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폭염…전국서 이틀간 7명 숨졌다(종합)

posted Aug 1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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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피하고 싶어서'
'더위를 피하고 싶어서'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서울 기온이 30도를 기록하는 등 연일 폭염이 이어진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분수대에서 한 아이가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13.8.9 << THE MOMENT >> saba@yna.co.kr
 

응급환자도 속출…전력수급 두 번째 '관심' 발령

 

(전국종합=연합뉴스) '살인 더위'가 전국을 휩쓸며 사상자가 속출했다.

 

한라산에서는 등산객이, 경북 예천과 전남 나주에서는 어르신들이 폭염에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냉방기 가동을 중단한 채 절전에 나섰지만, 올여름 들어 두 번째로 전력수급 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강원 강릉은 아침 최저기온이 31도를 기록, '초열대야' 현상을 보였다.

 

◇ '사람 잡는' 혹서

 

9일 오후 1시 16분께 제주도 한라산 영실 등반로 해발 1천650m 지점을 오르던 최모(52·경기도 고양시)씨가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 최씨는 지나가던 등산객에게 발견돼 헬기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지난 8일 오후 8시 20분께 전남 나주시 남평읍의 한 밭에서 A(79·여)씨가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피부는 오랜 시간 따가운 햇볕에 노출된 탓에 심하게 익은 상태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같은 날 오후 6시 35분께 전남 장흥군 용산면 한 고추밭에서는 B(90)씨가 숨져 있는 것을 마을 주민이 발견했다.

 

이보다 앞선 이날 오후 1시께 전북 군산시 개사동 한 콩밭에서 일하던 이모(76)씨가 폭염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졌다. 이날 오전에는 경북 예천군 대심동 한 아파트에서는 장모(75·여)씨가, 예천군 개포면 장송리 한 주택에서는 박모(52)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남 양산의 박모(65)씨도 같은 날 열사병으로 추정되는 증세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더위 명당은 다리 밑'
'더위 명당은 다리 밑'
(서울=연합뉴스) 배정현 기자 = 서울지역에 오전부터 30도를 웃도는 더위가 찾아온 9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청계천 모전교 밑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2013.8.9 doobigi@yna.co.kr
 
경찰은 이들 모두가 폭염에 의해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 이날 울산에서는 폭염에 시민 4명이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 전력수급경보 '관심' 발령

 

강원도 강릉에서는 아침 최저기온이 31도를 기록, 숨 막히는 초열대야 현상을 보였다.

 

이처럼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9일 오후 1시39분 순간 예비력이 350만kW 아래로 떨어지자 전력거래소는 전력수급경보 '관심' 단계를 내렸다.

 

앞서 오전 11시 11분에는 이미 순간 예비력이 450만㎾로 떨어져 전력수급경보 '준비'를 발령했다.

 

오후 1시54분에는 순간 전력수요가 올여름 최고치인 7천433만kW까지 치솟았다.

 

전국의 자치단체를 포함한 공공기관들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냉방기 가동을 중단했다.

 

광주시 공무원 이모씨는 "정부의 에너지 절약 방침에 동참하고 있지만, 더위에 짜증 나고 업무 효율은 떨어진다"며 "빨리 퇴근해 집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고 싶다"고 했다.

 

대구에서는 노인 돌보미와 건강관리요원들이 노약자, 독거노인 등을 직접 찾아가 건강을 점검하거나 안부를 수시로 확인하는 등 시민건강 지키기에 힘쓰고 있다.

 

축사 물뿌리기
축사 물뿌리기
(포항=연합뉴스) 포항시는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한 가축 폐사를 방지하기 위해 9일 살수차를 동원해 지역 축사에 물을 뿌리고 있다. 2013.8.9 <<포항시>> shlim@yna.co.kr
 
이날 폭염으로 경부 고속철도 중 신경주와 울산 구간은 레일 온도가 55도 이상으로 올라가 오후 3시20분부터 3시 45분까지 속도를 시간당 230km로 제한해 운행하기도 했다.

일반선인 상동∼밀양 간 레일온도도 55도 이상으로 올라가 오후 2시20분부터 4시까지 주의운전을 했다.

 

◇ 가축 폐사

 

폭염이 이어지면서 농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9일 경기도 평택·안성의 농가 3곳에서는 닭 1만여 마리가 폐사했다. 같은 날 경북 군위·영천·김천의 농가 3곳에서는 1만2천여 마리의 닭이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북에서는 폭염으로 지난 한 달 동안 37농가에서 모두 7만6천700여 마리의 닭이 집단 폐사했다.

 

지난 8일 울산 울주군 언양읍의 한 양돈농가에서는 돼지 100마리가 폐사했고, 울주군 삼남면의 한 농가에서는 돼지 2마리가 죽었다.

 

앞서 지난 7일 경남 함안군 김모씨의 양계장에서 키우던 닭 1만300여 마리가 폐사한 것을 비롯해 지난 5일 이후 경남지역 5곳의 농가에서 닭 2만5천100여 마리가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폐사했다.

 

축산당국은 "폭염에 약한 닭 등을 보호하기 위해 선풍기를 가동하거나 물을 뿌려 축사 주변의 기온을 낮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mshan@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09 20:4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