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대사 쾌유중, 경찰,"김기종 압수물 감정의뢰“
리퍼트 대사 쾌유중, 정치권, 각계인사 병문안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조찬강연회 중 흉기 피습으로 입원 나흘째를 맞은 8일 한미 각계인사들의 병문안이 잇따랐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리퍼트 대사는 웃는 얼굴로 이번 사건이 양국관계를 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한식으로 끼니를 해결한 그는 "김치를 먹었더니 힘이 더욱 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리퍼트 대사는 이날 오전 10시 10분께부터 오후 5시께까지 한국 인사들뿐만 아니라 때마침 방한한 미국 합참차장과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 등 손님들을 맞느라 분주했다. 병실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만난 김무성 대표
해외 미군부대 순방차 방한한 제임스 윈펠드 미국 합참차장을 시작으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각각 방문, 리퍼트 대사를 위로했다. 오후에는 웬디 커틀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방문했다. 리퍼트 대사는 이 자리에서 한국 정부와 한국민의 성원에 거듭 감사의 뜻을 표하고 "위기 속에는 기회가 있다(Crisis comes opportunity)"며 이번 사건이 양국관계를 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완쾌된 다음 소주 한잔하자"는 김무성 대표의 말에 리퍼트 대사는 "전적으로 동의한다(Absolutely)"고 화답했다. 리퍼트 대사 고향인 미 오하이오주(州) 출신 인사들이 세브란스병원을 세웠다는 의료진의 설명에는 "세계가 굉장히 작다"며 "(병원이) 고향 같다"고도 했다. 리퍼트 대사의 이처럼 '빡빡한 일정' 소화는 단순히 상태가 호전됐기 때문이 아니라 한미관계를 정상적으로 이끌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병원과 대사관의 전언이다. 의료진은 "아직 완전히 회복은 안됐지만 주요인사들과 면담을 통해 한미관계를 돈독히 하는 역할을 하려는 것 같다"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워낙 많기 때문에 다 만날 수는 없고 일정을 조정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만난 제임스 윈펠드 미 합참차장
리퍼트 대사는 틈틈이 한국 현대사에 관한 책 '두 개의 한국'(The Two Koreas)을 읽고 있다고 로버트 오그번 주한 미국대사관 공보참사관은 전했다. 그의 쾌유를 바라는 시민들의 성원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시민은 기도회와 부채춤 공연까지 여는 등 '열성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한예수교 장로회 합동한성총회 소속 신도들은 전날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리퍼트 대사님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기도회와 발레, 부채춤, 난타 공연을 열었다. 엄마부대 회원 10여명은 이날 오후 신촌세브란스병원 앞에서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세준 아빠 한국사랑 최고'라고 쓴 피켓을 들고 집회를 열었다.
마크리퍼트 대사 쾌유 기원 집회
자유청년연합은 이날 저녁 동아일보사와 신촌세브란스병원 앞에서 리퍼트 대사에 대한 공격을 규탄하고 쾌유를 기원하는 문화제를 연다. 지난 6일 오전 6시40분께는 한 70대 노인이 리퍼트 대사에게 전해달라며 개고기와 미역을 들고 병실을 찾아오기도 했다. 이외에도 병원 측에 리퍼트 대사의 병실을 문의하거나 화환 등을 직접 보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병원 측은 대사관의 요청과 환자 안정 등을 이유로 화환 등을 병실에 반입하지 않으며 병실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
경찰,"김기종 '이적성' 의심 압수물 감정의뢰“
한편, 리퍼트 주한 미 대사 피습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김기종(55)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의 자택과 사무실에서 압수한 서적 등에 대해 '이적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외부 감정을 의뢰했다. 김두연 서울경찰청 보안2과장은 8일 오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적성이 강하게 의심되는 북한 원자력 6점 포함 총 30점을 확인, 자체분석과 더불어 외부 전문감정기관에 의뢰했다"고 밝혔다.
감정 의뢰물에는 김정일이 직접 저술한 '영화예술론'을 비롯해 대법원에서 이적단체로 판결받은 범민련 남측본부에서 발간한 '민족의 진로', '주체사상' 등 학습자료, 정치 사상 강좌 등 유인물이 포함돼 있다. 경찰은 기존 판례와 외부 감정기관 감정으로 이적성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 과장은 이적성 의심 기준에 대해 "1차로 판례를 기준으로 하고, 전문감정기관에 의뢰를 한 뒤 감정기관의 감정 결과 등을 기준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부 감정기관에 대해서는 "대학 소속 연구기관 등에 있는데 보안관계상 말할 수 없다"며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은 또 디지털 압수물 146점에 대해 디지털 면밀 분석 작업을 벌여 휴대전화에서 삭제된 데이터를 복원했다. 컴퓨터 본체와 하드디스크, USB 등 저장 내용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사항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씨는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 전문 석사과정이 있고 논문이 있고, 전공자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김 과장은 "북한 서적을 단순 소지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이적 지정과 목적성, 그동안 의 활동사항을 충분히 확인해서 국보법 적용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경찰은 이적성이 의심되는 서적의 입수 경위에 대해 김씨를 상대로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5일부터 배후세력 및 동기 등을 규명을 위해 통신사항 및 금융계좌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휴대전화 및 금융계좌를 중심으로 통화내역 및 입출금 사항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의 국보법 위안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추가 압수수색 여부를 검찰과 협의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6일 오전 4시 50분부터 약 9시간 동안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김씨의 자택 겸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본체와 하드디스크 등 디지털 증거 146점과 서적, 민화협 행사 초대장 등 모두 219점을 확보한 바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외부 감정결과에 따라 김씨의 국보법 위반 혐의 적용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권맑은샘 기자