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복지사업 구조조정 3조원 절감하기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지방교육청 등이 합동으로 복지사업 구조조정에 나선다. 360개인 중앙정부 복지사업을 300여개 수준으로 통·폐합하고 1만개 가량인 지자체 사업도 중앙과 중복되는 것을 정비·조정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또 의료급여, 복지보조금 등 여러 사업에서 누수되거나 부적정 수급하는 행위를 적발·차단해 최대 3조1000억원 가량을 절감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는 1일 오전 이완구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복지 재정 효율화 추진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완구 총리는 회의 모두 발언에서 "최근 복지 확대와 관련해 국민부담 증대, 복지 구조조정 논쟁이 벌이지고 있다"며 "있는 돈이라도 알뜰하게 쓰는 노력을 우선하는 것이 납세자인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라고 전제, 중앙과 지자체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 총리는 과거 충청남도 도지사 시절을 언급하면서 "지방 현장에서 벌어지는 복지 재정 누수·낭비를 보고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다"며 "이 문제는 현장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중앙과 지자체가 합심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정부예산은 총 375조4000억원으로 이 중 복지사업에 전체 30%가 넘는 115조7000억원이 투입된다.
중앙 1조8000억원·지방 1조 3000억원 절감
정부는 복지 재정 효율화를 *정보시스템을 통한 누수 차단 *부적정 수급 근절 *유사·중복 복지사업 정비 *재정 절감 인프라 강화 등 4대 분야로 나눠 추진하기로 했다. 정보시스템을 통한 누수 차단은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에 등록된 복지 대상자의 자격정보를 연계·관리하는 것을 강화해 부적격 대상자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기존 59종의 자료에 이자소득, 일자리 사업 참여소득, 고용보험 신고 소득 등 3종의 자료를 추가로 연계한다.
복지 대상자 조사 주기를 연 2회에서 월 또는 분기별로 단축하고 출입국·주민등록 말소 등 변동 정보 관리를 강화한다. 부적정 수급 근절과 관련해선 부처 복지사업별로 중점 점검 대상을 선정해 집중조사를 실시한다. 복지부는 경찰청·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과 함께 무자격자가 병원을 개설해 운영하는 사무장병원 특별점검반을 운영한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산재보험 부정적 수급에 대한 기획조사를 벌인다. 익명신고 운영, 신고포상 확대 등 내부고발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유사·중복 복지사업 정비는 중앙부처의 360개 사업을 300여개 수준으로 통·폐합하고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1만개 가량의 사업은 중앙과 중복되거나 유사할 경우 정비·조정하도록 권고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중앙부처 복지사업 정비 목록은 사회보장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5월께 공개할 예정이다. 의료급여 등 재정 지출이 증가되는 사업은 외래진료 본인부담금 부담 지원을 제외하거나 복지보조금 지원을 받는 민간기관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형태로 추진된다.
최근 감사원을 통해 지적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운영 개선방안에 대해선 교원 명예퇴직비 교부방식 개편, 학령인구 변동을 고려한 교원 배치, 소규모 학교 통폐합 권고기준 마련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방안이 추진되면 중앙정부 1조8000억원, 지자체 1조3000억원 등 3조원에서 3조1000억원 가량의 재정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정 절감 세부 항목을 보면 중앙의 경우 정보시스템 누수 차단 1500억원, 부정적수급 근절 6000억원, 유사중복 복지사업 정비 1000억원, 재정 절감 인프라 강화 5500억원 등으로 나뉜다.
지자체는 유사·중복 복지사업 자율정비 7000억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6000억원으로 나눠 재정 절감을 추진한다. 최병환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은 "절감한 재원은 전액 복지 분야에 재투자할 것"이라며 "중앙과 시·도, 시·군·구의 3단계 추진체계를 구축해 해당 절감액은 2016년도 정부 예산을 편성할 때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복지 재정 절감에 성과를 낸 지자체·교육청은 특별교부금 지급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원득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부처별로 복지사업에 대한 집중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부정수급 예방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증세 없는 복지 후속 조치?
정부가 대대적인 복지사업 정비에 나선 것은 이완구 국무총리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병한 실장은 "오늘 국가정책조정회의는 이완구 총리가 주재하는 첫 회의"라며 "충남 지사 시절부터 복지 재정에 대해 느낀 문제의식과 개선 의지를 이날 회의에 반영했고 장기적으로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고 말한 것은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최근 복지 확대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이 총리가 취임 직후 증세에 미온적인 청와대 기조에 보조를 맞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SOCX) 비율은 1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 조사 대상국 중 28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사무장병원 등 수익을 목적으로 복지 재정을 갉아먹는 기관을 시장에서 퇴출하는 것은 맞지만 정부 칼날이 복지 혜택에 의존하는 저소득층에게 향한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해 김원득 사회복지정책실장은 "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기초연금을 도입하는 등 최근 몇 년 사이에 복지 재정을 크게 늘렸다"며 "이런 수치가 반영되면 국제 지표가 일부 달라질 수 있고 절감한 재원은 전액 다른 복지 사업에 투입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권맑은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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