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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에 자원입대한 아르헨티나 한인 1.5세 형제

posted Jun 3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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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에 자원입대한 아르헨티나 한인 1.5세 형제>

 

 
 

방형식·태현 "대한 남아라는 걸 인정받고 싶었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한때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 적도 있습니다. 이제 저는 대한민국의 청년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고, 남들에게 떳떳해지려면 당연히 병역의무를 마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9월에 한국에서 2∼3주간 머물며 입대 결심을 했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형 방형식 씨)

 

"대한민국의 남자라는 걸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저는 태극기를 좋아하는데, 병역의무를 다하지 않은 상태에서 태극기를 달고 다니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제대하면 가장 먼저 가방을 사 한가운데 태극기를 붙이고 다닐 것입니다." (동생 방태현 씨)

 

지난 3월 11일 충남 논산시 육군훈련소에 동반 입대한 형제 방형식(30)·태현(29) 씨가 국외영주권자이면서도 군에 자원입대한 이유다.

 

이들은 오랫동안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 방종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남미서부협의회장이 '대한민국 남자라면 당연한 일"이라는 말 한마디에 적지 않은 나이에도 기꺼이 조국으로 달려왔다.

 

형은 육군 53사단, 동생은 육군훈련소 28연대에 최근 배치됐다. 이들 형제의 이야기는 민주평통이 발행하는 웹진 '행복한 통일' 6월호에 소개돼 있다.

 

3개월이 지난 30일 현재 형제는 한층 성숙했고, 다른 누구보다도 군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삼시 세끼 영양가 있는 식사, 규칙적인 생활을 해서 밖에 있을 때보다 훨씬 건강해진 것 같습니다. 피부가 좋아져 동안이라는 말을 부쩍 많이 듣습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고 느낄 정도로 군 생활이 재미있습니다." (형)

 

"훈련소 분대장으로 남아 열심히, 즐겁게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교육이 끝나면 7월부터는 훈련병들을 직접 가르치고 군 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인도하게 됩니다. 그런 일을 군대에서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보람차고 뿌듯합니다. 가장 뜻 깊은 것은 나라를 위해 국방의 의무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생)

 

아버지 방 회장은 1998년 IMF 위기로 희망퇴직, 명예퇴직이 유행처럼 번지던 그때 직장을 그만두고 아내, 두 아들과 함께 아르헨티나에 이민했다. 당시 그곳도 불경기였지만 조그마한 의류 가공공장을 차렸다. 기대한 만큼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정년퇴직을 할 나이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에 만족하며 일했다.

 

1993년 아르헨티나 한인회 기획부회장 재임 시 처음으로 민주평통 자문위원(11기)이 된 그는 13기까지 연임한 뒤 15기 협의회장으로 봉사했다. 파라과이, 칠레, 페루, 볼리비아, 우루과이 등 6개국 자문위원들로 구성된 남미서부협의회는 아르헨티나에 '통일동산'을 만드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아버지의 반듯한 삶은 두 아들에게 고스란히 대물림됐다. 형식 씨는 중학교 3학년 때 이민, 고등학교 과목을 힘들게 이수하고 전문대 형태의 음악학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병석에 눕자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장남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공장과 가게 운영을 맡았다.

 

일하면서도 동포사회 보컬 팀에서 드럼을 맡아 연주했고, 사물놀이는 경지에 이르러 순회공연하러 다닐 정도였다. 입대 전까지 한국문화를 홍보하고 현지 음악학교에서 강의했다.

 

동생은 이민 직후 청강생으로 1년간 학교에 다녔다. 완벽한 학습능력을 보여줘 학부모와 교장 회의를 통해 정규학생으로 편입됐다. 이후 단 한 번의 낙제 없이 학업을 마쳤고, 명문 부에노스아이레스대(UVA)에 입학해 졸업했다. 그러나 연기를 하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려고 단국대에 입학, 영화연극을 전공했다.

 

아르헨티나 한인사회에서 형제의 우애는 깊기로 소문나 있다. 형은 동생이 외국인에게 맞거나 '왕따'를 당하면 학교로 찾아가 혼내줬고, 학업 대신 일을 하면서 그 월급으로 동생 학비를 보태줬다. 동생 역시 형의 말이라면 믿고 잘 따라준다.

이들 형제의 국가관과 통일관은 입대 후 더 확고해졌다.

 

"대한민국은 추울 때 덮을 수 있는 따뜻한 포단 같습니다. 다시 태어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나겠습니다. 통일은, 한국을 떠나기 전에 불렀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자연스럽게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사실 아르헨티나에 있을 때는 북한보다 독도를 넘보는 일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찾아가 시위했던 적도 있습니다." (형)

 

"한국은 '저 자신'입니다. 아무리 외국에 살면서 외국어로 이야기해도 제 생각과 제 피는 한국인입니다. 제가 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사실 외국에서 자라면서 그 나라의 역사를 배웠기 때문에 통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1950년도에 전쟁이 터져서 남과 북이 갈라져 있다는 정도. 그런데 군대에 와보니 왜 대한민국의 건장한 청년들이 군대에 와야 하는지 많이 배웠습니다." (동생)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복무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서도 이들은 제대 후의 꿈도 키워가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영화학교를 졸업한 배현석 감독이 한인 1.5세대들의 정체성 혼란을 테마로 만든 영화 '두 유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Do U Cry 4 Me Argentina)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형은 배 감독의 독립영화 제작에 음악감독과 배우로 참여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동생은 "남에게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제대 후 영화배우가 돼 많은 관객과 스크린에서 만나고 싶고, 대한민국의 가치를 외국에 알리는 일도 병행하겠다는 야심에 찬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형 방형식(오른쪽) 씨와 동생 태현 씨가 군복을 입고 늠름하게 포즈를 취한 장면. <<웹진 '행복한 통일' 제공>>

 

ghwan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30 08:0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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