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몽골 아이들 "한국은 좋은데 친구들이…"

posted Jul 0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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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한국은 경제와 산업이 발전해 배울 것도 많고 살기도 좋지만 한국 친구들을 사귀기가 너무 힘들어요."

 

한국에서 길게는 7년, 짧게는 1년을 머물면서 재한몽골학교 9학년을 마치고 올해 졸업하는 너밍(17.여)과 빌궁(15), 델게르무릉(16.여), 산치르마(16.여)는 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하나같이 한국에 대해 '친절'과 '예의', '깨끗한 환경', '첨단기술 산업' 등을 거론하며 '좋은 나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을 포함한 재한몽골학교 9학년 8명은 3일 제9회 졸업식을 치렀다. 재한몽골학교는 9월 새 학기를 시작하는 몽골 학제에 맞춰 매년 이맘때 졸업식을 치른다.

올해 졸업한 8명 중 1명은 몽골로 돌아가고 다른 1명은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미국계 학교에 진학한다. 나머지 6명은 국내 일반 중학교 3학년 2학기로 편입한다.

재한몽골학교에서의 생활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공부했다"며 웃음을 짓는다.

 

그러나 한국 친구들 이야기가 나오면 모두 입을 닫는다. 한국의 일반 학교를 몇 년 다닌 경험이 있는 너밍은 "한국 친구들이 하도 따돌리는 통해 친구도 사귀지 못했고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한국 체류 기간이 짧은 다른 친구들은 한국 친구를 사귈 기회도 없었다.

 

재한몽골학교 학생들은 근로 또는 유학 목적으로 한국에 온 부모를 따라 뒤늦게 온 아이들이다.

 

몽골은 가족 간 유대가 강해 근로자나 유학생으로 온 이들이 가족을 초청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학생은 주한 외국인 지원 및 선교 단체인 나섬공동체(대표 유해근 목사)가 1999년 설립한 재한몽골학교에서 부모의 체류 기간에 맞춰 몽골어로 공부할 수 있는 것을 천만다행이라고 여긴다.

 

유학생으로 한국에 온 엄마를 따라왔다 몽골로 돌아가는 델게르무릉은 고등학교는 몽골에서 다니고 다시 한국이나 미국에서 유학할 계획이다.

 

한국말은 서툴지만 영어를 꽤 잘하는 빌궁도 "앞으로 한국이나 미국에서 계속 공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교 수업 외에 TV와 인터넷으로 혼자 영어회화를 익혔다는 그는 "나중에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며 "한국의 첨단산업기술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너밍도 한국 학교에서 2년 정도 다니다 엄마가 유학생활을 마치면 함께 몽골로 가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할 생각이다.

 

그는 한국어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다.

 

한국에 일하러 온 엄마의 초청으로 1년 전 한국에 온 산치르마는 "엄마가 한국에 있는 동안은 한국에서 머물면서 가능하면 한국의 대학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2학기부터 일반 학교로 편입하는 아이들 모두 "재한몽골학교에 고등학교 과정이 생기면 좋겠다"고 밝혔다.

 

고등과정이 생기기를 바라는 소망은 이들만이 아니라 현재 재학 중인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이강애 교장(51.여)은 그러나 "다들 바라는 것이지만 아직 컨테이너를 이어붙여 교실로 쓰는 형편이라 고등과정은 엄두를 못내고 있다"며 "졸업생들이 한국 학교에서 잘 지내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어제 졸업식에서 학교를 떠나 선생님이나 동생들과 헤어지는 것이 슬퍼 다들 울었다"며 "재한몽골학교에서의 생활은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학교를 세워 준 유 목사님과 선생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 왼쪽부터 산치르마, 델게르무릉, 너밍, 빌궁. 이들 4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이 올해 재한몽골학교를 졸업했다.)

 

kjw@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04 14:2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