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밖에서 예술세계 구축한 작가에 주목할 것"

posted Aug 1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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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예술제 '페스티벌 봄' 예술감독에 이승효씨 <<연합뉴스DB>>
 

페스티벌 봄 신임 예술감독 이승효씨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공연 중 실시간으로 북한 주민과의 교신을 시도하고('x:나는 B가 좋던데, y:나도 스물아홉이야'), 자신이 키우는 양을 직접 무대에 데려와 보여주는('양의 침묵') 등 상식을 뛰어넘는 방법으로 시대의 화두를 관객에게 던진다.

 

매년 봄 서울에서 열리는 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봄' 얘기다.

 

2007년 '스프링웨이브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돼 세계 다원예술을 선보이며 성장을 거듭한 이 축제가 최근 변화를 맞았다.

 

페스티벌을 창설해 6년간 축제를 주도한 김성희(47) 예술감독이 물러나고, 사무국에 새 피가 수혈된 것이다.

 

주인공은 제2대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이승효(29)씨다.

 

20대에 예술 계통이 아닌 공학을 전공한 이색 이력의 새 감독을 최근 대학로예술극장 내 카페에서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를 졸업한 후 도쿄예술대 예술환경창조학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공학도가 예술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과정이 궁금한데.

▲작곡을 하고 기타를 치며 학내 밴드에서 활동했다. 또 서울대 내 '축제하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에 참여했다. 캠퍼스 내에서 문화 운동을 해보자며 모인 집단이다. 밴드 '보드카 레인'의 보컬 안승준 씨, '브로콜리 너마저'의 윤덕원 씨 등이 이 모임 출신이다. 그때부터 축제 기획 등 문화 분야에 관심을 뒀다.

 

이후 전반적인 공부를 위해 일본으로 무작정 넘어갔다. 말하자면 이주노동자로 생활한 거다. 공사판에서도 일하고, 술집 점장도 하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대학원에 들어갔다. 당시 관심을 두고 있던 공연예술축제 '페스티벌/도쿄'의 기획자가 교수로 있는 곳이었다.

 

==그간 '페스티벌/도쿄'의 아시아 프로젝트 부문 기획자, 요코하마의 소극장의 '이자요이 요시다마치 스튜디오' 드라마투르그 등으로 활동했다. 일본을 거점으로 한 이유는 뭔가.

 

▲아시아라는 주제에 늘 관심을 두고 있었다. 한국은 서양의 시각으로 우리 문화를 이해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나는 한국 인접국에 관심이 더 많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의 맥락과 더 닿아있다고 생각했다.

 

==내년 '페스티벌 봄'을 일본에서 동시 개최한다는 계획도 이 같은 생각의 연장선에 있다고 판단된다. 이를 통해 이루고 싶은 바가 뭔가.

▲한일의 예술가 간 기본적인 레벨의 대화를 시작하고자 한다. '교류'라는 이름으로 자주 오가는 나라지만, 사실 우리와 이슬람 문화권 사람들 간 존재하는 이질성이 한일 간에도 존재한다. 겉모습이 비슷하게 때문에 이를 체감하지 못할 따름이다.

 

그래서 예술가들의 만남을 통해서 일단 기본적인 대화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이는 2-3년 전부터 개인적으로 계획하고 추진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다원예술이라는 개념이 대중에게는 아직 익숙지 않다.

 

▲'어떻게 말할 것인가'가 아닌 '무엇을 말할 것인가'에서 예술작업이 시작된다는 게 다원예술의 특징이다. 의식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배우·영상·춤 등을 필요에 따라 가져다 쓴다는 얘기다. 따라서 결과물을 놓고 보면 연극, 무용, 영화 어느 한 장르로 규정할 수 없게 된다.

 

==향후 '페스티벌 봄'의 방향은.

 

▲지난 6년 축제는 성장을 거듭했다. 예산 규모도 늘었고, 관객 수도 많아졌다.

하지만 덩치가 커지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 축제는 여러 예술 실험이 펼쳐지는 장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빅 네임'을 불러들여 축제의 규모가 커지면서 작품과 작가 간 위계가 형성된 면도 있다. 관객의 관심이 몇 명의 작가에게 쏠리게 되기도 했다.

 

지난 축제에서 초청한 로메오 카스텔루치·윌리엄 포사이스·제롬 벨 등은 사실 연극제나 무용제에 더 적합한 예술가들이다. 그동안 다원예술 작가라고 할 만한 예술가층이 두텁지 않았고, 축제의 성장을 위해 (전략적으로) 이들 세계적인 예술가를 '페스티벌 봄'에서 초청한 것이라고 본다.

 

세계에서 한국만큼 다원예술이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도 드물다. 현재 우리 예술계에 재미있는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활발히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작가들을 주목하려고 한다. 그동안 예술계에서 시선을 주지 않던 작가들, 대학을 중심으로 이뤄진 제도권 예술 밖에 존재하는 이들을 바라보려고 한다.

 

hrseo@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17 13:4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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