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인종차별 반대운동 나선 입양인 로빈 아프릭

posted Jul 2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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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과 똑같은 KKK단 모습에 더 큰 충격받아"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입양의 아픔은 극복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에요. 어떻게 대처하고 헤쳐나갈지 배워야 하는 문제죠."

 

생후 6개월 때 미국 미시간주로 입양된 로빈 아프릭(한국명 윤창주·36·여) 씨는 26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로 지금까지 정체성과 인종 문제의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입양인들이 서로 현실적인 문제와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가능한 한 많이 가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주민 대부분이 백인인 미시간 지역에서 자란 그는 대학 신입생 때 백인우월주의단체인 KKK단과 마주칠 때까지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그다지 하지 못하고 자랐다.

 

"'너는 우리와 다르지 않아'라고 애기해주는 사람들의 말을 믿고 자랐어요. 그러다가 KKK단과 마주쳤는데 함께 있던 백인 친구 2명에게는 전단을 주면서 저는 그냥 쓱 보고 지나치더군요. 머리를 얻어맞는 듯한 충격을 받았어요."

 

특히 KKK단의 모습이 일반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은 그에게 더 큰 충격이었다. 주변에 있는 평범한 누구든 인종차별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우연히 읽은 신문 인터뷰에서 양부모가 "백인 아이를 입양하고 싶었지만 대기 기간이 너무 길어 입양 절차가 신속한 한국에서 아이를 입양했다"고 털어놓은 것도 그를 괴롭게 했다.

 

세네갈 출신의 남성과 결혼한 그는 다양성을 자랑하는 미국에서 아시아계 입양인이자 흑인의 배우자로서 여전한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경험하며 인종 문제를 다루는 단체의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미국경력개발협회(NCDA)의 국제공인컨설턴트이자 다양성을 지향하는 기업·단체에 전략적 조언을 하는 '아프릭 어드밴티지(Afrik Advantage)'의 CEO로 미국 전역을 다니며 인종, 정체성, 국내외 입양, 다민족 가족, 다양성 등과 관련된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약 10년 전 한국을 찾아 입양인단체와 TV 출연을 통해 부모를 찾으려 했지만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강원도 평창에서 발견됐다는 것 말고는 이름도, 태어난 날짜도 알지 못한다.

 

"입양인으로서 가장 힘든 것은 이 세상 어딘가에 나와 생물학적으로 이어져 있는 누군가가 있음에도 그들에게 닿을 수가 없다는 걸 알게 되는 일이에요. 이런 감정을 애써 외면하지만 부모와 헤어진 아이를 보거나 제 생일이 되면 허를 찔린 듯 감정이 북받쳐 올라요."

 

그는 8월 2일 자신이 사는 미시간에서 열리는 한미입양인가족네트워크(KAAN) 콘퍼런스에 참석해 자신의 경험을 나눌 예정이다.

 

"처음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아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아 더 힘들었어요. 제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 힘을 얻고 모두 각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chomj@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26 06:3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