한 뜻"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전교조와 민족문제연구소 등 특정인맥으로 집필진이 구성돼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6.25 전쟁에 관해서 남과 북 공동의 책임을 저술한 내용을 봤다"며 "우리 역사를 비하하는 역사서술,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인하고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을 부끄럽게 여기게끔 기술돼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려는 노력이 정치적 문제로 변질되는 점이 안타깝다”면서 “국민통합을 위한 올바르고 자랑스러운 역사교과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도 “역사교과서는 국사편찬위원회와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여야 정치권은 국회에 산적한 현안 법안들을 처리하는데 힘을 쏟자”고 제안했다. 테이블에 앉은 5명 사이에 날선 공방이 오갔다는 관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이날 회동에서 학생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뜻을 같이 했지만,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선 의견을 달리했다고 김 수석은 말했다. 이날 회동에서 여러 의제중에서도 역사교과서 문제로 30분 정도 대화가 진행됐고 "토론 수준으로 진행됐다"는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의 브리핑에 비춰 교과서 문제를 둘러싼 격론이 오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일치되는 부분이 안타깝게도 하나도 없었다”면서 “거대한 절벽에 마주한 것 같은 암담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3자 회동 이후 약 7개월 만에 1시간50분이나 머리를 맞댔지만 ‘소득’은 없었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역사인식이 상식과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면서 “한마디로 왜보자고 했는지 알 수 없는 회동이었다. 정말 안타깝다”고도 했다.
경제활성화도 이견…문재인, “청년일자리 창출 원론만 일치”
경제 이슈도 주요 화두였다. 다만 여야간 방점이 달랐다. 먼저 테이블에 오른 건 여권이 주장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관광진흥법 개정안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 등 경제활성화 법안이었다. 박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의 결단으로 이번 정기국회 내 반드시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아들딸들을 생각만 해도 너무 안타깝지 않느냐”고도 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박 대통령은 한·중, 한·뉴질랜드,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조속한 비중을 촉구했다. “11월 중순까지는 비준동의 절차를 완료해 연내에 발효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정교과서 정도는 아니었지만 경제활성화 역시 이견이 있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을 작년처럼 법정시한 내에 처리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예산이 늑장 처리돼 제대로 안되면 서민 삶이 어려워지고 경제 재도약의 기회를 놓칠 수 있는 만큼 국회가 전통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문제에 대해서도 "금번 이산상봉을 계기로 전 이산가족의 명단 교환은 물론 이산상봉을 정례화해야 하며 인도적 차원의 남북교류를 적극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박 대통령은 회동 말미에 "19대 국회가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며 "3년 동안 부탁한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을 꼭 통과시켜 주고, 서비스산업에 많은 일자리가 있는 만큼 관련 법안도 꼭 통과시켜서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그래서 헌정사에 남는 유종의 미를 19대 국회가 거둬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회동은 오후 3시부터 4시48분까지 진행됐다. 김 수석은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 성과와 경제정책을 비롯한 각종 현안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고 진지한 대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는 “딱 하나 일치된 건 청년 일자리 창출 원론이었다”고 말했다. 경제활성화 법안들의 각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야당은 오히려 경제민주화 의제를 꺼냈지만, 이 역시 논의가 여의치 않았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으로부터) 경제민주화 의제에 대해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별도 합의문 없어
이날 5자회동 이후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특히 정가의 최대화두인 국정교과서 문제는 이견만 확인하는 수준에서 논의는 일단락됐다. 이 때문에 회동에도 불구하고 추후 여의도 정가의 극한대치는 계속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여야는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등을 추후 여야 원내대표·정책위의장·원내수석부대표간 ‘3+3 회동’을 통해 각론을 논의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 국정교과서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완전한 합의는 이끌지 못했지만 정국을 보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호평했지만, 이종걸 원내대표는 “마치 국민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섬에 다녀온 느낌이다. (박 대통령이) 냉장고에서 더운 밥을 꺼내려 한 것 같다”며 혹평했다.
엄원지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