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한국 정착한 美 입양인 리사 엘링손 변호사

posted Aug 0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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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양특례법 개선 위해 입양인과 여성단체 대화해야"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입양특례법에 관해서는 입양인끼리도 의견이 많이 다릅니다. 찬성이든, 반대든 서로 만나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으면 합니다. 자칫하다가 입양특례법 때문에 입양인 간에 편이 나뉠까 걱정이에요."

 

지난해부터 한국의 한 로펌에서 미국변호사로 일하는 리사 엘링손(한국명 천영희·32·여) 씨는 생후 5개월 때 미국 미네소타주로 입양된 입양인이다.

 

지난 2010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헤이그 협약 실천 특별위원회'에 직접 참석해 한국의 헤이그 협약 가입을 촉구하기도 한 그는 "시행 1년을 앞둔 입양특례법은 한국의 헤이그 협약 가입 준비과정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입양특례법이 민법 등 다른 법률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상대적으로 입양인의 권리가 강조돼 생모의 권리가 위협받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여성인권단체나 의견이 다른 입양인들과 함께 대화해 합의를 이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한인입양인협회(IKAA) 한국 사무 부회장으로 29일부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2013 IKAA 개더링' 행사를 준비했다.

 

"입양인들이 한국에 와 환영받는 모습을 보면 무척 기분이 좋아요. 2004년부터 3년에 한 번씩 서울에서 모이는데 입양인들이 점점 한국을 편하게 여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많은 이가 한국에서 인정을 받고 능력을 펼쳐서 그동안 받은 상처가 아물었으면 합니다."

 

미혼 상태이던 친부모는 그가 입양된 뒤 결혼해 여동생을 낳았다.

"화가 나지는 않아요. 저를 입양하기 전에 결혼하셨다면 좋았겠지만 그때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니까요. 다만 다 자란 뒤 만나서인지 문화 차이도 있고 쉽게 가까워지기는 어렵더라구요."

 

엘링손 씨는 입양 후 사회복지사인 아버지와 초등학교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다. 인터넷도, 입양인 커뮤니티도 발달돼 있지 않던 시절이라 한국에 관한 정보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는 "이미 주변에서 저의 입양 사실을 아는 작은 마을에서 자라서인지 입양에 관한 질문을 거의 받지 않았다"며 "대학에 가서 입양이나 한국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서 입양인이라는 자각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대학 졸업을 앞둔 2004년 김해 인제대학교에서 한 학기를 보낸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 로스쿨을 마치고 대형 로펌에서 일하다가 2010년 한국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한국에 왔다.

 

서울대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법대 석사과정을 마친 뒤 법무법인 LK파트너스에서 일자리를 구하면서 한국에 정착했다.

아직 한국어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한국의 직장문화를 몸소 겪으며 한국에 적응하는 중이다.

 

뿌리를 찾으려고 한국에 왔지만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젊은 입양인이 많다는 말에 그는 따뜻한 한마디를 건넸다.

 

"한국어를 못하는 건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지 입양인의 잘못은 아니니 부끄러워하거나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요. 대신 한국에 머물기로 했다면 이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사회에 뛰어들어야 해요. 그러고 나면 한국은 능력을 펼칠 기회를 줄 거예요."

chomj@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31 11:3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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