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은 새 비전 제시…한국은 美·中 가교역할"(종합)

posted Jul 1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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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문한 마이클 푸엣 하버드대 교수
한국 방문한 마이클 푸엣 하버드대 교수
(서울=연합뉴스) 경희사이버대 여름 특강을 위해 17일 한국을 방문한 마이클 푸엣(Michael Puett) 하버드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교수.   전공이 중국 역사와 동양 정치철학인 푸엣 교수는 1994년부터 미국 하버드대에서 '중국 정치철학사' 등을 강의하고 있다. 2013.7.19 << 사회부 기사 참조. 경희사이버대 제공 >> photo@yna.co.kr

 

 

'하버드대 최고 교수상' 마이클 푸엣 교수 訪韓

 

샌델 교수 뛰어넘는 인기…실생활에 동양철학 접목시켜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동양 정치철학은 변화하는 시대에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유교 문화권이었던 한국은 G2시대에 미국과 중국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마이클 푸엣(Michael Puett·49) 하버드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교수는 19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180㎝가 넘는 키에 푸른 눈을 가진 푸엣 교수의 전공은 놀랍게도 중국 역사와 동양 정치철학. 그는 1994년부터 미국 하버드대에서 '중국 정치철학사' 등을 강의하고 있다.

 

푸엣 교수의 수업은 지난 학기 530명이 수강해 '정의란 무엇인가'를 강의하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수강생을 넘어 화제를 모았다.

 

동양철학이 제시하는 새로운 비전에 학생들이 매료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 지난 학기 그의 강의는 하버드 학부강의 중 3번째로 많은 수강생이 몰렸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푸엣 교수는 지난 5월 학교로부터 '최고의 교수상'을 받았고 하버드대 유명교수 7명이 12분씩 공개강연을 하는 '하버드 싱크빅 4(Harvard Think Big 4)'에 마지막 하이라이트 강연을 맡기도 했다.

 

미국 교수가 동양 정치철학을 가르치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푸엣 교수는 "그런 인식 때문에 처음 하버드에서 교편을 잡았을 때 학생수가 25명밖에 안 됐다"며 "이제 파란 눈의 교수가 동양 철학을 가르치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세상이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문을 하는 데 출신 국가나 인종이 걸림돌이 되지 않은 시대가 돼 너무 신난다"며 "전혀 다른 문화에서 생성된 유교나 셰익스피어 문학도 가르치는 건 결국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의 강의로 동양철학을 처음 접한 하버드 학생들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개념에 신기해한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이 맹자나 논어와 같이 오래된 책에서 현대에도 통용되는 혜안이 나오는 데 대해 흥미로워한다"며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자신을 발전시키고 타인과 관계를 맺어가는지 배워간다"고 했다.

 

푸엣 교수는 처음 책을 읽고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도 해석본이 아닌 텍스트 그 자체를 읽게 한다.

 

문구를 계속 읽으면 결국 해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 학생들이 동양철학을 가깝게 느끼게 하기 위해 그는 학생들의 일상생활에 이를 접목시킨다.

 

푸엣 교수는 "예로 한 학생이 아침에 친구와 싸웠는데 어떻게 풀어갈까 고민하면 '맹자나 논어에 이런 구절이 나오는데 한번 생각해보라'며 질문을 던져준다"며 "그런 뒤 보다 근본적인 물음으로 이어가면 학생들이 동양철학을 더 쉽고 재미있게 느낀다"고 설명했다.

 

한국 방문한 마이클 푸엣 하버드대 교수
한국 방문한 마이클 푸엣 하버드대 교수
(서울=연합뉴스) 경희사이버대 여름 특강을 위해 17일 한국을 방문한 마이클 푸엣(Michael Puett) 하버드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교수. 전공이 중국 역사와 동양 정치철학인 푸엣 교수는 1994년부터 미국 하버드대에서 '중국 정치철학사' 등을 강의하고 있다. 2013.7.19 << 사회부 기사 참조. 경희사이버대 제공 >> photo@yna.co.kr

 

 

미국 남동부 테네시주의 내시빌 출신인 그는 고등학교 때 동양철학에 처음 관심을 가졌다. 플라톤 등 서양의 고전 철학서부터 섭렵해보자고 시작한 독서가 중국의 고전까지 이어졌다.

그는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중국어 프로그램이 있어 우연히 중국 고전을 읽게됐고 그때 받았던 강렬한 충격을 잊을 수 없다"며 "그 충격으로 결국 이 길을 선택했다"며 웃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철학서로 '논어'를 꼽았다.

 

푸엣 교수는 "논어는 상황에 대한 묘사도 세밀할 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한 그림을 그려주는 정말 대단한 책"이라며 "논어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내 평생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유교사상을 고리타분하게 느끼는 한국의 젊은 세대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푸엣 교수는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유교가 윗사람의 가르침을 강요하는 위계적 사상이라고 보고 있다"며 "유교는 타인과 함께 올바르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유교가 한국의 경제발전을 이끌었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푸엣 교수는 펑유란(馮友蘭)의 '중국철학사'를 정독했다는 박근혜 대통령에 감동을 받았다며 한국의 새 정부가 중국과 관계를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문화유산을 공유하는 한국과 중국은 밀접한 관계일 수 밖에 없다"며 "미국과 긴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이 이런 점을 통해 G2시대 중국과 미국을 이어주는 특별한(unique)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희사이버대 여름 특강을 위해 한국을 찾았던 푸엣 교수는 오는 23일 다시 미국으로 떠난다.

 

그는 "한국은 원더풀한 나라이고 사람들이 너무 따뜻하다"며 "내년에 한국을 다시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vivid@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19 10:0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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