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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사태는 현재 한국문학 자폭을 상징, 전문가들 “감시권력 형성해야”

posted Jun 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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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사태는 현재 한국문학 자폭을 상징, 전문가들 감시권력 형성해야

 

표절의혹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사태는 이른바 '돈 되는 작가'와 이를 통해 돈을 벌려는 상업적 출판사, 여기에 소속돼 이견을 내기 어려운 평단이 만든 씁쓸한 합작품이라는 지적이 문단일부에서 성토되어 나왔다. 23일 서울 마포구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열린 문화연대-한국작가회의의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창작자 시인입장, 문예창작교수 입장, 문예평론가 입장, 표절당한 문학지망생 입장, 문학분야의 표절문제에 있어서 변호사가 보는 법리문제 등 다양한 주관적인 의견들이 개진된 가운데 패널 전문가들은 신경숙 사태가 하나의 문학적 사건을 넘어 천민 자본주의와 일부 문학권력에 젖어든 문학계가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규명하며 문학 밖에서 문학을 감시할 수 있는 권력이 형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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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노벨문학상을 받는 작가를 배출해야 한다는 문학계의 제대로된 준비없는 천박한 조급함도 문예적으로 논리적인 비판이나 근거 있는 의혹 제기조차 뭉개고 '신경숙의 신화'를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신경숙 사태는 작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일부 한국문학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 사건으로 볼 수 있으며 신경숙 문학에 대한 비판적 검토 자체를 봉쇄하고 출판 상업주의에 타협한 문학계의 고질적 문제가 결국 곪아 터졌다는 것이다. 

 

토론회에 앞서 원용진 문화연대 공동대표가 "우리 문학의 썩은 곳을 도려내 한국 문학의 저력이 빛나는 날이 찾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은 이 문제가 문학계 전반의 치부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명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신경숙은 '환금성'이 탁월한 작가였고, 그가 쓴 책을 발행하는 출판사는 그를 '한국문학의 보람'이라고 칭하며 떠받들었다.

 

이를 심도있게 문학적으로 견제해야 할 비평가들은 출판사의 압력 속에서 반체제 지식인이 아닌 산업적 메커니즘의 일부로서 기능을 잃어버렸다는 것인데 결국 한국 문학은 '비평적 베팅' 장소로 희화화 되었고, 문화공동체의 상징권력과 명성을 둘러싼 패권주의는 신경숙을 '무오류의 작가'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신경숙 사태는 한국 문학이 돈과 패거리 권력을 무장돼 경과했던 십수년의 실험이 희·비극적으로, 어떤 희망없는 변곡점에 도달한 사건으로 인식돼야 한다""치매 상태에서 집 나가 행적을 알 수 없는 것은 신경숙 소설 속 '엄마'가 아니라 오늘의 '한국문학'"이라고 자조했다.

 

오창은 중앙대 교양학부대 교수는 "신경숙 사태로 제기되는 문제 제기는 한국 문학의 질서가 특정 출판사를 중심으로 고착돼 있고 출판사업주의가 만들어내는 신화에 대한 보편적 상식에 입각에 이뤄지는 문제제기"라고 지적했다.

 

출판사의 '신경숙 밀어주기'의 한 이면에는 대표작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한몫한 것으로 지적되었다. 한국 문학에서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와야 한다는 문단의 욕망이 '신경숙 신화'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대형 출판사들은 '한국 대표작가'를 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연합했고, 이 과정에서 한 작가가 문학적 경향이나 지향과 상관없이 출판사를 번갈아가며 출간하는 관행이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신경숙의 초기작인 '풍금이 있던 자리'를 비롯해 '딸기밭', '기차는 7시에 떠나네'는 문학과 지성사, '외딴방', '리진', '깊은 슬픔', '바이올렛' 등은 문학동네, 이번에 문제가 된 '감자 먹는 사람들''엄마를 부탁해'는 창작과 비평사에서 나왔다. 여기서 파생한 더 큰 문제는 문예비평의 무력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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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비평이 특정 출판사와의 관계 속에서만 작동하는 상황에서는 주요 출판사들이 연합해 만들어 낸 '신경숙 신화'를 깰 평론이 나오기 쉽지 않다. 이 교수는 "이해관계 동맹체로 변질된 주요 문학출판사와 매체에서 신경숙 문학의 한계를 지적하는 논의가 더 이상 등장할 수 없다""그 결과 신경숙은 무오류에 가까운 찬사로 치장된 비평에 둘러싸이게 됐다"고 말했다.

 

심보선 시인은 "신경숙은 우리의 '에이스'가 아니다"라는 표현으로 신경숙을 스타로 만들려고 한 문학계의 한심한 행태를 비판하며 "대안적 한국문학 시스템의 수문장 역할을 담당하는 새로운 비평 세력이 다른 에이스, 혹은 다수 에이스를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참석자들은 이 사건으로 인해 우리 문학이 '표절 트라우마'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표절 의혹이 제기된 616일 이후 우리 문학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오 교수는 "신경숙 표절에 대한 문제 제기는 특정 작가 개인에 대한 공격이라기보다는 문학권력의 작동방식과 한국문학의 갱신을 위해 온몸을 부딪혀 종을 울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등단시스템, 문학매체 발간 시스템, 문학상 수여 시스템, 문학출판 관행 등 일련의 문학 질서를 전복할 문학권력의 외부가 형성돼야 한다""이는 문학권력의 외부에 있는 아웃사이더와 건강한 시민사회의 연대를 통해 가능하다"고 당부했다.

 

정우영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공론의 장을 통해서 '표절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최소한 문학작품에서 어떤 것이 표절인지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 역시 "법적 규정은 아니어도 윤리규정, 원칙과 규범 만들 필요가 있다""넓은 범주에서 한국 문학에 대한 성찰과 전망의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조영선 변호사는 문학에서의 표절은 일반 학술논문에서의 표절과 그 기준이 달라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또 이것이 문제를 일으킨 신경숙과 해당 출판사의 천박한 상업출판 메커니즘의 문제뿐만 아니라 해당 문학권력에 대한 문학정신적 파놉티콘을 깨는 것도 있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정치이데올로기의 횡포여부는 없는지도 조망되어야 하며 또 창작에 있어서의 유치스러운 습작교육의 문제, 또다른 시각으로 몇몇 출판사나 관계 번역시스템이 준비하고 공들인 해외진출 시스템까지 신경숙 사태로 망가져서도 좀 문제다. 신경숙은 정말 해서 안될 짓을 했지만 그 시스템으로 진출할 더 참신하고 문예적 역량있는 우리 작가들의 글로벌 문학시장 진출이 막혀서도 안된다"는 의견도 제시 되었다.

 

심각한 문제로 제기된 점은 신경숙 사태는 정말 문화국가적 망신사태였다. 지금까지도 신경숙 자체가 뉴욕타임스에 까지 소개되었는데 이번 사태자체가 만약 해외언론에까지 알려진다면 참으로 해외 문화계가 한국문단을 어떻게 볼 것인가? 망신, 대망신, 그것도 문화적으로도 국가적 개망신이었다.

 

권맑은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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