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원 "대화록 없다"…여야 '전문가 투입' 추가조사 합의
與 참여정부·野 MB정부 '교차의심' 속 진실게임 양상
끝내 못찾으면 메가톤급 후폭풍 예상…수사 필요성 제기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이광빈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NLL(북방한계선) 포기 취지 발언 여부의 진실을 밝혀줄 핵심자료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증발한 사실이 공식 확인되면서 'NLL 대화록' 정국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논란의 초점이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취지 발언 여부에서 이제는 대화록의 행방과 '노무현 vs 이명박 정부 책임 공방' 쪽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18일 오후 긴급 소집된 국회 운영위에서 대화록 열람위원인 새누리당 황진하,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국가기록원이 대화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실을 밝혔다면서 대화록 부재를 공식 확인했다. 대화록 작성의 기초자료인 녹음(음원) 파일도 찾지 못했다.
황진하, 우윤근 의원을 포함한 여야 열람위원 10명은 지난 15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을 찾아 NLL 등 7개 검색어에 기초해 기록원 측이 선별한 자료 목록과 내용을 모두 훑어봤지만 대화록을 찾아내지 못했다.
국가기록원 측의 보고에 민주당 열람위원들은 "현재까지 찾지 못한 것이 옳은 대답이다. 모든 방법을 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없음을 확인했다고 하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면서 기록원 측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여야는 이날 운영위 회의를 통해 오는 22일까지 대화록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 벌여나가기로 합의했다.
양측 열람위원 2명씩, 여야가 추천하는 전문가 2인씩, 총 8명이 이르면 19일부터 주말에 걸쳐 대통령기록관에서 회의록 검색활동을 계속하고, 오는 22일에는 10명의 열람위원 전원이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해 최종 확인작업을 벌이기로 해, 대화록 존재 여부는 이날 최종 판가름날 전망이다.
민주당과 노무현 정부 당시 인사들은 참여정부의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인 '이지원'과 국가기록원 시스템 차이로 검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어 앞으로 나흘동안 극적으로 대화록을 찾아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화록이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정국에 메가톤급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검찰 수사의 불가피성이 거론되고 있다.
당장 여야는 대화록을 계속 찾아보기로 합의했으면서도, 장외에서는 참여정부와 이명박정부의 책임론을 서로 제기하며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일각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가 거의 끝나갈 때인 2007~2008년 초 대화록 폐기를 지시했고 그때 폐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거나 '당시 청와대가 대화록을 폐기하는 대신 봉하마을로 가져갔다는 얘기를 들었다'라는 등의 사실 여부가 확인 안 된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해 참여정부 폐기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참여정부가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일축하고 "대화록 부재가 확인된다면 국민적 의혹의 눈초리가 국가기록원을 관리해온 이명박 정부로 쏠리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불법 민간인 사찰은 물론이고 국정원을 댓글부대로 전락시키고 댓글 증거자료마저 은폐 조작해 온 이명박 정부가 아닌가"며 이명박 정부를 겨냥했다.
여야의 표적이 된 참여정부와 이 전 대통령 측은 즉각 반발했다.
참여정부에서 기록관리비서관과 연설기획비서관을 각각 지낸 임상경(대통령기록관 초대 관장), 김경수 전 비서관 등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2007년 10월 국정원에서 작성한 대화록 초안을 당시 조명균 안보정책비서관이 최종 완성됐고, 노 전 대통령 보고를 거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화록을 왜 못 찾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회의록 관리과정에 정치적 목적이 개입됐다는 심각한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명박정부의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회의록 폐기는 불가능할뿐더러 가당치도 않은 소리"라면서 "자신들에게 공격이 오니까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다. 기록물을 대통령기록관에 넘기면 변경이나 폐기가 불가능하고, 법에 따라 봉인된 것을 건드릴 이유도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