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도 승소
삼성 측이 자사주 매각을 두고 엘리엇 측과 벌인 법정 분쟁에서도 승소해 합병을 둘러싼 분쟁 1라운드에서 사실상 전부 승소했다. 법원은 이번 결정에서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정당성을 재차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용대)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측을 상대로 낸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을 7일 받아 들이지 않았다. 앞서 엘리엇 측은 삼성물산이 자사 주식 899만주(5.76%)를 우호 관계에 있는 KCC에 매각하기로 결정하자 KCC의 의결권 행사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지난달 11일 냈다.
당시 엘리엇 측은 삼성물산이 이같은 자사주 매각 처분을 한 것은 회사나 주주 일반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재판부는 엘리엇 측의 이같은 주장을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우호 관계에 있는 KCC에 매각한 처분은 주주총회에서 합병계약서를 승인하는 결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목적으로 보인다"면서도 "일부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고 볼 수 있어도 회사나 주주 일반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자체도 회사의 이익이나 주주 일반의 이익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의 입장에서 건설·상사 분야 매출 성장세가 예전보다 침체된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추진할 만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합병이 공시된 직후 삼성물산의 주가가 상승하는 등 시장에서도 합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고 판단했다. 또 "엘리엇이 짧은 기간에 상당량의 주식을 취득한 다음 합병에 대한 반대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다른 주주들에게도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예측보다 많을 수 있어 자사주 매각은 회사의 필요자금 확보를 위한 것으로 합리적인 경영상의 이유도 있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 KCC의 경영진이 배임행위를 하거나 대표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즉 "합병이나 자사주 처분이 삼성그룹 총수일가의 이익만을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KCC 경영진도 합리적인 가격에 주식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자사주 처분이 이뤄진 방식, 시기와 자사주 처분 가격, 상대방도 모두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사는 원칙적으로 자사주 처분 목적에 적합한 상대방을 선정해 처분할 수 있다"며 "KCC에 주식을 처분한 것이 합리성을 잃은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 사건 합병의 합병비율은 관련 법령에 따라 산정된 합병가액에 근거한 것"이라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가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행위나 부정거래행위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재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