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경북 동해안 적조 확산…양식장 어류 10% 폐사

posted Aug 1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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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한 어류
폐사한 어류
(포항=연합뉴스) 포항의 한 양식장에서 적조로 떼죽음을 당한 물고기들이 물에 떠다니고 있다. 2013.8.13 shlim@yna.co.kr
 

울진서도 첫 피해 발생…"손쓸 방법 없어 막막합니다"

 

(포항=연합뉴스) 임상현 기자 = "정성껏 키우던 고기들이 죽어 나가는데도 손쓸 방법이 없습니다. 전 재산을 날렸는데도 고작 5천만원 보상으로는 살길조차 막막합니다."

 

13일 오후 유해성 적조로 15만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한 포항시 호미곶면의 양식장 2곳.

 

이 중 한 양식장의 주인 최모(60)씨는 배를 뒤집은 어류들이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보며 이젠 다 틀렸다고 탄식했다.

 

인부들은 뜰채로 죽은 물고기를 건져 대형 상자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경북 동해안에서 발생한 적조는 보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오히려 수온상승으로 적조 유입량이 증가하고 해류를 따라 북상하고 있다.

 

울진에서도 이날 기성면 구산리 양식장에서 어류 3만마리가 폐사하는 첫 피해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포항 앞바다는 지난달 27일 적조주의보가 발효된 이후 3일만에 적보경보로 대체되면서 지난 3일부터 구룡포읍과 장기·호미곶면 등 바다를 낀 3개 읍·면에서 물고기가 폐사하기 시작했다.

 

13일 현재까지 포항지역에서 폐사한 어류는 120만마리를 넘고, 피해액도 시세로 40억원에 달한다.

 

적조를 막아라
적조를 막아라
(포항=연합뉴스) 포항시는 포항해경과 함께 적조가 발생한 해역에서 고압살수기로 해수를 집중적으로 살포하는 등 연일 적조확산 방지에 매달리고 있다. 2013.8.13 <<포항시>> shlim@yna.co.kr
 

적조에 비교적 강하다는 전복도 15만마리가 폐사했다.

 

포항지역의 경우 육상 양식장과 해상 가두리양식장 등 92개 양식장에서 넙치와 우럭 등 1천130여만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번 적조로 양식어류의 10% 가량이 죽어 나간 셈이다.

 

더욱이 적조가 나타나기 전 한달여간 냉수대가 덮쳐 어류 60여만마리가 폐사하기도 했다. 냉수대에 적조까지 이어진 재앙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어민들에 대한 보상은 '새 발의 피'다.

 

현행법상 피해 규모와 상관없이 보상한도는 양식장 별로 5천만원이다.

 

양식업자 이모(45)씨는 "한순간에 기르던 고기 대부분이 죽어 나가는데도 보상은 쥐꼬리인데 뭔 말이 필요하냐. 말하기도 싫다"며 입을 다물었다.

 

최만달 포항시 수산진흥과장은 "현행법으로 보상한도가 정해져 있다"며 "어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경북 동해안의 적조는 울진 앞바다까지 확산되면서 강원도 앞바다마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폐사어류 수거
폐사어류 수거
(포항=연합뉴스) 해병대 1사단 장병들이 적조피해가 발생한 포항시 호미곶·장기면 피해 양식장에서 폐사한 어류 수거작업을 하고 있다.2013.8.13 <<해병대1사단>> shlim@yna.co.kr
 

경북 동해안 전역에 적보경보가 계속 발효 중이며,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에 수온이 상승하면서 고밀도 적조띠가 나타나 피해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포항시는 바지선, 황토살포기, 어선 40여척을 동원해 지역 전 연안에 황토를 살포하며 적조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해병대 1사단도 적조피해를 본 양식장에 장병들을 투입해 폐사한 어류 수거작업을 지원하고 있으나 폐사량이 워낙 많아 대부분이 양식장 수조나 저장용기에서 부패된 채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적조가 해류를 따라 계속 북쪽으로 확산해 태풍 등과 같은 기상 변수가 없는 한 9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피해 최소화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적조와 별 상관이 없는 횟집들도 손님 감소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휴가철 성수기인데도 횟집이 몰려있는 포항 죽도시장과 영일대해수욕장 인근 상가 등에는 적조로 인해 손님들이 줄면서 매출이 20∼30% 감소하고 있다.

 

상인 이순옥(49·여)씨는 "적조는 인체에 무해하고 활어와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손님들이 심리적으로 꺼림칙하게 생각하면서 회를 외면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shlim@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13 13:3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