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속 '나쁜 엄마'들 통해 '진짜 모성' 발견하길…"

posted Jul 0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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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운영 소설집 '엄마도 아시다시피' 출간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천운영(42)의 소설집 '엄마도 아시다시피' 속 엄마들은 정도껏 나쁜 것도 아니고 정말 나쁘다. 이런 엄마들 슬하엔 딸이 있어서 나쁜 엄마를 겪은 딸이 또 못된 엄마가 될 것 같은 불안함을 안긴다.

 

이런 엄마들을 따라가다 보면 울컥하는 마음이 든다. 잘 먹이고 잘 입히는 완벽한 엄마를 바래서가 아니다. 엄마가 해줬으면 싶고 엄마밖에는 절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일에서 작품 속 엄마들이 기막히게 비켜나가기 때문이다.

 

최근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작가는 "제대로 엄마 사랑을 받는 세상이었으면 싶다"고 했다. 나쁜 엄마들을 보여주면서 모성에 반기를 들고 싶었던 게 아니라 진짜 모성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었다는 게 작가 얘기다.

 

모성이 생물학적인 엄마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다. 이번 소설집은 작가에게 작품을 낳는 소설가로서 모성을 되짚는 과정이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제목에도 '엄마'가 들어가고, 작품에도 엄마가 자주 등장합니다.

 

▲마흔을 넘어가기 전에, 이건 몸에 대한 공포이기도 한데, 더이상 생물학적으로 젊지 않고 아이를 낳지 못할 나이에 임박해서 더 하고 싶어지는 욕망과 집착이 생겼어요. 그전에는 악의라는 게 어떻게 생기고 사람이 남을 어떤 경우에 공격하게 되는지에 관심을 두다가 장편 '생강'을 쓰고 나서는 악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어요. 선과 악, 폭력, 악의 등등에서 엄마에 관련된 것으로 넘어간 거죠. 이번 소설집은 엄마에 관련된 것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제가 쓴 소설, 그 아기들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어요.

 

-- 엄마에 대한 얘기이면서 동시에 작품을 낳는 엄마로서의 작가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네요.

 

▲한 시절을 마름 하는, 나를 알게 해준 과정이었어요. (이런 과정이) 좀 섬뜩하기도 했는데 좋더라고요. '아, 그때 이런 게 억울해서 이렇게 갈 수 있었던 서사가 저렇게 갔구나' 돌아보기도 하고요. 앞으로는 '문장질' 안 하고 달라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동안 모르는 걸 아는 척하기도 하고 숨기고 싶은 게 있으니 문장질도 했는데, 태도의 문제인 것 같아요.

 

-- 작품에 등장하는 엄마들은 첫 작품 빼고는 계속 나쁜 엄마인데요.

 

▲저는 엄마랑 사이가 좋아요. 엄마에 대한 결핍이 없어요, 저는. 살면서 '이 사람은 실수를 한 게 아니라 나쁜 사람이구나' 싶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좋은 엄마를 가져보지 못한 것이었어요. 아버지가 나쁜 경우는 어떻게든 극복이 되던데 엄마에게서 온 억압들은 정신적 문제를 만들고 극복이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안아주거나 보듬어주는 좋은 엄마의 마음이 더 충만하다면 세상이 더 나아질 것 같아요. 제대로 엄마 사랑을 받는 세상이었으면 싶은 거죠.

 

-- 독자들은 천운영 작가라고 하면 오히려 모성의 실체를 의심하는 쪽으로 작품을 읽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의외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페미니스트적인 발언들이 싫어요. 뚫고 나가고 반대 제안을 하고 운동적이고 구호적인 것들을 반대해요. 이런 것들이 더 폭력적이고 더 반발하게 해요. 소설에서 모성에 대해 반기를 든 건 아니에요. 진짜 모성적인 게 뭔지 알고 싶었던 거죠. 나쁜 엄마들을 얘기하면서도 그 중심에 뭐가 있는지 찾아보는 거죠.

 

저는 천성이 보살피고 베푸는 쪽인 것 같아요. 베풀고 보살폈던 것에 후회는 없는데 어느 시기에는 그런 성격이 싫어지기도 했어요. 이용당하기도 하고 뒤통수 맞기도 하는 게 싫었어요. 어떤 사람은 '타고난 모성을 갖고 있느냐'고 비아냥 대기도 하고…. 하지만 지금은 이게 나 같아요. 충심한 마음, 정공법으로 살았을 때는 후회가 없더라고요.

nari@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07 14:5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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