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한(恨)을 품게한 국립병원과 향경,검,판의 적폐--의료사고 투쟁기 “다윗의 전쟁, 1년의 기록” 펴낸 김중섭씨

전남 장성 출신 사업가 김중섭씨는 25년 동안 ‘국립 전남대 병원 그리고 지역경찰, 검찰’을 상대로 부조리와 적폐에 대한 전쟁을 홀로 외롭게 벌여왔다. 25년전 9월, 김중섭씨의 생질 이한승 군(당시 18세, 전남 영암 신북고 3년)이 국립 전남대 병원에서 심장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다음날 아침 산소호흡기가 5분동안이나 빠져 방치된 채 죽음에 이르러 싸늘한 시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전남대 병원

병원측이 장례비를 보조하는 것으로 책임을 회피하자 병원측의 제안을 거부한 김중섭씨와 유가족들이 시위농성에 들어갔고 사태는 장기화 되어 병원측은 난처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자 당시 경찰은 무엇때문인지 이 사건을 병원측의 의도대로 서둘러 덮고자 유족에게 사체 부검을 종용했다. “부검소견이 병원측에 유리하게 나올 것으로 확신하는 듯한 경찰은 그것을 방패막이 삼으려 한 것”이라고 유족들은 주장하고 있다.

유족들은 “담당의사의 과실 인정으로 의료사고가 분명한 상황에서 당시 경찰(광주광역시 동부경찰서)이 수사를 진행할 생각은 않고 부검종용에만 매달리자 심대한 의구심을 품고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물증(담당의사 발언 녹음테이프)과 여러 정황증거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측과 유착한 듯한 경찰이 계속 수사를 방기함으로써 유족으로써는 그 억울함을 풀 방도가 없었다”고 김중섭씨는 언급했다.

이후 김중섭씨는 언론과 여러 시민단체들 그리고 광주시민들을 상대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사체부검에 응했다. 국과수 강신몽 박사의 집도로 진행되었던 부검소견은 “병원측의 의료과실”로 판명되었다. 이에 병원은 물론이고 당시 경찰도 당혹해했다고 한다. 또 부검소견 발표 직후, 경찰이 은밀히 서울까지 강신몽 박사를 찾아 부검소견을 번복할 것을 종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김중섭씨는 광주지검에 경찰과 병원을 형사고소했는데 이번에는 검찰이 수사를 방기한 채 아예 고소를 기각해버렸다. 그러자 김중섭씨는 민사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국가(일부)배상 책임” 판결을 받아냈다. 다급해진 전남대 병원은 항소하는 한편 사망한 이한승군의 병원비 청구소송을 뒤늦게 제기하여 승소했는데 유족이 판결의 부당함을 들어 병원비 지급을 거부하자 기르던 소에 차압딱지를 붙여 끌고감으로써 끝내 병원비를 받아갔다.

게다가 광주지법은 항소심에서 1심판결(국가배상 책임인정)을 파기하고 전면적으로 병원측의 손을 들어 주어버렸다. 이 판결에서 국가기관인 국과수의 부검소견은 증거로 채택되지도 않았다. 선량한 양심과 추상같고 치밀한 정의는 내팽겨쳐지고 이해할 수 없는 경찰과 검찰 그리고 지역법원의 행태는 자식을 잃은 부모를 두 번 죽여버렸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오늘까지 지역 국립병원, 경찰,검찰, 지역향판의 더러운 적폐에 대한 김중섭씨의 ‘다윗전쟁’은 이어지고 있다. 김중섭씨는 광주,전남지역 기득권(향판)세력의 잘못된 사회관행과 적폐들을 바로잡아 참다운 세상 살기좋은 나라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고자 “다윗의 전쟁, 1년의 기록”이라는 의료사고 투쟁기를 출판했다. 이책의 처음에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 인쇄되어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