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70대 애니메이터, 똑같은 열정 불태우죠"

posted Jul 0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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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블루스카이 스튜디오 애니메이터 이상준·성지연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할리우드의 블루스카이 스튜디오는 픽사(디즈니), 드림웍스와 함께 3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꼽힐 정도로 최근 몇 년 새 떠오르는 이름이다.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와 '리오'를 만들어 세계 시장에서 큰 흥행을 거뒀다.

 

이곳에서도 픽사나 드림웍스 못지않게 적지 않은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이 활약하고 있다.

 

특히 신작 '에픽: 숲속의 전설'에는 한국인 애니메이터 이상준 씨와 성지연 씨가 각각 캐릭터 디자인과 라이팅(lighting) 부문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수석 캐릭터 디자이너인 이 씨는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고 할리우드 최고의 컴퓨터그래픽(CG) 스튜디오인 ILM에 있다 블루스카이로 옮겼고, 라이팅 수퍼바이저인 성 씨는 컴퓨터그래픽을 전공하고 광고회사에서 일하다 블루스카이에 영입됐다.

오는 8월 국내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두 사람을 2일 압구정역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들은 수평적인 조직 문화와 새로운 것에 대한 과감한 도전,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블루스카이의 강점으로 꼽았다.

 

다음은 두 사람과의 문답.

 

--블루스카이에는 한국인이 얼마나 있나.

 

▲최근 더 많아졌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온 사람은 12명 정도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교포까지 포함하면 더 많다. 우리 둘 다 한국에 있다가 미국에 유학 가서 정착한 경우다.(이상준, 이하 이)

 

--각자 하는 일을 설명해달라.

 

▲처음 영화를 시작해서 애니메이션 작업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과정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한다. 프리 프로덕션(사전 제작 과정)과 프로덕션(실제 제작) 사이의 과정을 관리하고 이때 결정한 작품 관련 정보들이 제작 과정의 각 분야에 잘 전달되도록 관리하는 역할도 한다.(이)

 

▲애니메이션 작업이 끝나는 순간부터 최종 완성본을 내는 순간까지 전체의 텍스처(결)부터 명암까지 맡는다. 초점 맞추기와 흐릿함을 조절하는 일도 한다.(성지연, 이하 성)

 

--이번 '에픽…'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감독이 실사에 가까운 것을 원했다. 그래서 실제 생물들에 관해 아주 많이 조사했다. 또 세심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신경 써서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하고 수없이 다듬었다. 아이들이 실제 숲 속에 가서 겪는 것처럼 느끼게 하려고 노력했다.(이)

 

▲제목은 '에픽'(서사시)인데, 영화 배경 전체는 집 뒤뜰을 벗어나지 않는 설정이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어린아이들이 상상력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빛을 조절하는 데 신경썼다. 실사에 가깝게 명암을 주지만, 말하는 주인공 위주로 조명을 해야 하니까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중간 단계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웠다.(성)

 

 

--픽사나 드림웍스와 구별되는 블루스카이만의 특징이 있다면.

 

▲기술적인 데 자부심을 갖고 있는 회사다. 실사 같은 느낌을 주는 라이팅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어서 쓰는데, 이번 작품은 특히 우리 소프트웨어를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여서 다들 되게 좋아했다. 기술적인 면과 실사 같은 애니메이션을 구현하는 데 많이 신경을 쓰는데, 원래 광고회사에서 출발해서 더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다.(성)

 

▲기존에 없던 새로운 걸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새로운 스타일과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 독려한다.(이)

 

--다른 스튜디오들이 서부인 캘리포니아에 있는 데 비해 유일하게 동부에 위치한 것도 특이한데.

 

▲그래서 더 개성이 있는 것 같다. 동부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고 서부에 갈 수 있는데도 동부를 좋아해서 이쪽에 들어온 경우가 많다. 다들 실력은 서부에 있는 애니메이터들 못지 않게 최고란 얘기다.(성)

 

▲ILM에 있을 때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 에피소드 3'를 하면서 "이건 애니메이션 영화"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때부터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단 생각을 했는데, 마침 블루스카이에서 제안이 왔다. 내가 들어올 때만 해도 직원 규모가 20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600명까지 늘었다. 크게 성장하고 있는 곳이다.(이)

 

--스튜디오 분위기는 어떤가.

 

▲의사전달 방식이 수평적인 점이 좋다. 감독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다. 그러면 감독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이러해서 이렇게 선택했다는 얘기를 해준다. 한회사에 오래 있으면 열정이 사그라드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일하다 보면 열정이 줄지 않는다. 디즈니에 있다 온 할아버지뻘 애니메이터들도 있고 젊은 20대도 있는데, 이들의 열정이 똑같다. 나이가 많다고 더 많이 알아야 한다거나 젊다고 패기를 내세우거나 그런 게 아니라 서로 편하게 배울 수 있는 분위기다.(이)

 

▲개개인의 책임감은 크지만, 그렇다고 회사가 직원들에게 초과 근무를 시키거나 무리하게 일을 시키지 않는다.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딱 정해져 있고 그 이상 일하는 것에 대해 제재가 굉장히 세다. 늦게 일하면 다음날 충실히 일할 수 없다는 걸 회사도 안다.(성)

 

--다른 분야에서 일한 경력도 있는데, 이곳에 있는 이유는.

 

▲영화가 좋아서(웃음, 성).

 

▲일이 재미있다. ILM에서는 할리우드의 노하우를 많이 배웠는데, 여기 와서 잘 써먹고 있다(웃음, 이).

 

--한국 애니메이션에 관해 느끼는 점은.

 

▲애니메이션에 관심은 많은데, 실제 제작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미흡한 것 같다.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그렇게 많은데, 그들이 대체 어디로 가는지도 궁금하다. 할리우드에 많이 진출했으면 좋겠다.(성)

 

▲제작 환경이 안 좋고 예산이 적다 보니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 한국 시장이 작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이니 세계 시장을 겨냥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작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한국에선 하나 만들고 접고 그런 것 같아서 안타깝다. 최근 중국이 많이 치고 온다는 얘길 들었는데, 많이 걱정된다.(이)

 

 

 

mina@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03 06:3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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