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사태, 복지부 압력인가? 본부장 판단미스인가?

posted Oct 2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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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사태, 복지부 압력인가? 본부장 판단미스인가?

 

국민연금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 무엇이 문제인가?

 

국민연금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CIO)의 연임문제에 제동이 걸렸던 것을 두고 투자금융 업계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그중에는 '삼성물산 합병건' 때문이다는 지적이 가장 큰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2013년 제6대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선임돼 무려 400조원이나 되는 돈을 굴려온 홍 본부장은 오는 1132년의 임기가 끝나 일찍부터 그의 연임 여부에 이목이 쏠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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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광 국민연금 이사장이 연임은 안된다는 결정을 내리기로 했으며 국민연금 측은 1012일 홍 본부장에게 이 같은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 본부장의 연임문제를 두고 업계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한 비판연금기금 지배구조 개편안과 관련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의 이견이 최광 이사장의 홍본부장에 대한 연임 불가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경제개혁연대는 홍 본부장이 '삼성특혜' 논란으로 국민연금의 신뢰를 훼손했다며 그의 연임을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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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연대에 의하면, “홍 본부장은 지난 7월 사기업인 삼성물산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이 투자위원회를 열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안건 찬성 결정을 내린 직후부터 국민연금은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주주가치를 희생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당시 국민연금은 합병 안건에 대한 내부 검토와 의사결정 과정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지만, 의결권행사 자문기관들이 일제히 합병 반대를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찬성을 결정했고, 중요한 안건에 대해서는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넘겨 입장을 정해왔던 전례를 뒤엎고 투자위원회 자체 의사결정을 강행함으로써 '삼성특혜'라는 비판을 자초한 바 있다.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사실

 

홍 본부장의 '판단'2015년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연금 자체적으로 합병 안건에 대해 검토한 내용이 공개돼 주목을 받았는데, 국민연금 스스로 삼성물산 주식이 저평가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었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적정 합병비율을 1:0.35가 아닌 1: 0.46으로 산정했으며, 투자위원회 결정 당시 위원 12명 중 3명이 기권하고 1명이 중립을 취하는 등 내부에 상당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개혁연대는 107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이러한 안건의 특성과 과거 전례상 삼성 합병 안건은 명백히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정하기 어려운 사안에 해당된다"면서 "이를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넘겨 결정하도록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 투자위원회는 굳이 자체 의사결정을 강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증인으로 국정감사장 출석한 홍완선 본부장은 내부 규정을 신중하게 검토하여 적법하게 처리했다는 말 이외에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삼성물산 주주로서 불리한 합병비율에 왜 찬성했냐는 비판에 대해서도 홍 이사는 제일모직 주식을 동시에 갖고 있어 상쇄했다는 변명만 늘어놓았다. 홍 본부장이 삼성물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다는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나 삼성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홍 본부장은 이재용 부회장과 만나기 전 삼성물산 CEO와 만났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원했던 충분한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는 홍 본부장 스스로 합병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삼성물산 CEO로부터 합병 필요성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 국민연금은 합병에 반대해야 할 일이지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추가 설명을 들을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 CEO가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이재용 부회장은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은 어불성설일 뿐더러, 다른 주주들이 합병에 반대하는 이유는 바로 이재용 부회장 일가 몇 명만이 합병을 통해 이득을 본다는 것이었는데, 그 당사자인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는 것은 그 자체로 국민연금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그렇기 때문에, ‘삼성물산 CEO 면담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일이란 합병 필요성에 대한 판단 문제가 아니라 합병 성사를 위한 조율이었다는 의혹, 나아가 홍 이사의 사후 보장 문제였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공공기관 국민연금이 사기업인 총수일가 재벌만 챙긴 꼴

 

결론적으로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서도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어야 할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고, 이와 관련한 절차적 정당성도 인정받지 못했다. 오히려 제기되는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해 감사원 감사가 정식으로 요청되기에 이르렀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어떻게 국민연금공단을 믿고 소중한 노후은퇴 재산을 맡길 수 있겠는가"라고 따져 물으며 "가뜩이나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국민의 재산보다 재벌 총수일가의 재산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불신까지 더해지면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홍 본부장이 주주가치에 반하는 의결권 행사로 공정성 논란을 자초한 데다 국회 국감에서도 이를 제대로 해명하지 못해 국민 신뢰회복 차원에서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광 이사장의 국민연금공단의 홍 본부장 연임 반대 조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해 외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묻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이 거셌던데 따른 문책성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기금운용본부의 독립공사화를 골자로 하는 정부의 국민연금기금 지배구조안에 대해 최광 공단 이사장과 이견을 보여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은 조만간 후임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공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만약 임기 내 후임자가 선임되지 않으면 홍 본부장은 임기가 끝나더라도 후임자가 뽑힐 때까지 본부장 직을 유지하게 된다.

 

국민연금 최광 이사장, 한 언론에 격정토로

 

한편,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불가 결정을 두고 보건복지부로부터 자진사퇴 압박을 받는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21일 복지부에 사퇴 조건으로 모종의 제안을 했고, 이에 대한 복지부의 수용 여부를 보고 사퇴여부를 고민하겠다고 한 언론에 밝혔다. 그는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제안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는데 자신이 내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당장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최 이사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일련의 사태 전개과정에서 자존심을 훼손당한 데 대해 격앙된 어조로 울분을 토했다고 전해진다. 자신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복지부와 충분한 협의끝에 기금운용본부장 연임불가 결정을 내렸는데, 항명이니 월권이니 하는 말을 듣는 데 대해 "도대체 내가 무슨 항명을 했고 월권을 했냐"면서 "제가 정신나간 놈입니까. 저한테 이렇게 하는 분들 천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이사장은 복지부가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길 기대하고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해 장기전 태세마저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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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의 비()연임 결정을 한 이유에 대해 기금이사의 임기 2년을 지켜보면서 평가한 결과, 연임을 시키면 큰일이 나겠다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또 누군가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 구도를 정해놓고 그렇게 밀어붙이려다 막히니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됐다면서 배후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다음은 최 이사장과 인터뷰한 언론과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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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의사를 밝혔나?

 

사퇴는 내가 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 사퇴하라고 하는 게 아니다.

 

어제 정진엽 복지부 장관을 만나서 어떤 제안을 받고 3시간 동안 고민하다가 밤 1030분께 전화해서 복지부 제안을 받을 수 없다고 하고, 제가 생각하는 안을 제시했다. 오늘 오후에 복지부에 다시 전화해서 하루 정도 말미를 줄 테니 내 제안에 대한 답변을 달라고 했다. 아마도 오늘(21) 장관에게 보고됐을 것이다. 복지부에서 시한을 지켜서 답변을 주면 좋겠지만, 시한을 넘기더라도 답변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그걸 검토해서 다시 (거취를) 고민해보겠다. 저로서는 제 제안이 수용되기를 바랄 뿐이다.

 

-- 복지부가 거절하면?

 

복지부가 내놓을 답변을 봐야지 얘기할 수 있다.

 

-- 사태가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느냐?

 

그건 아무도 모르고, 누구도 장기적으로 가는 걸 원하지 않을 것이다.

 

-- 현재 심정은?

 

짓밟혔다는 느낌이다. 내 편을 들라는 얘기가 아니고, 도대체 내가 무슨 항명을 했고 월권을 했느냐. 다른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 연임과 관련해 복지부 장관과 협의했고, 연임불가 결정을 내렸다. 제가 무슨 정신 나간 놈이냐. 복지부와 상의도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하게. 830일부터 종합 국감을 받을 때까지 40일간 협의했다. 전임 전광우 이사장 시절에 이미 기획재정부에 문의해서 기금이사의 연임 여부 결정이 이사장의 고유권한이라는 유권해석을 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들어 알고 있다. 저한테 이렇게 하는 분들 천벌받을 것이다. 명색이 전직장관이고, 산하기관장인데, 상급기관인 복지부가 지켜줘야지, 누가 지켜주겠느냐.

 

-- 사태의 본질은?

 

본질은 너무도 간단하다. 내부 인사문제다.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과는 알력이 없다. 그 사람한테도 우리가 여기에 일하러 왔다, 열심히 제대로 하자 그렇게 말했다. 그동안 기금이사의 임기 2년을 지켜보며 실적, 리더십, 조직관리, 운용철학 등을 놓고 평가를 했다. 그 결과 연임을 시키면 큰일 나겠다고 판단했다. 토종 CIO(최고기술경영자)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규모가 500조를 넘고 조만간 1천조원이 될 텐데, 이런 상황에서 기금운용과정에서 수익이 마이너스 2%가 되면 (기금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나는 만고의 역적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기금운용 걱정 때문에 잠을 못 잔다. 200명에 불과하던 기금운용인력을 내가 이사장으로 와서 2년 만에 340명으로 늘린 것도 그런 이유다. 내가 뭘 잘못 했느냐. 잠을 설쳐가며 기금운용을 열심히 잘하려고 했는데, 칭찬은 못해줄망정 이게 뭔가. 내가 내 사람을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앉히려는 것도 아니고. 소위 경상도 사투리로 '쌔빠지게' 일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학대하고 이럴 수 있느냐. 하늘에서 천벌을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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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태가 왜 이렇게 확산했다고 보나?

 

누군가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구도를 정해놓고, 그렇게 밀어붙이려다 내가 안 된다고 하니까……. 참 답답하다. 이렇게 되면 나만 죽는 게 아니고 대한민국이 죽는다. 나는 기금운용과 연금제도 관리에 힘쓴 죄밖에 없다.

 

-- 궁지에 몰린 형국인데.

 

그건 나한테 묻지 말고, 나를 궁지에 몰아넣은 사람한테 가서 왜 (최광 이사장을) 궁지에 몰아넣느냐고 되물어봐라. 부덕의 소치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모든 일이 서로 협의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공인 대 공인으로 공적인 일을 놓고 의견교환을 하는 것이다. 주먹다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협의과정에서 상대편의 인격을 존중해줘야 하는데, 본질적인 문제를 제쳐놓고 나를 일방적으로 조직관리도 못 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매도해서, 그게 불만이 크다. 일을 이렇게 꼬아놓은 사람들이 나한테 되레 일을 해결하라고 하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느냐. 언론들도 사실을 알려줘야 하는데, 언론이 지레 먼저 판단을 해서 일방적으로 쓰는 것도 문제다. 독자에게 적어도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사실대로 전달하고 국민이 각자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아무튼 이 문제가 빨리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 참으로 간단하고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는데, (왜 일이 이렇게 됐는지)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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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