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당국 머리만 여러개, 예방도 격리도 ‘알아서?’

posted Jun 0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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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당국 머리만 여러개, 예방도 격리도 알아서?’

 

메르스 환자 8명 늘어 총 95, 1명사망 추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가 8명 추가로 확인됐다. 2차 유행의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환 환자는 3명으로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메르스 환자가 경유했던 서울아산병원에서 처음으로 환자가 발생하는 등 수도권 다른 대형병원 3에서 환자가 새로 나왔다. 9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이날 메르스 검사 결과 8명이 추가로 양성으로 확인됐으며, 기존 확진자 가운데 1명이 추가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추가 확진자 가운데 3명은 기존 14번 환자가 지난달 2728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갔을 때 노출된 사람들로, 발열 등 증상이 있어 메르스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최종 양성으로 나왔다. 또다른 1명은 16번 환자가 거쳐간 건양대병원에서 발생한 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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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삼성서울병원과 건양대병원에서 발생한 환자는 각각 37명과 8명으로 늘었다. 나머지 4명은 메르스 환자가 경유했으나 지금까지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3곳의 의료기관에서 나왔다. 지난달 266번 환자와 함께 서울아산병원에 응급실에 함께 체류했던 27세 남성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고, 역시 6번 환자와 여의도성모병원 같은 병실에 머물던 6번 환자의 사위(47)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와 함께 15번째 확진자와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같은 병실에 입원했거나 체류한 각각 64세 여성과 71세 남성도 감염됐다.

 

확진자들이 거쳐간 병원들도 추가로 확인됐다. 대책본부는 확진자 가운데 삼성서울병원에서 노출된 89번째 환자가 격리 전에 김제 우석병원(3), 김제 미래방사선과의원(5), 김제 한솔내과의원(5)을 경유했다고 밝혔다. 이들 병원은 환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감염 위험이 있어 해당 기간 병원에 방문한 300여 명을 모두 자택과 병원에 격리했다. 또 역시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90번째 환자가 자택 격리 중에 지난 3일 발열로 옥천제일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6일 호흡곤란으로 옥천성모병원을 방문한 데 이어, 대전 을지대학교병원 응급실을 경유해 중환자실로 입원한 것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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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본부는 이들 경유 병원 체류 환자에 대해 추적 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을지대학교병원 중환자실에 대해서는 발생 병동을 의료진 등과 함께 폐쇄해 운영하는 코호트 격리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추가 사망자는 47(68·) 확진자로 판막질환을 갖고 있었으며, 호흡곤란으로 지난달 27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입원해 14번째 환자자와 접촉했고,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치료 중에 상태가 악화해 사망했다. 대책본부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들의 2차 유행이 감소추세에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고 기타 다른 의료기관 발생 사례들은 산발적 양상을 띠는 만큼 이번 주가 메르스 확산 차단을 위한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판단해 대응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대체 어디가 콘트롤타워인가? 기자도 헷갈려, 일원화 시급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대응을 위해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를 찾은 8일이었다. 청와대 기자실에서는 박대통령이 방문하는 곳이 정확히 어떤 '대책본부'인지에 대한 질문이 길게 이어졌다. 박 대통령이 방문한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를 비롯, 현재 정부가 가동 중인 조직만 해도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민관합동 종합대응 TF(테스크포스) 이 있지만, 각각의 역할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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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콘트롤타워 부재 지적이 나오고 이유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은 새벽부터 비서실장과 관련 수석으로부터 실시간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리고 있다"사실상의 컨트롤타워가 박 대통령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7일 병원명 공개 등 정부의 긴급대책 발표가 있을 때도 이병기 비서실장에게 '메르스 상황 종료까지 124시간이 아닌 25시간 체제로 뛰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현정택 정책조정수석도 "주말에도 (최경환 총리대행의 발표와 관련) 참모들하고 30통 넘어가는 전화를 했다""실질적으로 최고책임자로 움직이고 있고, 내각을 통솔해서 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꾸려진 각 현장 조직의 역할과 권한 및 책임의 경계는 여전히 뚜렷하지 않고 일관성을 갖추지도 못했다는게 전문가들과 국민들의 시각이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 지난달 20일 메르스 확진환자가 확인되자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에 설치됐다. 전신은 질병관리본부장을 수장으로 하는 중앙방역대책본부였다. 사태가 확산되자 당국은 28일 이를 복지부차관이 총괄하는 중앙메르스대책본부로 확충했고, 이달 2일 총괄자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격상시켰다.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 박 대통령이 이날 찾은 범정부메르스대책본부는 국민안전처 장관이 본부장으로 있는 곳이다. 지난 3일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를 주재한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민안전처 중앙재난상활실에 설치됐다. 국가안전처 장관을 본부장으로 교육부, 외교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경찰청 등 8개 부처가 참여하고 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와는 별도로 가동되고 있고, 중앙메르스 관리대책본부의 협조요청사항 지원과 각 부처의 역할조정, 지자체의 협조요청 사항 파악 및 지원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와 민관합동 종합대응 TF 결정 사항의 집행을 돕는 조직이다. 2개의 실무지원팀, 13명으로 구성됐고, 관계부처 국장급 회의를 수시로 열고 있다.

 

민관합동 종합대응 TF = 지난 3일 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 결과, 박 대통령 지시로 설치됐다. 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과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등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총괄반, 대외협력지원반 등으로 구성됐고, 하루에 두 번씩 언론에 정례브리핑을 실시하고 있고, 지자체 메르스대책본부와 긴밀한 협조하고 있다. 복지부장관이 총괄하고 있는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를 지원하고 있다.

 

즉각대응팀 TF = 이날 범정부 메르스 대책지원본부를 방문한 박 대통령의 지시로 본부 내 설치됐다. 기존 정부 방역체계가 더딘 의사결정과 지원 조치로 메르스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감염병 전문가로 구성한 TF를 만들었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과 장옥주 보건복지부차관이 공동팀장으로 관련 병원의 폐쇄명령권을 포함한 병원의 감염관리 지도에 관한 전권과 행정지원 요청 명령권 등 강력한 권한을 갖도록 했다 

 

메르스 관련 긴급 대책반 = 지난 2일 메르스 감염으로 사망자가 발생하자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반장을 청와대 내 설치됐다. 고용복지수석, 기획·재난안전·보건복지·행자·경제금융·법무·치안·외교·문체·홍보기획·위기관리비서관 등이 참여한다. 재난안전비서관이 간사를 맡고 보건복지비서관은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대책반은 보건복지부(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국민안전처(비상 상황관리반) 등 관련부처의 상황대책반 채널을 가동, 필요한 긴급대책이 차질 없이 수행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메르스 관련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일일 상황점검회의도 개최해 정부의 대응 상황, 추가확산 방지대책, 상황단계별 부처협조사항 및 보완대책 등을 중점 논의하고 있다.

 

중앙안전관리위원회 = 안전관리에 관한 중요정책의 심의 및 총괄, 조정 등을 위해 설치된 총리실 산하의 행정위원회다. 위원장은 국무총리가 맡고 기재부장관, 국가정보원장, 국무조정실장 등 28명의 당연직 위원으로 구성됐다. 통상 3~4개월에 한 번 운영된다. 메르스와 관련해 열린적은 없다. 세월호나 메리스 사태와 같은 개별사안에 대응하는 것은 국가안전처 산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컨트롤 타워다. "메리스 발생 후 두 차례 열린 총리실 주재 관계장관대책회의는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차원에서 소집된 것이 아니고 총리의 내각통할 차원에서 행해진 조치"라는 게 총리실 설명이다. 메르스 확산이란 국가적 방역(防疫) 위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 내 지휘·대응 체계가 여전히 정리되지 않고 있다. 애초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왔던 보건복지부 장관은 초기 대응 실패 책임론에 휩싸이면서 정부 안팎에서 영()이 서기 힘든 상황이다. 또 대통령이나 총리 직무대행이 사실상 지휘를 하는데도 청와대나 총리실은 공식적인 컨트롤타워 맡기를 꺼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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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핑퐁 떠넘기기?

 

현재 정부의 메르스 관련 기구는 공식적으로 3개다. '중앙 메르스관리대책본부''()정부 메르스대책지원본부', 그리고 중앙대책본부 산하 '민관(民官) 종합대응TF'. 이 중 중앙대책본부와 민관 TF는 모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범정부 지원본부는 박인용 국민안전처장이 본부장을 맡고 있다. 청와대는 여기에 8일 민간 전문가들만 따로 모은 '즉각 대응팀'을 별도로 신설했다. 직제도 복잡할 뿐 아니라 업무 기능·권한이 중복되거나 분산돼, 관계 부처 직원들조차 정확한 위상과 기능을 딱 잘라 말하지 못할 정도다.

 

복지부는 메르스 발생 초기에는 대응 책임자를 차관급 질병관리본부장으로 했다가 뒤늦게 장관으로 격상했다. 하지만 연금 전문가인 문 장관이 전염병 방역 문제를 제대로 판단해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국회와 정부 내에서 계속 나온다. ()의료 분야에 관해 국민안전처가 정부 대책을 따로 지휘하는 방식도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범정부 지원본부는 행정자치부·외교부·교육부 등 관계 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하는 업무도 맡는다. 안전처가 지난해 세월호 사고 이후 신설된 재난 관리 전문 부처인 만큼, 비상시에는 장관급 처장이 각 부처 장관과 시·도지사를 지휘하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일선 학교 휴교(休校)를 두고 교육부와 복지부가 정면충돌하는 상황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안전처 안팎에선 "평소 다른 부() 아래에 있던 처()가 비상시에만 지휘 책임을 맡는 것이 굉장히 어색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데도 청와대나 총리실은 여전히 컨트롤타워 격상(格上)은 입에 올리지 않고, 서로 떠넘기는 듯한 모습까지 보여왔다. 청와대에 현정택 정책조정수석이 이끄는 '긴급 대책반'이 있지만 이는 청와대 내 조직일 뿐, 정부를 통솔하는 기구가 아니라고 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8일 오전 브리핑에서 "메르스 컨트롤타워가 어디인가"란 질문에 "(중앙대책본부) 그 위에 총리가 있고, 그 위에 대통령이 계시고"라며 원론적인 답변을 한 뒤, "분야별로 컨트롤타워를 세워 세 본부가 각자 맡은 일을 하고 있다. 중앙안전관리위원장인 국무총리 대행이 컨트롤타워라고 보시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최경환 총리 직무대행은 지난 7일 정부 대표 자격으로 메르스 대응 조치를 발표하면서도 "창구는 복지부로 계속 일원화한다"고 못박았다. 최 총리대행은 관계 부처 장관 회의 등을 주재하거나 현장 방문 일정은 잡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전면에 나서기는 꺼리고 있다. 사태가 확산된 지난 2~6일엔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해외 출장을 나가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통상 이 정도 사태면 총리가 컨트롤타워를 맡겠지만, 지금은 관계 부처 회의만 총리실에서 소집하는 정도"라며 "총리 부재 상태에선 대통령이 나서야 맞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편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박 대통령이 지난 3일 확진자 발병 의료 기관을 공개하라고 지시했다"고 확인했다. 그는 실제 발표까지 나흘이나 걸린 이유에 대해 "지시 이후에 서로 인식을 다듬는 과정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실효성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던 상황에서 청와대 내부나 정부를 상대로 한 논의 과정에서 이견이 생겨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컨트롤타워 부재론'에 대해 민 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선 "대통령께서 비서실장과 수석들로부터 실시간 보고를 받고 있으며, '하루가 25시간이란 각오로 뛰어달라'고 하셨다"고 했다. 현정택 정책조정수석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내각과 정부를 통솔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예방도 격리도 '알아서'?...안내 없는 보건당국

 

감기나 발열 증세가 날 경우 메르스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바깥 활동이 가능한지, 아니면 스스로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하는지 알기 위해 보건당국에 문의하지만 정확한 안내나 지침이 없는게 현실이다. 지난달 31, 평택성모병원을 방문한 뒤 발열 증세를 보인 A 씨의 경우 불안한 마음에 보건소에 전화했지만 답답한 말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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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보건소 통화 당시]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랑 통화해보라는데 지금 전화연결이 잘 안 돼서 제가 확답을 드리진 못 하겠지만 손 세정 잘 하시고요. 집 안에서도 마스크 쓰고 계시고요."

다음 날도 열이 계속돼 다시 보건소에 문의하자, 메르스 진단을 받으려면 '자가격리자'로 등록하라고 안내한다. , 일단 등록하면 2주간 집 밖으로 나올 수가 없으니 알아서 판단하라는 것이다. 혹시나 하는 걱정에 가족들을 다른 곳에 보내고 갇혀 지내기를 나흘째, 보건소를 직접 찾아갔다.

[A , 직장인]

"지금 당신 상황이 어떻다라고 얘기를 안 해주니까 저는 그냥 그게 알고 싶은 거거든요."

 

[서울 ○○보건소 관계자]

"저희도 질병관리본부 지침, 그거 숙지해서 그냥 안내해 드리는 수준이에요."

질병관리본부도 불분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질병관리본부 통화 당시]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인데요. 044-202-**** 그리고 경기도 보건정책과가 있는데요."

(이거 질병관리본부에서 전담하는 게 아니에요?)

"맞습니다. 밀착 접촉자가 아니시긴 한데, 이거를 확답을 드리기가 좀 그래서."

질병관리본부는 A 씨에게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와 경기도 보건정책과, 평택시 보건소 전화번호 5개를 안내했다. 하지만 온종일 이들 전화번호 가운데 어느 하나 통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A , 직장인]

"병원이나 보건소에서는 직접적으로 내 상태나 이런 것에 대해서 책임지려고 하지 않고 이 모든 과정들을 제가 알아서 진행해야 된다는 게 제일 답답한 거죠."

보건당국과 지자체가 손을 잡고 '총력대응체계'를 강화하겠다면서 대대적인 신고를 당부하고 있지만 '메르스 핫라인' 등은 여전히 곳곳에서 통화가 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정부당국의 메르스 대응조직은 이제 무려 6개나 된다.

 

도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