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이 인디밴드? 제대로 음악하고 싶었어요"

posted Jul 0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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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음반 발표한 밴드 밤손님

개그우먼 김현정 주축..전정철.이재영.류해원 참여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지난달 18일 나온 밴드 밤손님의 데뷔음반 '오! 사랑 빛나네'는 흥미롭다.

 

크라잉넛의 한경록과 장기하 등 화려한 피처링도 그렇지만, 소녀 같은 청아한 매력으로 청자를 강하게 흡입하는 '짱짱한' 보컬은 음반 크레딧을 유심히 살펴보게 한다.

 

주인공은 바로 개그우먼 김현정(31).

 

지난 2005년 SBS 공채 8기로 데뷔, '웃찾사'와 지난해 케이블 채널 tvN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 2'에 출연한 그가 '인디밴드'의 옷을 입고 오랜만에 대중을 찾았다.

최근 중구 을지로에서 밤손님(김현정·전정철·이재영·류해원)을 만났다.

 

"개그우먼이 왜 인디밴드를 꾸렸느냐고요? 어쭙잖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죠. 이왕 하는 김에 제대로 해 보고 싶었어요." (김현정)

 

지난해 '개가수(개그맨+가수)'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개그맨이 가요계의 문을 두드린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주로 대중과 호흡하기 쉬운 장르를 택하는 게 일반적. 전정철(기타), 이재영(통기타), 드럼(류해원) 등 인디계에서 잔뼈가 굵은 멤버들과 직접 밴드를 결성해 진한 복고풍의 음반을 내놓은 것은 의외다.

 

"어느 순간 눈이 높아져서 MR(반주)을 틀어놓고 노래하는 데에서는 만족을 못하겠어요. MR보다는 밴드와 해야겠죠." (김현정)

 

루나틱의 전정철과 이재영, 넘버원코리안의 류해원 등 화려한 멤버들은 크라잉넛 한경록의 소개로 김현정과 술자리·노래방 등지에서 친해진 친구들.

 

"지난 2008년께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때가 있었죠. 올밴(우승민) 오빠와 술을 먹는데 그 자리에 온 이가 한경록 오빠였어요. '친구가 없다'고 하소연했더니, 소개해 준 게 바로 이 친구들이죠." (김현정)

 

그가 이처럼 술잔을 기울이며 친분을 맺은 인디 음악계 동료는 한둘이 아니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그에게 기타를 가르쳐줬고, 장기하는 흔쾌히 3번 트랙 '쏟아지는'에 내레이션을 맡았다. 애초 이 프로젝트를 탄생시킨 크라잉넛의 한경록은 타이틀곡 '오! 사랑 빛나네'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직접 피처링까지 했다.

 

"처음에는 음반을 내겠다는 '그림'을 생각하지 않았어요. 매일 만나 놀고, 춤추다 보니 '스륵스륵' 젖어든 거죠. 개그우먼이라는 점을 의식한 적은 없습니다." (이재영)

 

멤버들은 "여성 아티스트와 호흡을 맞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김현정의 보컬이 정제되지 않은 어떠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는 뜻.

 

류해원은 "김현정은 자신만의 스타일과 방법이 있는데, 말로 설명하긴 어렵다"며 "마냥 예쁜 목소리는 아니지만, '섹시함'도 갖추고 있다. 팀 차원에서 그의 목소리에 맞는 노래를 연구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음반에는 복고풍 멜로디를 러시아 폴카리듬에 버무린 타이틀곡 '오! 사랑 빛나네'를 비롯해 전정철이 작곡한 '나나', 이재영이 작사한 '쏟아지는' 등 네 곡이 담겼다.

 

마지막 트랙 '돌아가는'은 김현정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자작곡.

 

"하고 싶은 것도 없는데, 난 이제 먹고 싶은 것도 없는데"라고 '꾹꾹' 담아 부른 곡의 감정은 유난히 우울하고 슬프다. 그 까닭을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저는 개그우먼이지만, 사실 우울하고 비관적인 생각을 지닌 사람이에요." (김현정)

 

그는 "최근 2-3년간 '도전'이 두려워졌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요즘 코미디를 하지 않는 것도 '하기 싫다'고 말은 했지만, 실은 아이디어가 없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지난해 '코미디 빅리그 2'로 오랜만에 복귀했지만, 하위권에 머물다 상처를 받았다"며 "스트레스에 매일 울었다. 개그에 대한 자부심도 방송 마지막쯤 무너져버렸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밴드라는 새로운 틀 안에서 그의 '개그'는 커다란 무기다. 무대에서 노래뿐 아니라 입담도 과시할 수 있기 때문.

 

류해원도 "(김)현정이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고, 음악도 '제대로' 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거들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홍대 인근의 한 클럽에서 첫 공연을 열고 활동의 포문을 열었다. 난생처음 관객 앞에 서 보는 터라 '차렷' 자세로 경직된 것이, 영락없는 신인이었단다.

 

"개그만으로는 웃기기만 하고, 노래만 하면 지루하죠. 그런데 두 가지 다 있으니 좋은 공연을 평생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밴드가 너무 좋습니다." (김현정)

 

tsl@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03 07:5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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