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심각, 정부는 경기부양만 올인?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충격적이다. 2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3조4000억원. 2월 기준으로 13년 만의 최대치를 보이고 있다. 1분기 주택담보대출도 지난해 동기의 3.5배에 달한다. 가계부채의 위험성은 총량 증가 속도와 함께 치솟고 있다. 정부 대책은 전무하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적극적으로 빚을 늘리는 정책을 쓰고 있는데 빚을 억제하는 대책이 있을 리 없다.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이라며 출시한 안심전환대출은 ‘흥행’엔 성공했지만 가계부채 문제의 해법일 수 있겠는가?
13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소규모 자영업자를 포함한 광의의 가계부채 중에서 3%에 불과한 40조원만큼을 보다 안정적인 구조로 바꿔줄 뿐이다. 그것도 제2금융권 차주와 상대적 저소득 가구는 배제되는 등 수혜층이 일부로 국한돼 형평성 논란이 뜨겁다. 지금 정부는 가계부채를 적극적으로 늘리면서 가계부채 증가를 걱정하는 이중적 상황을 연출 중이다.
가계부채, 브레이크가 없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월말 522조원으로 한 달간 3조4000억원 증가했다. 2월 가계대출 증가액으로는 2002년 5조8000억원 이후 13년 만의 최대 수치다. 겨울철 이사 비수기인 데다 연말 상여금과 소득공제 환급액 등으로 대출을 갚는 사람이 많아 주택대출이 늘지 않는 1월에도 이례적으로 가계부채는 증가했다. 월별 가계부채 증가폭이 연이어 최고치를 경신하며 1분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도 지난해 1분기의 3.5배에 달한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외환, 기업 7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316조4539억원에서 이달 말 323조4876억원으로 7조745억원 증가했다. 1분기에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7조원 넘게 급증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은 35조5000억원 늘어나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올해 이 같은 급증세가 지속된다면 지난해 기록은 깨질 전망이다.
올해 들어 이처럼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것은 전셋값 상승을 견디다못해 주택매수로 돌아선 사람이 늘었기 때문인데 다음달 1일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주택매수 심리를 더욱 부추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해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와 지난해 8월 이후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로 유사 이래 가장 빚 내기 좋은 여건을 조성해놓았다.
부채를 늘리면서 질을 개선한다는 것이 대책인가?
가계부채 대책이래야 현재 ‘안심전환대출’ 정도가 전부다. 안심전환대출은 ‘2011년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 발표 이후부터 정부가 고수해온 고정금리 전환정책과 다를 바 없다. 금리가 출렁일 때마다 정책 피해자를 양산했다며 뭇매를 맞다가 이번에 2%대라는 역대 최저금리로 ‘대박’은 터뜨렸다. 그러나 전체 가계부채를 조망할 때 효과는 장담키 어렵다.
금융당국은 연 40조원을 안심전환대출로 전환할 경우 매년 1조1000억원의 가계부채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존 가계대출 구조를 바꾸는 것일 뿐 급증하는 신규 대출의 총량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매달 신기록을 세우는 가계부채 증가폭을 상쇄하기에도 역부족이다. 또 더 높은 대출이자로 허덕이는 제2금융권 이용자들은 혜택받지 못해 그나마 기대되는 부채 위험성 경감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는 “증가 속도가 빠른 것은 인정하지만 관리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소득 4∼5분위의 고소득 차주가 가계부채의 70%를 차지해 상환능력이 양호하고, 연체율이 낮아 금융기관의 자본건전성도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질적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부실 가능성이 큰 대출을 규제하는 등 총량 규제를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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