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내년, 우리경제에 영향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내년 정도 되어야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 9월 중국의 경기둔화와 신흥국 위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에 따라 기준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연준은 이후 연내 금리인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금리인상을 가로막은 대외여건이 앞으로 한두 달 사이에 개선되기는 어렵게 보인다.
특히, 이달 초에 나온 미국의 비농업부문 고용지표는 예상했던 것보다 실망스러운 수준이어서 미국경제의 소프트패치(경기 회복기의 일시적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만 커졌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에 글로벌 금융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금리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미국의 9월 고용이 예상을 크게 밑돌면서 FF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내년 3월에나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은 올해 10월 가능성을 8%로 반영했고, 같은 해 12월은 37.4%로 평가했다.
이는 내년 1월(44.9%)이나 3월(59.3%) 가능성보다 크게 낮은 것이다. 미 노동부가 이달 초에 9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14만2천명 증가해 시장의 예상치 20만3천명을 밑돌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개월 연속 20만명 아래에 머문 것이다. 20만명은 대체로 안정적인 고용 개선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이체방크와 BNP파리바 등이 올해 12월에서 내년 3월로 금리인상 시기 전망을 수정했다.
바클레이즈와 토론토-도미니온(TD)은행은 이미 내년 금리인상을 예상했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12월 금리인상을 고수했지만 생산둔화와 고용 때문에 연준이 '제로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면서 2016년이나 그 이후에 기준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ING그룹과 스티펠 파이낸셜, ITG 인베스트먼트 등도 내년 금리인상을 점쳤다. PNC파이낸셜과 미쓰비시 UFG, 크레디트스위스, 프레스티지 이코노믹스, 재닛 몽고메리 스콧 등이 12월 전망을 고수하면서도 고용지표 때문에 그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중국 및 신흥국 위기 해소될 기미 보이지 않아
중국이나 신흥국 위기도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 증시는 7~8월 폭락 장세 후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기 둔화세가 얼마나 깊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큰 신흥국 경제를 놓고서는 최근 들어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수요 둔화로 인한 자원 수출국의 경제 위기에다 자본 유출 우려에 따른 통화가치 급락은 신흥국을 더 취약하게 만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일 "현재 세계 금융의 가장 큰 위기 요인은 신흥국 시장"이라고 경고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신흥국 시장의 민간기업은 5년간 이어진 세계 경제 저성장 속에서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초과 채무는 3조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흥국은 여전히 취약하고 유동성 위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불안정한 금융시장을 진정시키려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IMF는 강조했다. IMF는 또 심각한 위기의 출발점이 중국이라면 더 나쁜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MF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보다 0.2%포인트 낮은 3.1%로 예상했다. 신흥국과 개도국 성장률 전망치도 0.2%포인트 낮춰 4.0%로 예상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달 아시아 신흥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월보다 0.3%포인트 낮춘 5.8%로 제시했다. 특히 올해 신흥시장에서는 1988년 이후 거의 30년만에 처음으로 자금 순유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이와 관련해 신흥시장의 자금 유출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신흥국 성장 둔화라는 '내부 악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금리인상 지연, 우리경제에는 어떤 영향 미치나?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과거 우려만큼 한국경제 및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는 아니라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금리인상이 지연되면서 시장이 한두달 정도 안도감을 느낄 수 있고, 달러화 강세가 잦아들면서 원화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지연이 신흥국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기에 자본유출 리스크가 두 달 이상의 잠복기에 들어가고 달러화 강세가 후퇴하면서 신흥국 통화가치가 강세를 나타낼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미국이 언제 금리를 올릴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은 계속 투자심리를 짓누르는 요인이 된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 같다는 등의 명확한 언급이 나오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겠지만 12월까지 금리가 인상되지 않는다면 "불확실성이 남는다는 문제가 있기도 하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독립변수가 아니기는 하지만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불안이 해소될지가 우리경제에도 문제다. 지금 금융시장이 미국의 금리인상 지연 덕분에 안정됐지만 중국이 의미 있게 회복하지 못하면 안도감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이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금리인상이 늦춰지는 것을 큰 호재로 보기 어렵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유동성 회수가 일어나지 않아 금융시장 입장에서는 환호할 일이다. 다만 미국이 금리인상을 못하면 달러화 강세가 시들해지고 유럽이나 일본이 환율전쟁에 나설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신흥국에 부담이 된다 금리 인상 지연이 이전처럼 환호받지 못할 것은 이런 이유가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