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스님 "선종 핵심 담은 육조단경은 행복지침서"

posted Sep 0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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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 스님 강설 육조단경' 발간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육조단경(六祖壇經)'은 부처님 제자 어록 가운데 유일하게 '경(經)'이 붙습니다. 선종의 종지(宗旨)가 담겼죠. 인류의 행복지침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선승(禪僧)인 조계종 원로의원 고우 스님의 '육조단경' 강의가 책으로 발간됐다.

 

고우 스님은 지난 2일 저녁 '고우 스님 강설 육조단경' 발간에 맞춰 마련한 간담회에서 "선어록은 많이 나왔지만 내용이 어려운데 '육조단경'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쉽다"며 "불교의 핵심을 쉬운 말로 정확하게 표현했기 때문에 '경'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육조단경은 육조 혜능대사(六祖慧能大師, 638-713)의 법문집이다. 혜능대사는 당나라 때 고승으로 문자를 배우지 못한 채 나무꾼으로 살다가 '금강경(金剛經)' 읽는 소리를 듣고 출가해 돈오(頓悟)하고 6조가 됐다.

혜능대사는 43인의 제자에게 선(禪)과 깨달음을 전했는데 그 법맥이 한국의 구산선문(九山禪門)과 조계종(曹溪宗) 등으로도 이어졌다. 조계종과 조계사의 '조계'는 혜능대사를 상징한다.

혜능대사 열반 1천300주기에 맞춰 발간한 이 책은 고우 스님이 2004-2005년 스님과 재가자를 대상으로 벌인 강의를 묶은 것이다. 강의 내용을 정리한 뒤 보완하고 수정하는 작업에만 거의 10년이 걸린 셈이다.

 

고우 스님은 "문자에 의지하지 않고 생활화, 체질화한 불교가 선(禪)인데 선의 특색을 '가장 무식한 분(출가 당시 문자를 몰랐던 혜능대사를 지칭)'이 이해하고 이를 쉽게 이야기해 놓은 책이 육조단경"이라며 "어려운 논리 경전과 체질화된 생활의 중간쯤 되는 법문집"이라고 말했다.

 

이어 혜능대사가 말한 선지식과 '깨끗한 마음'에 대해 설명했다.

 

고우 스님은 "깨끗한 마음이라는 말에 불교가 다 들어 있다"며 "그런데 이 깨끗한 마음은 '깨끗하다-더럽다'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를 초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다 완성돼 있는데 그것을 못 깨닫고 있을 뿐"이라며 "이것이 선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고우 스님은 책에서 '선의 바른 안목'과 '일상생활에서 행복 찾기'를 지속적으로 안내한다.

 

"나라고 생각하는 게 존재한다는 생각이 바로 착각입니다. 다른 것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불교에서는 무아(無我)나 공(空)이죠. 내가 있다고만 생각하면 인간관계에 대립이나 투쟁이 많습니다. 부처님의 깨달음을 통해 존재원리를 보면 그게 없어지죠. 정치하는 사람이 그렇게 보면 진보와 보수가 경쟁하면서도 서로 인정하고 더불어 정책을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돈오돈수(頓悟頓修)와 돈오점수(頓悟漸修)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서는 "공부하는 방법이 다른 것일 뿐 우열로 따져서는 안된다"며 "돈오돈수는 수행과정에서 훨씬 애를 많이 쓰며 돈오점수는 깨달음을 체질화하는 과정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결국 고통을 앞에서 겪느냐 뒤에서 겪느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당대 선지식인 향곡 선사가 주석한 묘관음사에서 첫 안거 수행을 한 이래 평생 참선의 길을 걷고 있는 고우 스님은 문경 봉암사의 선원(禪院)을 재건하는 등 조계종 종립선원의 기틀을 다진 고승이다. 선납회(禪衲會, 지금의 전국선원수좌회)를 창립했으며 현재 경북 봉화 문수산 금봉암에서 수행하고 있다.

 

최근 전국선원수좌회 소속 승려들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연임을 반대하며 조계사에서 묵언정진(默言精進)하고 있다. 총무원장 선거는 다음달 열린다.

 

고우 스님은 "중은 중답게 살고, 종단은 불교답게 운영하면 잘 될 것"이라며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처리하지 못하니 당연한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식을 존재원리에 맞게 바꿔야 한다"며 "불협화음이 나오는 것은 의식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조계종 내 여러 계파가 총무원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려는 움직임이 종법에 어긋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경선 투표든 구성원 합의든 어느 것도 법에 저촉되지 않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근본은 화합"이라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큰 틀에서 봐야 하며 중도가 중요하다. 중도를 이해하면 여러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계종출판사. 472쪽. 2만8천원.

 

 

 

cool@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03 10:1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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