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앞둔 8·15…한일정상 입과 발에 '주목'

posted Aug 1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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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 참석하는 박근혜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 과테말라 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입장하고 있다. 2013.8.8 jeong@yna.co.kr

 

       박 대통령 경축사·아베 총리 야스쿠니 참배여부 주목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한일관계 달력에서 가장 굵은 동그라미가 쳐진 8·15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일인 이날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의 경축사에 담길 메시지,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靖國) 참배 여부 등이 한일관계를 추가 악화로 몰고 갈지, 새로운 모색의 기회를 제공할지 주목된다.

 

◇한일 극명한 인식차 속 8·15 양국 정상 행보 주목 =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 닷새후 맞이한 작년 8·15때에 비해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을 정도로 현재 한일관계는 최악이다.

 

작년 12월과 올 2월 일본과 한국 새 정권이 잇달아 출범한 이후 정상회담이 한차례도 열리지 못하고 있으며, 전통의 '의원외교'로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모색은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한 일본 참의원 의원의 적반하장식 발언으로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켜 놓았다.

 

외교 소식통은 11일 "한국과 일본이 서로 관계개선의 공이 상대 쪽 코트에 있다고 생각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4월 '침략의 정의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발언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등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에서 나타난 일본 지도부의 역사인식 문제를 관계개선의 최대 암초로 꼽고 있다.

 

반면 일본 매체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가 4월 침략 발언 이후 민감한 발언을 자제하는 등 역사인식에 관한 한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미국, 중국 방문때 일본의 역사인식을 비판한 박 대통령의 발언과 강제징용 배상, 일본 사찰에서 절도범이 훔친 불상에 대한 반환 보류 등 한국 사법부의 최근 판결들이 한일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인식이라고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일본 각료 및 정치인들의 8·15 야스쿠니 참배를 한일관계의 중대 변수로 꼽고 있다.

한국 정부는 명시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지만 총리, 부총리, 외무상, 관방장관 등 4명에 대해서는 참배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휴가중인 아베 총리는 당일 도쿄에서 열리는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하는 일정이 알려졌지만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서는 '갈지 안갈지 말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일본 주류 매체들은 잇달아 아베 총리가 8·15 야스쿠니 참배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또 지난 4월 참배로 파장을 야기한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도 최근 참배할 생각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가운데,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납치문제담당상 등 아베 내각 각료 최소 3명이 참배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베 총리 (AP/교도통신=연합뉴스) 태평양 전쟁 말기 나가사키(長崎) 원폭 투하 68주년인 9일
 아베 총리가 나가사키 평화공원 기념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 일본내 사용불가 bulls@yna.co.kr

 

한국 정부는 참배하는 각료와 정치인의 수, 직책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응할 방침이나 총리와 부총리를 포함한 정권의 핵심 4인이 참배하지 않는다면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일본은 박 대통령의 경축사에 주목하고 있다. 역사인식 문제를 어느 선에서 거론할지,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자 문제 등에 대한 일본의 법적책임을 언급할지 등이 관심사다.

 

◇8·15 이후로도 과제 산적…9∼10월 다자회의 계기 정상회담 성사 주목 = 그러나 8·15가 추가적인 관계악화 없이 지나가더라도 양국관계에는 또 다른 암초가 도사리고 잇다.

 

아베 총리가 역사인식과 관련한 '수정주의'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감추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전후체제 탈피'의 또 다른 프로젝트로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향해 돌진하고 있어 한국은 경계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다.

 

꼬일대로 꼬인 현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풀기 전에는 한일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양국 소식통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다음 달부터 잇따를 다자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정상이 약식으로나마 첫 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일정표 상으로 9월 5∼6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 10월 7∼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계기에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날 기회가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1일 참의원 선거 직후 적극적으로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희망을 피력해왔다.

반면 박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언론사 간부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정상회담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미래지향적 관계'를 논의하기 위한 일본 쪽의 분위기 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보였다. 북한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일본에 대해서도 세워둔 원칙을 쉽게 물리지 않겠다는 기조다.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 등과 관련, 양보로 비칠수 있는 행동보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길 바라는 것이 주류의 국민정서지만 한일관계 악화가 한국의 안보, 경제 등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감안하면 실리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대일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jhcho@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11 17:2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