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감염을 막는게 중요한가? 병원생계가 중요한가?

posted May 3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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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감염을 막는게 중요한가? 병원생계가 중요한가?

 

'메르스 공포' 15명감염, 휴일 의심자 50여명, 일부 괴담 사실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발생 11일 만에 15명으로 늘었다."고 다음과 같이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모든 언론의 초미의 관심사가 된 가운데 메르스로 격리 수용된 감염 의심 환자도 50여명에 달하고 있다. 정부도 메르스의 전파력에 크게 놀라는 모습이다. ‘메르스 공포가 덮치고 있다. 정부는 11일 오전 대응 민관합동 브리핑을 열고 메르스 전파력에 대한 판단이 미흡했다고 인정하고 현재 재()역학조사를 진행해 감염 의심자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들에게 심리적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각 의료단체는 정확한 의학정보를 토대로 유언비어를 바로 잡을 수 있게 앞장 서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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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정부 발표 한시간 후 국방부는 군 당국이 메르스 감염 환자를 접촉한 병사 1명과 같은 생활관에 있던 병사 30여명을 격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충남 계룡대에 근무 중인 A일병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어머니와 접촉한 사실을 군 당국에 자진 신고했다면서 “A일병에 대한 긴급 채혈을 실시해 감염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A일병은 휴가중 어머니와 만난 이후 18일이 지나서야 군 당국에 자진 신고했다. A일병의 어머니는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다 감염된 간호사로 알려졌다. 다만 A일병이 휴가중 어머니와 만났을 당시엔 어머니가 메르스 환자를 진료하기 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모든 역량을 동원해 메르스 확산을 막고 있지만 국민들은 메르스 공포로 떨고 있다. 각종 모바일 메신져와 온라인 커뮤니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는 메르스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괴담(怪談)’유언비어들이 급속도로 퍼지는 중이다. 메르스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메르스 확진자가 다녀간 한 병원에 대한 소문이 SNS상에 떠돌고 있다. 서울 카톨릭대학 여의도성모 병원이 중환자실(ICU·Intensive Care Unit)을 폐쇄했다며, 그 병원 근처에도 가지 말라는 괴담이다.

 

이에 대해 해당 병원측은 31최근 메르스 확진 환자에 대하여 본원과 관련된 유언비어 당분간 여의도 A병원에 가지 마세요가 무분별하게 배포되고 있다면서 본원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내린 것은 사실이지만 메르스가 발생한 병원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병원 측은 또한 확진 환자가 사용했던 침대는 철저한 소독을 했다중환자실은 정상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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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괴담뿐만 아니라 경기 평택과 수원 등에 메르스 감염자가 집중됐다는 내용과 평택 미군기지에 배송된 탄저균으로 발생한 병을 메르스라고 당국이 속인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메르스 확진자가 입원했던 경기도의 한 병원이 임시 폐쇄된 채로 병원 측이 밤새 소독 작업을 벌인 것은 사실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보건 당국 관계자는 평택과 수원에 감염자가 몰렸다는 말은 확인되지 않은 말그대로 유언비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아직까지 메르스에 대한 확실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긴급재난 1호 상황이다", "메르스가 에볼라나 사스보다 심각하다" 등 괴소문도 국민들의 공포감을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유언비어가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모바일 메신저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국내 네 번째 메르스 환자를 취재했던 KBS 취재진 6명이 메르스 감염 의심으로 현재 자택에 격리됐다는 이야기가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해당 취재진은 지난 21일 오전 세 번째 메르스 70대 환자를 간병했던 이 환자의 딸 김모씨를 취재했는데, 김씨는 보건 당국으로부터 26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KBS측은 만일의 감염 가능성에 대비한 사전 예방 조치로 해당 취재에 동행했던 취재진 전체에 자택에 있으라고 통보했다. KBS는 이와 관련 정부나 보건당국의 지시는 없었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택 대기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일부 괴소문이 사실이었다는 것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이 더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지인으로부터 괴담을 전해 받은 한 네티즌은 카카오톡 같은 걸로 지인들이 시도때도 없이 보내오는데, 사실 어떤 방식으로 전염되는지 모르니까 이런 것들에 혹시나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메르스가)더 퍼지기 전에 비상사태 선포해야 한다면서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 두렵다고 밝혔다. 메르스 공포 관련 기사에는 댓글이 수십~수백개씩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소식을 접하고 있는 시민들은 "정부와 당국의 대처자세가 너무 안이해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누구 잘못도 아닌 이런 대형인재(人災)로 확산될 수 있는 사안을 누구들 눈치보는 한심한 행정으로 대처하느냐?"며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도대체 다수의 감염공포를 막는게 중요한가? 병원생계가 중요한가?" 라고 말하고 있다.

 

"고위험 접촉자, 뒤늦게 시설 격리"실효성 의문

 

메르스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들 가운데는 나이가 많거나, 당뇨병이나 심장병처럼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이 있다. 아무래도 젊고 건강한 사람보다는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 고위험 대상자가 35% 정도 이르고 있다. 정부가 이들을 자택이 아니라 별도의 시설에 격리하기로 했다. 확산을 막는 데 효과가 있을까? 보건 당국은 메르스 발병 초기만 해도 첫 환자 가까이에서 접촉한 사람만 격리 대상으로 분류했다. 자택 격리에 대한 관리도 허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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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욱/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 : 초기의 판단과 관련해서 동일 병실에 조금 집착했던 우리 일선 실무자들의 약간 기존 지침에 너무 고집된 것이 아쉬운 부분으로 있고.] 

 

보건 당국은 자택 격리자 중에서 고 위험군으로 분류한 사람을 안전한 시설에 격리시켜 잠복기 동안 관찰하기로 했다. 당뇨병과 심장병, 신장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50세 이상이 대상이다. 전체 밀접 접촉자의 35% 정도다. 격리 병실의 경우 외국에선 숙련된 의료진과 특수 장비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미국 질병관리통제센터는 공기를 차단하는 음압시설을 보유하고, 얼굴을 완전히 차단하는 고글과 의료용 N95 마스크 등을 갖춰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이런 장비를 갖춘 우리 국공립병원 병상은 100여 개 있지만 다인실에 한 사람만 입원하기 때문에 40개 정도만 활용할 수 있다. 민간 대학병원들은 메르스 전파 위험 때문에 격리 환자 받는 것을 꺼리고 있다. 나이 50세를 시설 격리의 기준으로 삼는 것도 오늘(31) 30대 젊은 남성 2명이 추가로 확진된 것을 감안하면 현재 상황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차 감염 잠복기 끝나는 이번주가 고비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대책본부)는 자가격리 대상자 가운데 고령·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을 별도 시설로 격리하겠다고 31일 밝혔다. 복지부는 2차 감염 잠복기가 끝나는 이번주를 메르스 사태의 고비로 보고 3차 감염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대책본부는 이날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자가격리 대상자 가운데 만 50살이 넘고 당뇨·신장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대상자들을 별도 시설에 격리하겠다. 격리 조처로 생업에 지장을 받은 대상자는 긴급복지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31일 현재 자가격리 대상자는 첫번째 환자(68)와 같은 병동에서 접촉한 129으로 이 가운데 최소 45(35%)을 시설격리해야 할 것으로 대책본부는 보고 있다. 중국에서 확진된 환자(44)와 접촉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숫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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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은 메르스 확산 여부가 이번주 중반 판가름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르스 최대 잠복기는 2주일이다. 국내 확진 환자들은 대부분 지난 15~17일 첫번째 환자한테 감염됐고, 20일부턴 이 환자가 국가지정 격리병상에 옮겨져 더는 밀접 접촉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달 3일부터는 2차 감염에 의한 환자는 더이상 발생하지 않게 된다. 문제는 2차 감염 환자에 의해 감염된 환자, 3차 감염이 발생할지 여부다. 대책본부는 첫 환자가 입원했던 병원을 휴원조처하고 대한감염학회·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 등으로 구성된 민관합동 대책반을 구성해 총력적 방역태세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보건당국의 허술한 방역체계로 2차 감염자가 속출하자 일반인들이 일부 병원을 기피하는 등 메르스 공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예방법은 일반적인 감기예방법과 별반 다를 게 없다며 과도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손을 깨끗하게 씻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으로 꼽힌다.

 

남에게 옮기지 않을예방수칙과 시민의식도 중요하다. 직장인 이아무개(47)씨는 요즘 지하철을 타도 기둥이나 손잡이를 이용하지 않는다. 갑자기 나오는 재채기를 손으로 막은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손잡이를 잡는 것을 보고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라고 했다. 회사원 김아무개(41)씨는 재채기를 하는 순간에 침방울 수만개가 주변에 퍼져나가는 동영상을 최근 본 뒤로는 출퇴근 시간 비좁은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손으로조차 막지 않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사람을 보면 끔찍하다고 했다.

 

김태형 순천향대 의대 교수(감염내과)우리는 전염병에 대한 실질적 공포를 경험하지 않아 호흡기 에티켓이 취약하지만 사스로 많은 피해를 입었던 홍콩이나 캐나다의 경우 시민들이 기침할 때도 예절을 반드시 잘 지킨다공공장소에서 기침을 하는 등 나의 체액이 다른 곳으로 전파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중이용시설이나 대중교통시설에서 기침·재채기를 할 때는 손이 아닌 휴지나 손수건, 옷소매 위쪽으로 입과 코를 가린 뒤 사람이 없는 쪽으로 몸을 돌리고 해야 한다. 기침이 계속되는 사람이라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