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화가치 주요국중 최대폭 상승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홍정규 기자 = 원화가치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신흥시장국 통화 가운데 단연 두드러지는 강세다.
경제 여건이 상대적으로 튼튼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가 크다는 의미다. 그러나 엔저(円低·엔화가치 하락) 현상에 국제유가 상승까지 겹쳐 수출에 차질을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버냉키 쇼크' 이후 석 달 반 동안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는 2.45% 올랐다.
버냉키 쇼크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지난 5월22일 "여건에 따라 자산 매입 속도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언급하자 본격화했다.
그는 6월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나선 "미국 경제가 연준 전망대로 가면 FOMC는 연말께 자산매입 규모 축소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충격파를 키웠다.
버냉키 쇼크가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원화가치는 오히려 올랐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줄곧 하락, 이 기간 가장 낮은 달러당 1,086.8원에 전날 거래를 마감했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가계부채 등을 고려하면 한국 경제가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데도 환율 하락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원화가 상승세를 타니 원화 수요가 늘고 환율이 더 하락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원화 가치는 신흥국 통화 가치와 정반대로 움직였다.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는 사이 원화 가치는 '나 홀로 상승'한 것이다.
아시아 신흥국 중에선 인도 루피화(-14.69%), 인도네시아 루피아화(-11.76%), 말레이시아 링깃화(-8.48%), 필리핀 페소화(-6.85%), 태국 바트화(-7.11%) 등 거의 모든 국가의 통화 가치가 급락(환율 상승)했다.
아시아 밖에서도 브라질 헤알화(-10.49%), 러시아 루블화(-5.77%), 멕시코 페소화(-5.57%), 노르웨이 크로네화(-4.36%),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3.98%) 등의 통화 가치가 맥을 못 췄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 아직 불확실한 가운데 신흥국 불안 요인이 부각된 결과"라며 "한국은 상반기의 남북관계 리스크가 진정돼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는 뜻이지만, 수출에 경제 회복의 동력을 기대해야 하는 한국으로선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수출 시장에서 경쟁하는 일본 엔화가 원화보다 약세를 보이는 데다 국제유가마저 오르고 있어 '삼중고'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최근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100원을 하향 돌파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5일 약 1개월 반 만에 달러당 100엔대를 다시 넘어섰다.
원자재 시장에선 두바이유가 지난 4월18일 배럴당 96.71달러에서 전날 110.31달러까지 올랐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4월17일 배럴당 97.25달러에서 전날 116.12달러까지 상승했다.
정 연구원은 "상반기에 엔저에 대한 우려로 다소 진정되는 듯했던 엔화 가치가 최근 다시 달러당 100엔을 돌파하면서 수출에 대한 악영향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원화가치 상승, 엔화가치 하락, 국제유가 상승은 한국의 주요 성장 동력인 수출에 타격을 주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2.8% 가운데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절반을 넘는 1.5%포인트에 달한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일본에서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이 나와 엔화 가치가 더 낮아지면 한국 수출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올해 여름 '시리아 사태'와 미국 휴가철의 계절적 요인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한 것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10 08:0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