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침> 문화 (ECM 설립자 아이허…)

posted Aug 3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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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은 ECM 설립자 만프레드 아이허
한국 찾은 ECM 설립자 만프레드 아이허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독일 재즈레이블 ECM의 설립자 만프레드 아이허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 'ECM: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 전시 관련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3.8.30 ksujin@yna.co.kr
 

ECM 설립자 아이허 "잡음과 촉감까지도 모두 음악"

 

ECM 페스티벌 앞두고 첫 내한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제게 음악은 테이프에서 들리는 잡음, LP의 경우 판에 바늘이 닿는 순간, 판을 꺼내는 촉감까지를 포함하는 것입니다. 앨범 커버, 음악을 나열하는 순서, 음악과 음악 사이 쉬는 타이밍에도 제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모두 들어 있습니다."

 

세계적인 독일의 음반 레이블 ECM(Edition of Contemporary Music)의 설립자 만프레드 아이허(70)는 그 자체가 레이블의 철학이자 예술성을 의미한다.

 

ECM은 레이블이 보증하는 완벽한 품질, 상업성을 고려하지 않는 철저한 예술성, 진보적인 실험주의로 현존하는 재즈 레이블 중 가장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곳.

 

아이허는 1969년 ECM을 설립한 이후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1천400여 장의 음반을 발표하며 고집스럽게 '새로운 소리'를 추구해왔다. 레이블 이름처럼 재즈부터 클래식, 민속음악, 현대음악까지 장르와 영역을 뛰어넘어 '동시대 음악'을 폭넓고 독창적으로 담는다.

 

"결코 시장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다. 톤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들이 나를 감동시키는지에 대해 생각해왔다"고 말하는 그는 팻 매스니, 키스 자렛, 얀 가바렛 등의 '전설적 명반'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에스토니아 출신 세계적 현대음악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는 "아이허의 레코드 프로듀싱은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예술"이라고 평했다.

 

그의 총체적 예술 세계와 장인 정신을 감상할 수 있는 복합 페스티벌이 서울 곳곳에서 펼쳐진다. 전시 'ECM: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8월 31일-11월 3일 서울 아라아트센터), 영화제(8월 31일-9월 8일 서울아트시네마), ECM 아티스트 공연(9월 3-7일 서울 예술의전당) 등이 잇달아 열릴 예정이다.

 

페스티벌을 앞두고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그는 30일 종로구 견지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예술적인 요소, 시적인 요소가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동시대 음악으로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적인 요소, 독창적이고 개인적인 요소가 느껴지는 음악이 좋습니다. 직관적으로 탐구해보고 싶은 부분이 있어야 하죠. 절에서 들리는 소리든, 라디오헤드의 노래든 그것이 제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면 관심을 두고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어요."

 

ECM 사운드의 특징으로는 클래식 녹음방식을 재즈에 적용함으로써, 악기의 원음을 깨끗하고 또렷하게 담아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재즈 연주자의 즉흥적이면서 실험적인 연주 방식은 신비로움과 세련미를 더한다.

 

하지만 그는 이른바 'ECM 사운드'나 'ECM 요소'가 따로 존재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소리를 결정 짓는 것은 녹음 현장에서의 프로듀서와 엔지니어, 아티스트 간의 화학 작용"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배우가 같은 줄거리의 영화에 출연해도 어떤 감독과 함께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작품이 나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프로듀서와 아티스트, 엔지니어 간의 화학작용은 섬세하게 소리에 영향을 미치죠. 어떤 사소한 관계, 순간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ECM을 설명할 때 또 한가지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독특한 앨범 커버다. 고요한 자연과 적막한 도시, 형체를 알 수 없는 사물과 아름다운 추상화 등은 마음속에 '음악의 풍경'을 그려보게 한다.

 

아이허는 "내 기준에서 어떤 책을 읽을 때는 그 내용도 중요하지만, 책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 넘길 때의 감촉 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도 마찬가지"라며 "내게 음악이란 테이프에서 나는 잡음, LP판에 바늘이 닿는 순간, 판을 꺼내는 촉감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음악을 쉽게 내려받아 듣는 행위는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의 많은 부분을 놓치는 것"이라고도 했다.

 

sj9974@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30 21:1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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