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화 감독 "CG 기술 넘어 재미있는 영화 원했죠"

posted Jul 1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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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CG 고릴라 주인공 내세운 '미스터 고' 연출..3D 촬영 시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CG(컴퓨터그래픽)로 만든 고릴라를 처음 10분 동안 관객이 믿게 하는 건 당연하고, 그 이상의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영화 '미스터 고' 개봉(17일)을 앞둔 김용화(42) 감독은 9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관객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을 준비가 돼 있다"며 영화의 재미를 자신했다.

 

데뷔작 '오!브라더스'(315만 관객)부터 '미녀는 괴로워'(662만), '국가대표'(848만)까지 한 번도 흥행에 실패한 적이 없는 그가 3년 만에 신작을 내놨다.

 

 

'미녀는 괴로워'에서 미모의 여배우를 뚱보로 만드는 특수분장을 과감히 시도했다. '국가대표'에서는 스키점프의 고공 활강 장면을 고속으로 찍는 특수 촬영기법을 시도해 한국영화의 기술 수준을 한 단계씩 끌어올린 그는 이번에 훨씬 더 큰 모험을 했다.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을 주인공으로 한 '미스터 고'는 순제작비 230억 원 중에 컴퓨터그래픽·시각효과(VFX)에만 120억 원을 투입해 국내 최초로 CG 고릴라 캐릭터와 전체 3D 촬영을 시도했다.

 

사재를 털어 '덱스터 스튜디오'를 설립해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기술 연구개발을 감행해 '미스터 고'를 순수 독자 기술로 완성했다. 400여 명의 스태프와 함께 4년여간 밤낮없이 고생하며 달려온 결과다.

 

하지만, 그는 관객이 이런 고생을 알아주기를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관객들을 생각하면 늘 야속하죠. 하지만 그게 당연한 거로 생각합니다. 지친 일상에서 오랜만에 영화 한 편을 보는 관객들이 CG가 어떻고 기술이 어떻고를 알아야 할 이유가 없죠. 무조건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최대한 관객이 자연스럽게 CG를 받아들이게 하려고 상대적으로 너무 잘 나온 장면을 잘라낸 부분도 있다며 아쉬워했다.

 

"나머지 부분과 일관성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버린 장면도 많아요. '링링'이 서커스단을 떠날 때 깃발을 한 번 돌아보는데, 구름 사이로 태양의 순광을 받아서 눈동자와 표정이 생생하게 최고로 잘 나왔어요. 그런데 뒷 장면에는 이만큼 좋은 장면이 아니었기 때문에 앞부분을 잘라버릴 수밖에 없었죠. 그만큼 관객들이 CG의 차이를 느끼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썼습니다."

 

이 영화가 링링을 둘러싼 드라마로 관객을 크게 울리지는 않는다는 지적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부분에 관해 많은 제안이 있었지만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이미 명징한 이미지와 사건들이 있고 캐릭터와 감정의 범위가 분명했거든요. 더 가슴 아픈 대사나 이야기로 눈물을 빼려고 마음먹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었지만, 저는 '오락성'에 이 영화의 지향과 목표를 뒀습니다. 압도할 수 있는 재미로 2시간6분을 재미있게 가고 관객이 그 안에서 느끼는 감성은 덤이라고 봤죠."

 

그는 이 영화에 한국식 신파가 아니라 보편적인 재미와 감성을 넣고 싶었다고 했다.

 

"'링링'에게 감정이입한 분들은 링링이 라커룸에서 힘들게 일어나는 순간부터 눈물이 터지기 시작할 거고 '웨이웨이'에게 이입하면 진실을 고백할 때부터 우는 관객도 있을 거예요. 그 지점을 어느 한순간으로 몰아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해외 관객들이 봤을 때 '또 로컬한(한국적인) 영화가 나왔다'는 느낌이 아니라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동물 이야기, 그중에서도 고릴라를 주인공으로 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을까.

"인간이 수많은 욕망과 질투와 배신과 탐욕 때문에 서로 다른 곳을 보게 될 때, 우리가 하찮은 미물이나 야수라고 여기는 동물이 그런 그녀(웨이웨이)의 모습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계속 바라본다는, 일종의 판타지를 그리고 싶었어요. 사실 '말'이란 건 다 거짓일 수 있지만, 행동은 거짓이 될 수 없잖아요.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보다 상대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는 행동 하나가 진짜인 거죠. 그런 행동의 표본을 동물이 해주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런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던 차에 허영만 화백의 만화 '제7구단'을 보게 됐고 거기서 고릴라가 야구선수가 되는 이야기의 얼개를 가져와 인간 소녀와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고릴라 '링링'의 순수성이 강조돼야 했기에 감독은 링링의 눈빛과 표정에 그런 정서를 담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했다. 그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링링'의 얼굴을 배우 문근영을 닮게 했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근영 씨에겐 조금 미안한 얘기지만(웃음), CG 아티스트들에게 문근영의 사진을 주면서 이런 느낌으로 만들어보라고 했죠. '링링'의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 순수한 느낌이 가장 중요했어요. 또 링링이 고릴라치고는 나이를 많이 먹었기 때문에 사람이 나이 들면 다시 아이 같아지는 것처럼 어린 느낌이 들어야 했거든요."

감독 본인의 성격도 '링링' 안에 들어가 있느냐고 물으니 손사래를 쳤다.

 

"내가 삶 속에서 못한 것들에 대한 참회를 담은 것이죠. 내가 옆에 있는 사람들을 잘 지켜주지 못했기 때문에 링링이 영화에서 그걸 대신 하게 한 거고요. 지금까지 만든 네 편의 영화가 다 그렇게 내 삶에서 느낀 부족함과 아쉬움을 담은 것입니다. 그걸 영화로 풀어낸 것을 관객들이 좋아해 주니 다행이고요. 이번 영화도 그런 공감을 얻을 거라고 믿습니다."

 

 

mina@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10 06:3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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