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재벌사정-포스코(흥우산업), 석유공사, 경남기업, 롯데 수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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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석유公-경남기업 압수수색
검찰이 18일 한국석유공사와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했다. 이명박(MB) 정부 시절 추진했던 각종 해외 자원개발 사업 관련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자원외교는 당시 정권의 핵심 사업이었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의 종착지를 예단하기 힘든 ‘메가톤급’ 태풍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이날 서울 동대문구 경남기업 본사와 울산에 있는 한국석유공사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했다. 경남기업 성완종 회장 등 핵심 관계자들은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경남기업 유용 정황 포착
검찰은 경남기업이 ‘성공불융자’ 제도를 이용해 해외 자원개발을 목적으로 석유공사로부터 융자를 받은 뒤 이를 빼돌려 회사의 다른 사업비로 쓴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불(成功拂)융자’란 리스크가 큰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민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정부가 투자비용을 지원하고 성공할 때만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 제도다. 민간기업은 성공하면 원금과 이자를 갚고, 실패하면 갚을 필요가 없어 손실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민간기업으로선 이 자금은 받아내기만 하면 ‘노다지’인 셈이어서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성공불융자 자금은 국민들이 석유제품을 소비할 때 내는 석유수입부과금을 재원으로 한다. 사실상 국민혈세로 조성되는 셈이다.
검찰은 경남기업과 석유공사 컨소시엄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러시아 캄차카 석유 광구 탐사에 3000억 원가량을 투자한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이때 한국 컨소시엄은 사업 지분 45%를 매입했는데, 경남기업이 석유공사로부터 성공불융자금을 빌려 지분 10%를 투자했다. 이 사업은 성과를 내지 못했고 석유공사도 2010년 사업 철수 결정을 내렸다. 이를 포함해 각종 자원개발 사업 과정에서 경남기업이 석유공사에서 끌어온 성공불융자는 2006년 46억6157만 원, 2007년 173억4588만 원, 2008년 38억7057만 원, 2009년 2억7787만 원, 2010년 8억1230만 원으로 총 270억여 원이나 된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경남기업이 석유공사에서 빌린 돈 가운데 일부를 자원개발에 투자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쓴 흔적이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성완종은 정치권 마당발
‘암바토비 광산’ 특혜 의혹 등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경남기업은 2008년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벌인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 사업에 참여했다. 그러나 경남기업이 자금 악화로 투자비를 내지 못하자 광물공사는 2008년경 171억여 원을 대납했고, 2010년에는 계약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경남기업의 사업 참여 지분을 인수해 주기도 했다.
암바토비 광산
광물공사는 지분을 고가에 매입하고 저가에 매각해 회사에 932억 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충청권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성완종 회장은 원래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가까운 인사로 분류됐다. 2012년 충남 서산-태안에서 제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될 때도 자유선진당 소속이었고 이후 당 원내대표까지 맡았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민간 자문위원을 한 적이 있다.
성완종 회장
2012년 자유선진당(선진통일당)과 새누리당이 합당하면서 새누리당으로 당적이 바뀌었다. 여야를 넘나드는 폭넓은 인맥과 김신종 전 광물공사 사장이 성 회장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에 참여했다는 점 등을 들어 야당에선 두 사람 간 ‘뒷거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성 회장은 선거법 위반으로 지난해 의원직을 잃었다.
포스코 수사-흥우산업
포스코의 비자금 조성 통로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부산의 건설업체 흥우산업 관련 포스코건설의 수의계약 리스트에 따르면, 흥우산업은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533억원의 포스코건설 국내 하청을 따냈다. 수백개의 국내 하청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다. 새만금방수제 공사와 광양항 원료부두 공사 등 4건의 공사를 따냈는데, 대부분 규모가 100억원이 넘는 대형 공사였다.해외 사업에서도 베트남의 노이바이 고속도로 사업을 900억원에 수의계약으로 하청받았다.
흥우산업이 포스코건설에서 4년간 따낸 국내외 수의계약 규모는 1500억여원. 이 회사의 1년 매출에 버금가는 규모다. 검찰은 흥우산업이 공사 수주 특혜 대가로 비자금을 조성해 포스코 측에 건넨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만간 이철승 흥우산업 회장을 소환해 정확한 비자금 조성 규모와 전달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롯데도 수사중
박근혜정부의 ‘부정부패 척결’ 의지 표명 직후 대기업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는 가운데 검찰이 롯데쇼핑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김영기 부장검사)는 롯데쇼핑 내부에서 수상한 자금 동향을 감지하고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검찰은 이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계좌추적영장을 발부받아 롯데쇼핑 임직원들의 계좌 내역을 추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은 신헌 전 대표이사가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돼 지난해 말 징역2년의 실형을 선고받는 등 한차례 검풍에 휩쓸린 경험이 있다. 신 전 대표는 기소 당시 직책은 롯데쇼핑 대표였지만 2008~2012년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편의제공 명목으로 벤처업체로부터 돈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자체가 전형적인 개인비리 성격을 띄고 있고 검찰 수사가 롯데쇼핑을 타겟으로 잡았다고 보기에 힘든 면이 있었지만 이번 경우에는 롯데쇼핑 내부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의 신세계에 대한 계좌추적과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롯데쇼핑과 같은 유통기업에서 자금을 나눠 직원 계좌를 거치는 것은 전형적인 비자금 조성 방법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검찰은 지난해 초 롯데쇼핑에 대한 비위 혐의를 이미 국세청으로부터 확보한 상태다. 국세청이 롯데쇼핑의 4개 사업본부(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시네마)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롯데쇼핑 관계자들을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이 그것이다. 당시 국세청은 롯데쇼핑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역외탈세 의혹과 분식회계 등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이 있다며 추징금만 700억∼1000억 원 규모라고 밝혔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