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들의 '십시일반'으로 살려낸 극장이죠"

posted Jul 14, 201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뷰어로 보기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연극인들의 '십시일반'으로 살려낸 극장이죠"

 

연출가 구태환
연출가 구태환
(서울=연합뉴스) 유용석 기자 = 올해로 개관 20주년을 맞은 대학로 정보소극장 운영하는 구태환 연출가. 2013.7.14 yalbr@yna.co.kr

 

정보소극장 창립 20주년..구태환 극장장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스무 살. 사람으로 따지면 한창 싱그러운 젊음이 꽃 필 시기다.

 

대학로 한복판에 자리한 정보소극장이 올해 바로 그 나이가 됐다. 때때로 폐관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꿋꿋이 버텨 스무 돌 문턱을 넘었다.

 

정보소극장은 1993년 문을 연 이래 연극인의 아지트로, 연극 애호가의 쉼터로 자리매김한 대학로 연극사(史)의 산실이다.

 

최근 극장에서 만난 구태환 연출가(41·극단 수 대표)는 "주변에서 보태준 도움이 컸다"고 했다. 지난해 문 닫을 뻔한 이곳을 인수해 올해 상반기 살림을 도맡은 반년 경력의 극장장이다.

 

"극장을 맡으면서 주변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극장을 키워보려고 하니 도움을 달라고요. 우리 극장에서 공연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죠."

그 요청에 응답한 이들이 실력파 연출가 윤시중·김광보였다.

 

윌리엄 골딩의 동명 소설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무대화한 연극 '파리대왕'(작 윤조병, 연출 윤시중, 극단 하땅세 제작), 지난해 대한민국 연극대상·동아연극상 등 주요상을 휩쓴 '그게 아닌데'(작 이미경, 연출 김광보, 극단 청우 제작) 등 검증된 작품이 이곳에서 재공연됐다.

 

또 극장 재개관작으로 상연된 모노극 '페이스'(김혜리 작·연출·출연)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무게감 있는 작품으로 주목됐고, 지난 11일 개막한 연극 '나와 할아버지'(작·연출 민준호, 극단 공연배달서비스간다 제작)도 첫주 예매율 80%를 기록하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보소극장 대표 연극  '서울노트' <<연합DB/>>
보소극장 대표 연극 '서울노트' <<연합DB>>
정보소극장 대표 연극 '서울노트' (서울=연합뉴스) '서울노트'는 일본 극작가 히라타 오리자의 대표작 '도쿄노트'를 박광정 연출가가 번안해 정보소극장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사진은 공연의 한 장면.

 

 

말하자면 꺼질 뻔한 극장의 불을 성공적으로 되살린 건데, 그는 그 흔한 공치사 몇 마디를 다 걸러냈다.

"제가 무슨 거창한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대신 그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이곳에서 연극을 한 고(故) 박광정(1962-2008) 연출가를 떠올렸다.

 

고인은 2001년부터 이곳의 도맡아 운영하며 대표작 '서울노트'(원작 히라타 오리자, 번안·연출 박광정)를 초연한 선배다.

 

술자리에서 만나기라도 하면 무심한 듯 툭툭 조언을 건네던 사람이었다고 했다. 아직 휴대전화에 저장된 번호를 지우지 못한 건 그런 또렷한 기억 때문이다.

 

"아주 막역하진 못했어도 참 좋아하는 선배였죠."

 

 

날로 어려워지는 대학로 소극장 형편을 고려하면 언제 또 극장이 위기를 맞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극장 20년사를 보면 위기관리 비법이 나와있다. 연극인들이 모으는 십시일반이다.

 

박광정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극장이 방치된 직후에는 대학로 대표 극단 5곳이 이곳을 인수해 운영을 도맡았고, 지난해 이들이 경영난에 빠지자 다시 구 연출가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건물주도 향후 5년간 임대료를 동결하겠다며 힘을 모아줬다.

 

이런 십시일반 덕에 올해 하반기에도 극장은 '밥상'이 풍성하다.

 

작은신화·하땅세·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등 실력 있는 극단의 작품이 관객을 만난다.

 

또 내년에는 고인과 인연이 깊은 일본 극작가 겸 연출가 히라타 오리자의 신작 공연을 추진한다.

 

구 연출가는 "이 극장은 어디까지나 공공재"라고 했다.

 

대관료를 시세보다 낮게 책정하고, 자신의 극단 공연을 할 때도 대관료를 내는 건 "이곳이 수익사업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여럿이 나눠 쓰는 연극의 장"임을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보조석까지 다 깔아봐야 110석에 불과한 지하실 극장. 어디 편히 기댈 수도 없는 의자에 투박한 외관. 그래도 관객이 이곳을 찾는다면 그건 연극의 참맛을 알게 해주는 극장이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관객에게 인정받는 극장이 돼야겠죠. '그곳에 가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합니다."

hrseo@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14 14:09 송고


Articles

479 480 481 482 4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