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가뭄에 과수도 '헉헉'…추석 출하 비상(종합)

posted Aug 2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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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안익고 대추 덜 달려"…사과·배도 제대로 못자라

 

남부지역 한해 확산…닭·오리·물고기 등 폐사 잇따라

 

(전국종합=연합뉴스) 한 달 넘게 이어지는 폭염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가뭄으로 추석을 앞둔 농촌지역 농작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충북에서는 포도가 제때 익지 않아 수확이 지연되고, 전남 나주와 영암의 배도 제대로 자라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지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전국 최대 포도산지인 충북 옥천·영동의 경우 폭염 속에 포도가 성장을 멈추거나 제대로 익지 않고 있다.

주로 노지에서 재배되는 이 지역 포도는 해마다 광복절을 전후해 수확에 들어간다. 그러나 올해는 1주일 가까이 숙기가 더뎌지는 데다, 알 크기가 작고 당도도 예년보다 못해 농민들을 애태우고 있다.

 

포도의 경우 낮에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양분이 밤사이 과실에 축적돼야 하는데, 요즘은 낮과 밤의 온도 차가 크지 않아 영양분이 제대로 저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오는 23일 포도 10t을 뉴질랜드에 수출할 예정인 옥천의 청산·청성 포도작목반은 물량 확보를 못해 선적 일정을 나흘이나 미뤄놓은 상태다.

 

이 작목반의 김완수 회장은 "포도 숙기가 지연되고 물량도 줄어 수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며 "자칫 수출선이 끊기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개화기 냉해와 폭염 피해가 겹친 충북 보은의 대추 작황도 예년만 못하다.

 

이 지역은 1천200여 농가가 642㏊의 밭에서 한해 1천t이 넘는 대추를 생산하는 주산지다.

 

그러나 올해는 개화기 궂은 날씨 때문에 일조량이 부족했고, 연이어 몰아닥친 무더위 속에 총채벌레 등 해충까지 들끓어 작황이 나쁘다.

 

보은군과 농업기술센터는 현지조사를 거쳐 올해 대추 생산량이 지난해의 60∼70%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충주 사과와 나주 배도 제대로 자라지 않아 추석 대목 맞추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과와 배는 요즘 한창 과실에 살이 붙는 비대기(肥大期)지만, 폭염과 수분 부족으로 과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사과·배나무를 중심으로 잎이 마르는 '엽소현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강한 햇볕에 화상을 입는 과실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지역의 농협은 올해 상품성 있는 '대과(大果)' 생산 비율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통 배 100개를 수확하면 40∼50개가 '대과(大果)'로 분류되지만, 지금의 생육 상태를 고려하면 20∼30개 건지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나주영산포농협 박석훈 상무는 "올해 배 수확량은 평년보다 20∼30% 줄고, 값나가는 '대과' 비율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해가 심한 밭에는 관수시설을 최대한 가동해 물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해가 심한 전남 해남에서는 1천203㏊의 농경지가 가뭄에 타들어가고 있다. 이 중 919㏊는 과수를 포함한 밭작물이다.

 

또 최근들어 이 지역에서만 닭 2천500마리와 오리 4천마리가 폐사했고, 문내면 예락마을의 무고수로에서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등 가뭄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 지역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도 48%로 지난해(75%)보다 27%포인트 낮다.

 

농작물 피해가 확산하자 해남군은 가뭄대책상황실을 설치하고 한해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충북도농업기술원의 한 관계자는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줄이려면 땅이 너무 메마르지 않도록 수분을 유지하고, 미세 스프링클러를 이용해 햇볕을 차단하는 물안개를 만들거나 탄산칼슘 등을 뿌려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수확을 앞당기기 위해 칼슘이나 질소질 비료를 주는 경우가 있는데, 나무의 균형을 깨트려 오히려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조근영 송형일 황봉규 박병기 기자)

 

bgipark@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20 15:2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