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IPO 60% 감소…금융위기 이후 최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조달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한국 주식시장이 빈사 상태에 빠졌다.
1일 국내 금융투자업계와 세계거래소연맹(WFE)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닥을 포함한 국내 주식시장의 IPO 규모는 총 2억2천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6월 말 기준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1조513억8천400만 달러의 0.02%에 불과한 액수다. 작년 상반기 IPO 실적(5억6천400만 달러, 0.06%)과 비교하면 59.6%가 줄어 거의 세 토막이 났다.
작년 역시 증시 자금조달 기능이 유례없이 위축된 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IPO가 실종됐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국내 주식시장의 IPO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상반기에 시가총액 대비 0.004%로 급감했지만 2010년 상반기에는 0.85%로 급증했다.
이어 2011년 상반기에는 0.24%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2012년 상반기에는 0.06%로 다시 추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수 자체는 작년과 큰 차이가 없지만 대형 건수가 사라진 까닭에 금액기준으로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세계 주요국 증시와 비교했을 때도 한국 증시의 IPO 실적은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올해 상반기 IPO 규모는 159억4천200만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무려 68억3천300만 달러(75.0%) 늘었다. 호주와 독일 증시의 IPO를 통한 자금조달액도 같은 기간 23억7천800만 달러와 23억7천만 달러씩 증가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의 상반기 IPO 규모도 작년보다 4억8천700만 달러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보다 큰 폭으로 IPO 금액이 줄어든 시장은 IPO 실적 비교가 가능한 21개 주요 시장 중 5개에 그쳤다.
불황기 대안시장으로 여겨졌던 나스닥의 IPO 규모는 미국의 경기회복 기대가 높아지면서 127억7천700만 달러(66.5%) 급감했다.
작년 상반기 37억7천700만 달러와 77억400만 달러의 IPO 실적을 기록했던 중국 상하이, 선전 증시는 올해 상반기엔 IPO가 한 건도 없었다. 유로넥스트와 말레이시아도 IPO 규모가 15억1천700만 달러(98.1%)와 28억9천900만 달러(83.4%)씩 줄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올해 상반기에는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화 약세 현상과 저성장 장기화 우려 등이 한국 IPO 시장의 발목을 잡았다"면서 "하반기에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이슈가 남아있어 개선을 확언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01 07: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