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아동극 '엄마가 모르는 친구

posted Aug 06, 201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뷰어로 보기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다문화 가정의 아이에 대한 편견을 소재로 한 연극 '엄마가 모르는 친구'의 한 장면.
 (사진=강일중)

    다문화 가정 아이에 대한 편견을 소재로 '나와 다른' 친구와 절교한 초등생 얘기

 

(서울=연합뉴스) 강일중 객원기자 = 이사야는 초등학교 4학년 여자 어린이. 사야는 한때 같은 반의 시내와 아주 친한 사이였다. 시내는 사야에게 새피리를 부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아기박새에 대한 얘기도 들려줬던 좋은 친구다.

 

사야는 시내와 숲 속에 있을 때면 숨이 탁 트이는 듯했다. 그러나 어느 날 사야는 시내에게 절교를 선언한다. 시내는 사야 엄마가 정한 '친구 목록'에 올라가 있지 않은 '다문화' 아이였기 때문이다.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 위에 오른 '엄마가 모르는 친구'는 그 절교선언 장면으로 막을 연다. 친구와 헤어진 사야는 혼란스러움과 우울함 속에 '마음의 버스'를 타게 된다.

 

사야는 각 정거장에서 시내와 보냈던 시간, 교실에서 생겼던 일, 극성스러운 엄마의 요구 등 시간을 거슬러 예전에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더듬어가며 자신이 시내에게 얼마나 잘못했는지를 깨우쳐간다.

(사진=강일중)

이 과정을 통해 작품은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다문화 가정의 아이가 '그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며 서로 전혀 다르지 않은 친구라는 점을 일깨운다. 그렇다고 연극이 교훈적으로 흐르는 것은 아니다. 코러스 배우들의 등장, 다양한 시청각 요소의 활용으로 메시지는 둘째 치고 우선 재미가 있다.

 

사야 역만 제외하고 나머지 다섯은 사야의 속마음을 읽어내는 역할을 하는 코러스 배우들. 이들 배우는 극이 전개되면서 의상의 변화 등을 통해 시내, 사야의 엄마, 또는 버스 운전사, 승객, 학교 친구 등의 1인 다역을 한다. 어린이 관객에게는 이들의 재빠른 역할 변화 자체가 흥미로운 볼거리다.

 

또 코러스 배우들이 내는 새소리 등 다양한 의성어나 랩 음악, 그리고 우산, 의자, 굴렁쇠 같은 소도구를 활용하면서 만들어내는 몸짓 역시 관객들의 시선 흡인력을 높인다.

 

내용 중에는 풍자적인 것들이 많다. '사야'는 엄마가 국제화 시대에 한국 사람이나 외국 사람 누구나가 쉽게 부를 수 있게 지은 이름이다. 엄마의 스마트폰에는 전교 1등 은지, 반장 소영, 부잣집 딸 진아 등의 사진이 있다.

 

엄마는 스마트폰의 사진을 손가락으로 넘기며 이들 외에는 사귀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엄마의, 엄마에 의한, 엄마를 위한 이-사-야"다. 사야가 엄마에게 시내를 소개하자마자 엄마 입에서 즉각 나온 소리는 "엄마가 모르는 친구네!"다.

(사진=강일중)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은 대부분 사야가 탄 '마음의 버스' 정거장에서 벌어지는 것들이니만큼 꿈속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무대 위의 나무들은 잎이 없거나 옆으로 구부러진 채로 서 있다. 삭막한 교육 현장의 모습, 엄마에 의해 시들어진 사야의 마음을 반영하는 듯하다.

 

절친한 친구가 '다문화'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사야가 겪는 내적 갈등을 펼쳐보이면서 이 연극은 우리 사회가 갖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드러낸다.

 

시내의 엄마 모국을 실재하는 국가 이름 대신 '카카 나라'라고 지칭한 것은 특정국가를 거론할 때의 민감성을 피하는 효과를 내면서 애교가 있다. 시의성 있는 주제를 경쾌한 음악극의 형식을 차용해 흥미롭게 풀어나간 점도 돋보인다. 두 명의 악사가 무대 오른쪽에 위치해 여러 가지 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좋은 볼거리다.

 

코러스 배우들의 소리 흉내, 움직임, 여러 가지 소품의 활용, 무대 공간 등이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충분히 부추길 수 있도록 연출됐다.

 

아쉬움도 몇 가지 있다. "카카 사람과 미국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 누구를 먼저 구하겠느냐?"는 식의 대사는 합리적인 답변을 유도하는 질문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질문 자체가 다소 자극적이며 비교육적이라는 느낌이 있다.

 

지난 3일 공연 때는 한 어린이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여 율동에 참여하게 하는 과정이 좀 억지스러워 보였다. 더욱 자연스럽게 어린이 관객이 무대로 나갈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히 분위기를 조성하는 작업을 해야 할 듯 싶다.

(사진=강일중)

◇ 아동극 '엄마가 모르는 친구' = 예술의전당과 극단 사다리 주최. 2011년 초연작. 국제아동권리보호기구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의 후원으로 제작됐다.

 

만든 사람들은 ▲작 고순덕 ▲연출 최여림 ▲작곡 노선락 ▲움직임지도 이소영 ▲의상 홍문기 ▲조명 김상조 ▲음향 김요찬 ▲무대디자인 박상봉 ▲조연출 박현정.

 

출연진은 임선영·최희진·문병주·박영주·설재영·이지민·박현정(이상 배우)·김성래·박꽃별(이상 연주자).

 

공연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오는 25일까지.

공연문의는  ☎02-580-1300.

ringcycle@naver.com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06 10:31 송고


Articles

468 469 470 471 4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